진통제 한번 투여로 그 효과를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달까지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 마취과 중환자 치료실의 대니얼 코헤인 박사는 진통제를 장기간에 걸쳐 느린 속도로 방출할 수 있는 서방형(徐放形)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서방형이란 속방형의 반대 개념으로 약물을 천천히 방출해 일정한 혈중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코헤인 박사는 강력 진통제인 삭시톡신을 지질분자인 리포좀으로 포장하면 단 한 번의 주사로 신경세포나 근육세포에 손상을 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삭시톡신을 국소적으로 방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쥐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형 진통제 개발은 전에도 시도됐지만 전통적 진통제는 주변조직에 독성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고, 약물을 포장하는 물질 자체도 주변조직에 독성을 일으켜 실패했다”면서 “하지만 삭시톡신을 리포좀으로 포장하면 신경이나 근육을 손상시키지 않고 통증전달 신경을 지속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리포좀은 삭시톡신만 포장했을 때는 2일, 캡슐형 진통제의 작용을 증대시키기 위해 함께 투여되는 스테로이드인 덱사메타손을 함께 포장했을 때는 7일간 통증전달 신경을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론 확인됐다. 또한 세포배양 실험과 조직분석 결과 이 같은 서방형 약물전달시스템이 신경세포나 근육세포에 독성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헤인 박사는 “신경 손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4개 유전자의 발현도 살펴보았지만 발현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약물 방출 시간을 좀 더 늘릴 수 있도록 약물전달시스템의 개선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조만간 임상실험도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