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가들은 혁신적이고 남다른 사고의 소유자들이며, 발명에 성공하기까지 불굴의 의지로 끝없는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때로는 예기치 못한 우연과 실수가 희대의 발명을 이끌어내기도 하며, 지금과는 전혀 다른 당혹스런 목적으로 쓰인 발명품들도 다수 존재한다.
억울한 누명 쓴 NASA의 우주 펜
발명과 관련해 황당한 발명의 대명사로 꼽히는 사례가 하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했다는 우주 펜이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가 치열한 우주개발 경쟁을 펼쳤던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NASA는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우주 펜의 개발에 나섰다.
기존 볼펜은 중력의 힘으로 잉크가 내려오기 때문에 우주에서는 쓸 수 없었던 것. 결국 NASA는 10년간 120만 달러를 투자, 우주 펜을 개발해냈다. 그런데 러시아는 그냥 연필을 사용키로 결정, NASA를 머쓱하게 했다는 게 얘기의 골자다. 유명한 스토리지만 우주 펜의 개발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과 다르다.
‘스페이스 펜’으로 명명된 우주 펜은 미국의 폴 피셔에 의해 개발됐는데 100년의 수명, 물이나 기름 속에서도 써지는 탁월한 성능 등에 힘입어 아폴로 7호가 발사된 1968년부터 NASA에 납품됐다. 지금은 FBI, 극지탐험가, 스킨스쿠버, 미군 등도 이를 사용한다. 물론 러시아 항공우주국(RASA)도 고객이다. 연필은 글씨를 쓸 때 미세한 흑연가루가 발생, 정밀 장비들을 고장 낼 수 있어 우주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불결함이 탄생시킨 하이힐
하이힐은 멋쟁이 여성들에게 단순한 신발이 아닌 필수 패션 아이템이다. 그런데 이 하이힐의 탄생 배경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처음 하이힐이 등장한 것은 중세 유럽에서다. 이 시절 여성들은 이른바 폼생폼사를 화두로 화려한 의상을 입었다.
이 의상들은 하나 같이 바닥을 쓸고 다녔다는 표현이 꼭 맞을 만큼 발을 모두 뒤덮고 있었다. 문제는 당시 유럽에 화장실 문화가 없었다는 것. 때문에 중세 유럽인들은 우리나라의 요강과 같은 변기에 용변을 해결했으며, 용무를 마치면 낮이건 밤이건 그 내용물을 창밖으로 내버렸다.
웬만한 골목길마다 이렇게 버려진 대소변들이 넘쳐났음은 물론이다. 하이힐은 바로 여성들이 길을 걸을 때 이 같은 오물들이 옷에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발명품이다. 우리가 한 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피할 때 활용하고 있는 파라솔도 원래는 중세 유럽 사람들이 언제 머리위로 쏟아질지 모르는 오물을 막기 위해 들고 다닌 신변보호 용품이었다.
1시간이 가른 세기의 발명
전화기의 발명가는 그레이엄 벨이다. 이는 초등학생들도 안다. 하지만 그가 단 1시간 때문에 이처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 벨이 전화기의 발명에 매진했던 시절. 그에게는 엘리사 글레인이라는 라이벌이 있었다.
두 사람의 능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고, 세인들의 관심은 전화기 자체의 발명 가능성보다는 누가 먼저 발명에 성공해 특허권을 획득할 것인지에 몰렸다. 벨과 글레인의 기술이 서로 유사했기에 특허권자에게 모든 권리가 귀속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벨은 부단한 연구 끝에 전화기 제작기술의 개발에 성공했고, 1876년 2월 15일 특허기관을 찾아가 이 내용을 출원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글레인도 바로 이날 전화기 특허를 접수시켰다는 점이다. 결과는 다 알다시피 벨의 승리였다. 벨이 특허를 접수한 것은 오후 1시경이었고 글레인은 이보다 1시간 늦은 2시경에 접수를 마친 것.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전화기라는 세기의 발명을 하고도 단 1시간 때문에 엄청난 부와 영예를 벨에게 빼앗긴 셈이다.
생존을 위한 용도변경
크리넥스 티슈는 사각 종이상자에 담긴 화장지의 대명사 같은 존재다. 그리고 당초 용도를 변경, 대성공을 거둔 발명품이기도 하다. 처음 크리넥스가 개발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14년. 발명자인 킴벌리 클라크의 타깃은 전쟁터에 공급할 의료용 솜의 대용품이었다.
유럽 전역에 너무 많은 환자들이 생겨나다보니 붕대나 거즈, 솜 등이 태부족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킴벌리는 소량의 솜과 나무 펄프의 섬유소를 합쳐 천연 면보다 흡수력이 5배나 탁월한 셀루코튼이라는 소재의 개발에 성공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크리넥스 티슈의 원형이다. 그런데 한창 잘나가던 셀루코튼은 전쟁의 종식과 더불어 거대 수요처가 사라지며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킴벌리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용도의 변경. 즉 강력한 흡수력을 무기로 셀루코튼을 화장지 및 휴지로 변신시킨 것. 티슈를 한 장씩 뽑아낼 수 있도록 만들고 크리넥스라는 브랜드를 사용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전쟁용품을 여성용품으로 전환하는 모험적 시도였지만 결국 크리넥스는 여성의 화장대 위를 점령해냈다.
손님의 불평이 만들어 낸 감자 칩
감자 칩은 두꺼운 감자를 얇게 잘라 바삭바삭하게 튀겨낸 것으로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는 대표적인 과자다. 이 갑자 칩이 만들어진 계기는 식당을 찾은 한 손님의 불평과 그 불평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조지 크룸이라는 요리사의 갈등 때문이었다. 1835년 크룸은 미국 뉴욕의 새러토가 스프링스라는 호텔에 요리사로 근무하던 중 한 손님으로부터 불평을 들었다.
자신이 내놓은 감자튀김이 너무 두꺼워 맛이 없다는 것이었다.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크룸은 이 모욕(?)을 만회하고자 감자튀김을 새로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감자를 두껍지 않게 적당히 썬 것이 아니라 아예 종이만큼 얇게 썰어 튀겼다. 당초 크룸의 생각과 달리 이렇게 만들어진 감자 칩은 그 손님은 물론 식당을 찾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미국 전역의 가정과 유럽 등지로 널리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