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이 세상을 바꾼다

The Power of Invention

우리는 발명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컴퓨터, 자동차, 휴대폰에서 종이, 볼펜, 이쑤시개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과 기술은 발명의 산물이다. 핵융합, 인공지능, 줄기세포 치료 등 미래 과학기술의 개발 역시 발명에 포함된다.

결국 인류가 구가해온 눈부신 발전은 모두 발명의 힘이며, 발명에 의해 우리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명이야 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자 원동력인 셈이다. 누구도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발명. 로또와 같은 인생역전을 가져다 줄 수도 있는 발명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안녕하세요. 발명가 홍길동입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는데, 상대방이 대뜸 자신을 발명가라고 소개했다면 과연 어 떤 생각이 들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평범함과는 다소 동떨어진 괴짜나 몽상가쯤으로 여길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발명가에 대해 나와는 다른 독특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발명이라는 단어 의 자리는 개발이 차지해버렸다. 발명가 대신 개발자, 과학자라는 표현이 쓰인다. 전화기, 전구, 증기기관은 ‘발명’됐지만 컴퓨터, 휴대폰, 자동차, 제트기는 ‘개발’됐다고 말하고 있는 것. 정확한 원인이야 알 수 없지만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발명가의 천재성을 괴팍함으로 그려냈던 탓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발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물건이나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사전적 풀이에서도 연상되듯 개발의 의미를 포괄 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새로운 것을 개발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발명이다. 스스로를 과학자, 기술자, 엔지니어라고 칭하는 사람들도 넓은 의미로 볼 때 발명가의 범주에 속 한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과 기술은 사실상 발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탐사선, 휴머노이드, 유전자 치료처럼 고도의 기술력이 투입된 것이나 볼펜, 종이컵, 옷핀과 같이 간단한(?) 아이디어로 탄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핵융합, 인공장기, 무인자동차 등 미래 첨단과학 기술들의 개발 역시 발명에 포함된다. 이를 감안하면 결국 현재의 문명은 발명에 의해 유지·발전되고 있으며, 발명 없이는 인류의 미래 또한 없다고 해도 지나친 허언은 아닌 셈이다.

전화기에서 스팀청소기까지

이 같은 발명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한층 윤택하고 발전적으로 바꿔 놓는다는 점이다. 실제 세탁기, 전기밥솥, 스팀청소기의 발명으로 주부들의 삶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여유로워 졌다. 신용카드의 발명은 두터운 지갑을 휴대해야 하는 고통에서 현대인들을 벗어나게 했다.

또한 컴퓨터와 인터넷, 이메일의 발명은 직장인들의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증진시켰고, 피임약과 콘돔에 힘입어 인간은 안전하고 즐거운 성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특히 몇몇 혁신적 발명품들은 개인적 편리함을 넘어 사회나 국가 전체의 구조를 변혁하는 막강한 파급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멀리는 전구, 전화기, 트랜지스터, 페니실린 에서부터 가까이로는 휴대폰, 인공위성, 연료전지, 콤팩트디스크 등이 그러한 예다. 이 같은 발명은 그 결과물인 발명품의 편의성과 효용성, 상업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치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발명품들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 존재가 사라진다면 극심한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때수건, 삼각팬티, 칫솔이 없는 세상은 휴대폰, 자동차, 비행기가 없는 세상이나 마찬가지로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라는 얘기 다. 이에 따라 좋은 발명 하나는 주변 사람들은 물론 발명가의 인생도 180도로 바꿔 놓는다.

전화기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 전구의 에디슨, 다이너마이트의 노벨 등 위인전의 주인공들은 차치하더라도 빨대를 최초 발명한 미국인 마빈 스톤은 담배공장 노동자에서 일약 백만장자 기업주로 변신했다. 또한 추잉검을 발명한 일본인 야마모토는 가내공업 사장에서 세계적 기업가로 우뚝 섰다.

우리나라에서도 평범한 주부였던 한경희씨가 스팀청소기를 발명한 뒤 지난해에만 약 6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성공한 기업가가 됐고, 무공해 녹말 이쑤시개를 발명한 김윤영씨는 제품출시 6개월 만에 80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생활 속의 불편함 주목해야

이 같은 일반인들의 성공사례를 보면 누구나 한번쯤 발명에 뛰어들고 싶다는 막연한 욕망이 솟구친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하다.

이에 대해 세계 최다 발명도서 저술자로 유명한 왕연중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 학과 교수는 평상시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내가 불편하다 면남도 불편할 것이며, 이를 해소해줄 수 있다면 상업성은 이미 따 놓은 당상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발명은 과학적 발명, 아이디 어형 발명, 그리고 응용형 발명으로 구분된 다. 이중 과학적 발명은 컴퓨터, 우주왕복선, 인공지능로봇 등 특정분야에 대한심도 깊은 지식과 전문기술이 바탕 돼야 한다. 대게 과학자, 엔지니어, 기술자들의 몫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벅찬 분야다. 반면 응용형과 아이디어형은 누구나 뛰 어들 수 있다. 먼저 아이디어형은 비교적 간단한 아이디어로 기존 제품의 단점을 혁신 적으로 개선한 발명이다.

하나의 전선에 두 개의 소켓을 연결한 마쓰시다의 쌍소켓, 일 자(-)형 나사에 홈을 하나 더 판 필립의 십자(+)형 나사, 그리고 철사 중간에 날카로운 매듭을 만든 조셉의 철조망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평범한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느낀 불편함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발명됐는데, 제작방법이 단순해 초보자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일례로 13세에 철조망을 발명 한 조셉은 양치기 목동으로서 양들의 탈출 을 막기 위해 이를 개발했다. 양들이 가시가 돋친 장미넝쿨 근처로는 다가가지 않는 다는 점에 착안한 것. 특허권이 만료될 때 까지 조셉이 벌어들인 돈은 당대 최고의 회계사 11명이 1년 동안 계산해도 다 파악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응용형의 경우 기존의 제품이나 기술을 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 이 또한 약간의 전문성만 갖추면 돼 일반인에게 문호가 열려있다. 취사와 보온을 겸한 보온 밥솥, 시계 겸용 라디오, 필터 담배, 지우개 달린 연필, 카메라 휴대폰 등이 이에 해당 된다.

남과 다른 시선, 발상의 전환

이외에도 생활 속에서 힌트를 얻은 역사적 발명들은 무궁무진하다. 일본의 사카이 여사는 회사원 시절 천 생리대를 착용하고 출근하는 불편함을 참지 못해 위생성과 편의성을 갖춘 종이 생리대를 발명했다.

그리고 사쿠라이 여사는 한 여름에도 반바지형 속옷을 입어야하는 손자를 위해 50대 중반의 나이에 세계 최초의 삼각팬티를 발명했다. 밴드 반창고를 만든 딕슨은 칼질에 서툴러 상처를 자주 입는 아내에 대한 애정이 발명 의 근간이 됐다. 왕연중 교수는 “생활 속에서 느끼고 부딪치는 곤란한 일들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부당성을 잘 파악하고 있기 마련”이라며 “곤란한 상황을 기회로 받아들여 적극 이용 한다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 발명을 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이것이 지금 당장 생업을 때려치우고 발명가의 길로 접어들라는 말은 아니다. 발명은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발명 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남들과 동일한 생각과 대처로는 좋은 발명 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의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색다르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몽상가적 기질을 발휘,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해야 한다.

왕 교수는 “발명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착상 단계와 이를 구체화하는 현실화 단계로 구분 된다”며 “착상 단계에서 너무 이성적·합리적 틀에 갇히면 발명 소재의 폭이 줄어들고 혁신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라이트형제가 새처럼 날고 싶다는 몽상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껏 인류는 비행기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점 에서 상상이 발명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발명가로 입문할 때 주의할 점은 없을까.

왕 교수는 초보 발명가들의 경우 너무 이상적인 발명, 다시 말해 아예 불가능한 발명은 피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쇠로 금을 만드는 연금술, 진시황이 꿈꿨던 불로장생의 영약, 그리고 추가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도 영원이 구동되는 무한동력장 치가 그것이다. 이는 모든 인류가 염원하는 꿈의 기술로서 먼 미래에 실현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