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도시의 도로환경에서 운전자들은 한 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오감을 총동원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끼어들기, 난폭운전, 신호위반 차량에 대비해야 한다.
무인자동차는 운전자가 아닌 차량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자율 주행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이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운전자는 목적지를 입력한 뒤 편안히 앉아 신문을 보거나 친구와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아예 잠을 청해도 무방하다.
사실 무인자동차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함께 공상과학(SF) 영화의 단골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를 현실세계로 바짝 다가서게 만들고 있다. 로봇 및 컴퓨터 공학, GPS, 정밀센서, 전자제어 등 첨단기술에 힘입어 초기단계이기는 해도 일정수준의 자율주행능력을 갖춘 무인자동차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지로봇연구 단의 강성철 박사는 “무인자동차 기술은 크게 차량의 현재 위치인식, 주변상황 인식 및 회피, 전자식 차량제어 등 3가지로 구성된다”며 “위치 인식과 차량제어는 이미 일정수준 이상이고 주변상황 인식 및 회피를 위한 센서 기술도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최고의 무인자동차 기술은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무인로봇자동차 경진대회인 ‘그랜드 챌린지’ 참가 차량들이다.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총 3회 개최됐는데, 1회와 2회는 모하비 사막의 227km를 무인 횡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3차는 도심의 교통 환경을 재현한 100km 코스 무인주행으로 펼쳐졌다. 1회 때만 해도 완주 차량이 한 대도 없었지 만 1년 뒤 다시 열린 2회에서는 4대가 통과했을 만큼 빠르게 기술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3회 때는 도시의 다양한 장애물 속에서도 카네기멜론 대학의 ‘보스’, 스탠포드 대학의 ‘주니어’ 등 6대가 결승선에 도착해 주최 측을 놀라게 했다. 이들은 평균 20~40km의 속도로 차선, 신호등, 건널목 안전선 등을 지켰다.
또한 건물이나 주변 차량과 같은 장애물과의 충돌 없이 안전하게 제한 시간인 6시간 내에 코스를 돌았다. 이 같은 무인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위치 파악을 위한 GPS와 센서 역할을 하는 레이저 스캐너, 레이더, 카메라 등을 활용해 무인주행을 구현한다.
이 장치들이 차량과 차량 주변 360˚의 변화를 실시간 감지하고 차량 내의 중앙 컴퓨터가 이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자동차를 제어하는 식이다. 아직 세계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무인자동차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지난 1992년 한민홍 전 고려대 교수가 개발한 ‘KARV-1호’를 효시로 지금은 KIST, 한국 전자통신연구원(ETRI), 국민대학교, 계명대학교 등 많은 대학과 연구소에서 심도 깊은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
이중 국민대는 무인자동차·무인버스·무인경비차 등을 개발해 테스트를 하고 있으며, KIST는 얼마 전 전기자동차 개발업체인 C&T 와 함께 무인주행 전기자동차의 개발에 나섰다. ETRI도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ESTRO’를 개발했다.
KIST의 강성철 박사는 “무인자동차가 꿈 같은 얘기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현재 상용화된 차선 인식 기술, 전후방 감지 카메라, 차간 거리 유지 시스템, 주차 보조 시스템 등이 모두 무인자동차 기술에서 파생된 것”이라며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구내 무인주행 자동차는 앞으로 5년 이내에 충분히 상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