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틱은 원래 햅틱스(haptics)에서 나온 말이다. 컴퓨터의 기능 가운데 사용자의 입력장치인 키보드, 마우스, 조이스틱, 터치스크린 등을 통해 촉각·힘·운동감을 느끼게 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지난해 햅틱폰이 유행하면서 이를 해당 휴대폰의 이름이나 애칭인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정확히 말해 햅틱을 이용한 터치스크린폰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터치스크린폰뿐만 아니라 터치스크린용 스타일러스 펜, 각종 게임기 등에도 햅틱이 활용되고 있다. 차가운 디지털기기와 따듯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결합됐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햅틱의 핵심은 진동이다. 진동은 진폭, 주파수, 전달시간 등을 바꿔가며 다양한 촉감 유형을 만들어낸다. 삼성전자의 햅틱폰은 진동 모터에서 22가지의 진동패턴을 만들어 주사위나 윷놀이를 할 때 실제로 물체를 만지는 느낌을 갖게 한다. 노키아는 휴대폰에 진동센서를 달아 공이 튀는 느낌을 구현, 실감나는 탁구를 즐길 수 있게 한다.
과거의 밋밋한 터치스크린폰은 진동이 없어 디지털기기를 만지고 다루는 느낌이 없었다. 이 때문에 손가락이 큰 사람이나 디지털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은 이를 사용할 때마다 실수나 오작동이 많았다.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한 게 바로 햅틱폰이다. 햅틱폰은 사용자에게 현실감과 정확성을 주는 한편 오작동을 줄이고 동작효율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햅틱은 힘 피드백과 촉각 피드백의 2개 영역으로 나뉜다. 힘 피드백은 기계적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사용자에게 힘과 운동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이미 일상생활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놀이동산에서 상영되는 다이내믹한 영화에서는 화면이 움직이는 대로 의자가 움직여 속도감이나 충돌할 때의 느낌을 전달한다. 또한 게임에서 총을 쏘면 조이스틱이 덜덜 떨린다.
촉각 피드백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곳은 의학 분야다. 컴퓨터 화면의 3차원적 해부구조를 보면서 가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을 하는 것. 이렇게 하면 실제 피부조직 등을 만지는 것 같은 촉감이 전달돼 실제 상황과 거의 비슷한 환경을 구현하게 된다.
촉각 피드백은 터치스크린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게 바로 터치스크린폰의 일종인 햅틱폰이다. 햅틱폰의 경우 터치스크린을 누르면 밑에 있는 진동모터가 작동하고, 이 때 발생한 진동의 촉감은 누른 손가락의 피부를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햅틱펜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기기에 쓰이는 펜은 터치스크린에 정확한 점을 찍도록 하는 역할에 그친다. 이에 비해 햅틱 펜은 내부에 진동모터를 내장,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햅틱은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BMW는 최근 고급 승용차 모델에 아이드라이브라는 햅틱 회전조절기를 설치했다. 이는 에어컨, 오디오 등의 조작대상이 바뀌거나 기능이 바뀔 때 촉각을 전달, 운전자가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또한 멀리 떨어져 있는 작업환경에서 햅틱을 이용, 로봇을 조작하면 원격지의 환경을 판단하면서 조작자의 의지대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우주, 원자로, 심해 등 극한환경에서의 작업을 더욱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휴대폰으로 영화를 보며 액션신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고,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부드러운 실크의 촉감을 맛보며 새 옷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글_박준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연구부문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