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물질 이용해 암 제거하는 플레어

공상과학(SF) 영화를 보면 인간의 생명을 정밀기계에 맡겼다가 처참한 최후를 맞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르다.

성인여성과 동일한 사이즈의 팔과 손을 가지고 있는 로봇 간호사는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에게 아침식사를 가져다줄 수 있다.

인간의 장기상태와 생리기능을 재현해 보여주는 디지털 인체 모델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획기적인 도움을 준다.

또한 생각을 읽는 헬멧을 쓰면 마비된 사람도 생각만으로 휴머노이드를 조종할 수 있다. 이처럼 정밀기계를 활용하면 인간의 처참한 최후 따위는 없다. 그저 눈이 튀어나오게 놀라운 기술과 더욱 뛰어난 치료만 있을 뿐이다.


개념: 형광물질을 이용해 암에 걸린 조직만 제거하는 새로운 장비

개발 장소: 보스턴

개발 동기: 매년 150만 명이 암 진단을 받고 있는데, 건강한 조직에 피해를 입히지 않고 종양이 있는 조직만 잘라내야 한다.

놀라운 점: 몇 초 내에 암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암이 무서운 것은 혈관이나 림프관을 통해 전신에 퍼지는 전이현상 때문이다. 이로인해 전이를 막는 것이 암을 치료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이를 예방하면 치료율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암에 의한 사망률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혈관을 통한 암세포의 이동은 1만분의 1정도로 확률이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암 전이를 막기 위해서는 림프관 중간 중간에 위치해 생체 내의 여러 이물질을 처리하는 림프절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우리 몸 전체에 걸쳐 500~600개가 있는 림프절은 암세포가 다른 장기나 조직으로 확산되기 전에 주로 모이는 장소다.

따라서 암 종양 근처에 있는 림프절은 요주의 대상이다. 보스턴에 있는 베스 이스라엘 데코니스 메디컬 센터의 종양학자 존 프란지오니는 최근 플레어(FLARE)라는 장비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암세포에 들러붙는 형광물질을 주입한 후 근적외선을 비추면 녹색의 빛을 낸다. 15만 달러에 달하는 플레어는 3대의 근적외선 카메라가 있는데, 다양한 빛의 주파수를 잡아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과 의사들은 암 종양 부위를 다양한 색으로 볼 수 있다. 즉 신경은 자홍색, 암 종양과 암세포가 침투한 림프절은 녹색으로 빛이 난다.

한마디로 암 종양과 함께 암세포가 침투한 림프절을 잘라내면 다른 건강한 조직에 피해를 주지 않고 암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