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테 없이 쓸 수 있는 안경

안경을 쓰는 사람들에게 안경테가 파손됐을 때만큼 당혹스런 상황은 없다.

안경점을 찾아 파손 부위를 고칠 때까지 시력을 잃게 돼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군인 등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고통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04년 안경렌즈 생산업체인 시리스케이는 이 같은 상황에서 손쉽게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안경 렌즈를 개발, 특허를 출원했다.

이 회사가 고안한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안경렌즈의 양쪽 끝에 각각 단추 구멍과 유사한 2개의 구멍을 미리 뚫어 놓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안경테의 다리나 좌우측 안경 렌즈의 연결 부위인 브리지가 파손되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철사나 실, 고무줄 등을 끼워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일례로 안경테의 우측다리가 부러졌다면 우측렌즈의 우측면에 뚫린 2개의 구멍에 실이나 얇은 고무줄을 끼워 안대처럼 귀에 걸치면 된다. 브리지가 파손돼 안경이 두 동강 났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때는 브리지에 가까이 있는 우측렌즈의 좌측구멍 2개와 좌측렌즈의 우측구멍 2개를 각각 연결, 고정시키면 된다. 완벽한 수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안경점에 도착할 때까지 앞을 보지 못하는 막막함은 벗어날 수 있다.

안경 쓴 사람의 고충을 십분 이해한 이 아이템은 아이디어의 실용성을 인정받아 특허청의 높은 문턱을 넘어섰다. 아직 상용제품이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거리에서 안경테 한쪽을 실로 묶을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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