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게 파퓰러사이언스의 신조다. 현재의 환경문제와 경제 문제를 생각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미국에서 가장 유망한 연구자들로 이루어진 파퓰러사이언스 선정 10대 과학자를 만나본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탕 쉬는 나노기술을 사용해 석유나 석탄보다 에너지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태양전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존 린은 RNA의 비밀을 풀어 인류의 건강문제 해결에 기여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세계가 지금 큰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 과학자의 뛰어난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래를 나쁘게만 볼 이유가 없다.
선정 이유: 생물의 신체구조를 단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에 따라 가장 우아하고 효율적인 정밀 로봇 제작
이름: 데니스 홍
나이: 38세
소속: 버지니아 공대
지난 1977년. 대한민국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온 6살짜리 소년은 난생 처음으로 스타워즈를 관람했다. 그는 R2D2의 흥미로운 이동방식, 그리고 인간과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C-3PO를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R2D2와 C-3PO는 스타워즈 전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일한 캐릭터. 맥주 통처럼 생긴 R2D2는 전자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수백 가지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은 이런 전자어로 밖에 말을 못하기 때문에 C-3PO나 우주선의 컴퓨터가 통역을 해줘야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당초 이 로봇은 기계의 유지보수를 목적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이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R2D2는 무모할 정도로 용기가 많고 모험을 좋아해 C-3PO에게 잔소리를 듣는다.
인간의 모습을 본뜬 C-3PO는 중고 부품으로 만들어진 로봇으로 당초 제작 목적은 가사 일을 거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각종 문화와 언어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을 갖고 있어 다른 문화권으로의 적응을 돕는 역할을 한다. 겁 많고, 소심하며, 수다스러운 캐릭터다.
R2D2와 C-3PO를 보고 고국으로 돌아간 데니스 홍은 당시를 이렇게 기억한다. "그때 저는 평생 동안 그런 로봇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홍은 캘리포니아 태생이다. 하지만 그가 3살 때 항공우주 공학자이던 아버지는 일 때문에 서울로 옮겨갔다.
홍은 서울에서 대학교 2학년까지 공부하다가 위스콘신 대학으로 학교를 옮겼고, 졸업 후에는 퍼듀 대학의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그의 학업은 모두 로봇공학에 중점을 둔 기계공학이었다.
현재 홍은 버지니아 공대의 로봇공학 및 기계장치연구소장이다. 그는 여기서 계란을 집을 만큼 정밀한 로봇 손, 건축물을 점검하기 위해 장대를 오르는 뱀 로봇, 그리고 관성으로 움직이는 세발로봇 등을 만들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버지니아 공대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로봇공학은 전적으로 인공지능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홍은 자연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계 체계에 주목했다. "우리는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리를 응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세발로봇은 일견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이 로봇은 인간 걸음걸이의 관성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즉 앞으로 나갈 때 이 로봇의 축이 뒤집히면서 한 발이 다른 두 발 사이로 뻗어나간다. 로봇 손은 압축공기로 제어되며, 모터를 사용하지 않고 악력을 조절한다. 인간이 탄력 있는 인대를 이용해 손가락을 접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의 연구소에서 가장 최근에 내놓은 작품은 휴머노이드 찰리다. 찰리는 인식력과 학습능력, 지능을 갖춘 인간형 로봇이라는 명칭의 약자다. 이 로봇은 인간의 움직임에 대한 연구 자료로 사용될 것이며, 로봇들의 축구 토너먼트인 로보컵 2010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란 로봇의 구성요소가 인체의 각 부분과 유사하게 대응하는 형태의 로봇을 말한다. 따라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신 수행할 수 있는 인공물의 총칭을 의미하는 로봇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사이보그 및 안드로이드와도 차이가 있다. 사이보그는 신체의 구성부분 가운데 일부를 기계로 대치한 인간, 즉 600만 달러의 사나이가 사이보그의 전형적인 사례다. 안드로이드는 피부, 눈동자, 표정, 목소리 등이 보통 인간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한 것으로 휴머노이드의 궁극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홍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인간처럼 우아하게 움직이고 융통성 또한 뛰어난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유롭게 연구해야 한다고 그는 믿고 있다.
홍은 자신이 자랐던 한국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했어요. 하지만 저의 연구실에서는 뭘 해도 비난은 없고 오직 개량만이 있을 뿐입니다. 로봇에 원자로를 달고 싶대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만들기만 하면 되지요."
홍은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활용한다. "침대 옆에는 항상 공책과 펜이 있습니다. 매일 밤 공책 페이지의 줄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합니다. 또한 매일 아침 4시에 기상해서 생각난 것을 모두 씁니다. 아침에는 그 내용을 컴퓨터 속의 아이디어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합니다.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것들을 원하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내용 가운데 그들의 요구사항과 맞는 것을 꺼내 보여줍니다."
"한국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했어요. 하지만 저의 연구실에서는 뭘 해도 비난은 없고 오직 개량만이 있을 뿐입니다. 로봇에 원자로를 달고 싶대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만들기만 하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