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게 파퓰러사이언스의 신조다. 현재의 환경문제와 경제 문제를 생각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미국에서 가장 유망한 연구자들로 이루어진 파퓰러사이언스 선정 10대 과학자를 만나본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탕 쉬는 나노기술을 사용해 석유나 석탄보다 에너지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태양전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존 린은 RNA의 비밀을 풀어 인류의 건강문제 해결에 기여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세계가 지금 큰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 과학자의 뛰어난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래를 나쁘게만 볼 이유가 없다.
선정 이유: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교량의 구조적 문제 잡아내는 센서 개발
이름: 제롬 린치
나이: 34세
소속: 미시건 대학
제롬 린치는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미국에 총 60만 개의 교량이 있지만 붕괴되는 것은 극소수라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아주 좋습니다. 미국의 토목기술자들은 대단히 부지런합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교량이 무너진다면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할 것이다. 지난 2007년 미니애폴리스의 I-35W 교량이 거싯플레이트 결함으로 무너져 13명이 죽었다.
거싯플레이트란 철골구조에서 부재와 부재를 볼트나 리벳으로 결합할 때 쓰이는 강판을 말한다. 이 비극적인 사고를 접한 미시건 대학 토목공학 교수인 린치는 교량의 결합방식과 붕괴방지책 연구에 쉼 없이 몰두했다.
그는 I-35W 교량 붕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스킨(skin)이란 이름의 센서를 만들었다. 이 센서는 항상 교량의 약한 부분을 감시하고, 위험해지기 전에 검사관에게 경고한다. "큰 붕괴사고가 벌어지기 전에 미리 알 수 있다면 좋지 않나요?"
현재 센서가 배치된 미국 내 교량은 얼마 없으며, 그나마도 지진활동 감지용이다. 센서 보급률이 이렇게 지지부진한 이유는 다양한 위협에 대처하는 장비를 교량에 설치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금문교는 길이가 1.6km가 넘습니다. 센서 설치용 특수 도관 가격은 1피트(30cm)당 10달러 정도입니다. 그리고 센서 자체 단가도 수천 달러나 됩니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보통 2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는 육안 검사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센서는 맨눈으로 검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작은 균열을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센서에서 결함 데이터를 받아보는 작업자는 결함이 아직 미세할 때 보수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린치의 센서는 폴리머 시트를 이용한다. 미니애폴리스 I-35W 다리 붕괴사고의 원인이 됐던 거싯플레이트 등 중요한 부위를 감싸는 900㎠ 면적의 폴리머 시트에는 전도성 탄소나노튜브가 설치돼 있는데, 시트의 두께는 몇 미크론에 불과하다.
그리고 센서에 장착된 소형 마이크로프로세서는 프로그램 또는 검사관의 지시에 따라 폴리머 시트 속의 전도성 탄소나노튜브에 전류를 흘려보낸다. 그러면 전극이 저항을 측정해 변형, 부식, 하중, 기타 여러 응력 징후를 감지한다. 위험한 부위는 전산화된 교량지도에 표시된다.
아직 센서의 단가는 린치도 모르지만 무선 방식이기 때문에 현재 쓰이는 센서보다 저렴할 것이며, 불필요한 검사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린치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뉴욕 퀸즈 출신인 그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토목공학 석사와 박사학위에 이어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땄다.
9·11 테러 이후 그는 무선 인프라 센서를 제작하는 회사를 세웠지만 미시건 대학에서 교직에 종사하기 위해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그는 미시건 대학에 부임한 지 2년째 되는 해에 올해의 교수 상을 탔다. 스탠포드 대학의 구조공학 교수인 킨초 로는 이렇게 말한다. "린치는 비교적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동료들로부터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린치의 센서 스킨은 내년에 연구실을 떠나 미시건의 고속도로 교량 3곳과 한국의 교량 3곳에 부착, 시험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항공기나 파이프라인 등 구조검사가 필요한 곳에는 어디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페인트처럼 바르는 방식의 센서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발라진 곳에서 나는 진동을 전력으로 바꾸어 측정에 사용하는 센서도 개발 중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육안 검사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한계를 극복할 장비가 필요합니다."
린치는 항공기나 파이프라인 등 구조검사가 필요한 곳에는 어디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페인트처럼 바르는 방식의 센서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발라진 곳에서 나는 진동을 전력으로 바꾸어 측정에 사용하는 센서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