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는 제약업계에 '특허 낭떠러지'라고 불리는 시기가 시작된다. 대형 제약회사들이 가장 많이 팔고 있는 유명 약품들의 특허가 단계적으로 만료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특허 만료로 인해 값싼 유사 약품들이 시장에 진출하면 이들 제약회사는 2016년까지 1,40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좋은 소식일 수도 있다. 앞으로 10년간은 대부분의 약품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형 제약회사들의 금고는 바닥을 드러낼지 모른다.
콜레스테롤 치료제인 화이자의 리피터는 2008년 한 해 동안 무려 124억 달러 어치가 팔렸다. 한마디로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블록버스터 약품인 것이다. 하지만 화이자는 2011년 11월 이 약품의 특허권을 잃게 된다.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연간 승인한 약품의 수는 평균 35종이었다. 하지만 2002년부터 2007년 사이에는 평균 22건이었다. 이 같은 감소 원인 중 일부는 강화된 안전 규정에 있다.
안전규정이 강화된 요인으로는 바이옥스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이 약품은 분명 FDA의 승인을 받았지만 복용한 사람 가운데 무려 13만9,000명이 심장마비를 일으켜 지난 2004년 약국에서 자진 회수됐다.
연간 124억 달러나 벌어주는 리피터를 비롯해 유명 약품들의 특허가 만료되면 그만큼 신약 연구 예산이 깎이게 된다. 콜롬비아 대학의 경영학 교수인 프랭크 리히텐버그의 연구에 따르면 매년 등장하는 신약의 숫자와 기대수명 간에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조지아 공대의 전략경영학과 교수인 스튜어트 그래함은 "신약의 특허 만료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는 상당기간 제약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를 예상한 엘리릴리는 오는 2011년까지 비용을 10억 달러 줄이고, 종업원도 5,500명 감원하기로 했다. 다른 회사들은 현재 판매중인 유망한 약품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고 열심이다. 그러기 위해 화이자는 얼마 전 제약회사와 이어스 인수를 완료했고, 로슈도 지넨테크와 합병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약품의 시대가 저물면서 대형 제약회사들의 운영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강요될지 모른다. 현재까지 이 회사들은 비교적 간단하고 수익이 많이 남는 약품을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계속 이익을 내려면 비만, 암, 면역계, 신경질환 등에 효과가 있는 복잡한 약품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 약국에 등장할 21세기형 약품
알약 한 알로 3가지 치료효과
폴리필
스페인의 제약회사 페러 래보래토리스는 3가지 약품을 하나로 모은 심장마비 예방 약품을 만들었다. 이 약품의 가격은 3가지 약품을 따로따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싸다. 아스피린, 혈압 강하제, 그리고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하나로 합친 이 알약 하나면 환자들이 약품을 섭취하기가 한결 쉬워질 것이다.
와파린 대체할 경구용 항응고제
프라닥사
경구용 항응고제는 체내에서 쉽게 피가 응고되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한 약품이다. 베링거 잉겔하임의 프라닥사는 나온 지 50년 이상 지난 와파린만큼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또한 와파린과 달리 내출혈 여부를 계속 살필 필요가 없으며, 간에 가해지는 부담도 적다.
2배나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
큐넥사
펜터민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식욕억제제며, 토피라메이트는 간질치료제다. 그런데 비버스는 이들 약품을 복합해 비만치료제인 큐넥사를 만들었다. 큐넥사는 펜터민을 단독으로 복용했을 때에 비해 2배나 더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를 나타낸다. 52주 만에 무려 15%의 체중이 빠지는 것. 게다가 혈관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주당 한 번 먹는 당뇨병 치료제
엑세나타이드
엑세나타이드는 식이요법이나 약물복용만으로는 증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조절을 위해 개발된 약품이다. 엑세나타이드는 피 속에서 느리게 퍼지도록 만들어져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중 1주일에 한 번만 먹으면 되는 첫 번째 약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