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달아 속도 내는 요트

메인 돛 대신 57m 높이의 날개 달아 속도 내는 BMW 오라클 레이싱 팀의 요트

아메리카 컵 요트 레이스는 세계 최고의 요트 경기로 평가받고 있다. 이 경기에 참가하는 요트는 규칙에 정해진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심지어 모터를 장착한 요트의 참가도 가능하며, 이 때문에 항해술보다는 요트의 성능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BMW 오라클 레이싱 팀의 요트는 메인 돛 대신 날개를 단 것이 특징이다. 탄소섬유와 케블라 소재로 된 날개는 마스트에 연결된 본체, 그리고 그 본체에 연결된 8장의 플랩으로 구성돼 있다.

즉 본체는 마스트를 축으로 삼아 각도를 바꿀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본체에 연결된 플랩 역시 제각각 움직이며 다양한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최대한 끌어안거나 비켜가게 하는 것. 한마디로 BMW 오라클 레이싱 팀의 요트는 항공기의 날개를 메인 돛 대신 사용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이 요트에 장착된 전자센서는 풍속, 파고, 선체에 가해지는 응력 등 2만6,000가지의 데이터 포인트를 컴퓨터에 보내 상황에 가장 적합한 날개 설정을 계산하도록 한다. 섬유로 만든 기존의 돛은 사람이 일일이 조종해야 하는 것은 물론 바람을 받을 때 쭈글쭈글해지기 십상이었다. 이렇게 되면 돛이 요트를 전진시키기에 가장 좋은 모양으로 유지되기 힘들며 항력 또한 증가한다.

BMW 오라클 레이싱 팀의 요트에 장착된 날개는 보잉 747의 주익보다 80%가 더 긴 57m에 달하며, 이로 인해 기존의 돛보다 2배의 추력을 낼 수 있다. 또한 3동선 구조의 선체 역시 속도를 5%, 즉 1노트 정도 더 빠르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BMW 오라클 레이싱 팀의 디자인 부장 마이크 드럼몬드는 이 요트의 설계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기존의 돛은 강풍을 받으면 균형을 잡기 위해 접을 수 있지만 고정돼 있는 이 요트의 날개는 너무 많은 바람을 받아 균형을 깰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너무 무거워 파도가 심한 바다에서는 한쪽으로 기울기 쉽다.

그럼에도 드럼몬드는 이렇게 말한다. "이 요트는 다른 요트보다 훨씬 빠릅니다. 기존에는 100분의 1노트의 속도향상을 측정하곤 했습니다만 이제는 10분의 1노트의 속도향상을 측정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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