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산업은 전 세계 물류의 90%를 담당하고 있으며, 화물선 용적 톤수는 지난 1970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물류에서 담당하는 비중이 크고 고속 성장하는 해운산업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실제 선박은 전 세계의 자가용, 트럭, 버스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아황산가스를 배출한다. 또한 세계 스모그의 27%는 선박이 배출한 산화질소가스로 인해 발생한다. 이처럼 해운산업이 대기오염의 주범이 된 것은 값싼 벙커유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벙커유는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 연료로 납과 바나듐 같은 중금속 물질도 함유돼 있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를 감독하는 국제해사기구(IMO)는 올 7월부터 대기오염과 산성비를 줄이는 청정연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시행할 예정이다.
국제해사기구는 현재 4.5% 수준인 연료의 황 함유량을 2020년까지 0.5%로 낮출 것을 규정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조치로 인해 현재 연간 8만7,000건인 황 오염 관련 사망건수를 4만6,000건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실시되는 이 규정이 오히려 기후변화를 막을 가장 강력한 방어책 가운데 하나를 무력화시킬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대형 선박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 에어로졸은 이른바 배 구름이라고 불리는, 지구 온도를 낮추는 구름을 생성한다. 배 구름은 황 입자에 작은 물방울이 들러붙으면서 생긴다.
이 구름은 궤도상에서도 보일 만큼 크며, 햇빛을 우주로 반사시킨다.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이산화탄소로 인해 발생하는 지구온난화의 폐해도 40%나 감소시킨다. 미국해양대기관리처(NOAA)의 대기학자인 다니엘 랙은 이렇게 말한다.
"국제해사기구의 조치는 대기의 질을 개선한다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환경에 미치는 또 다른 악영향을 생각해보지 않은 처사입니다." 그리고 더욱 안 좋은 것은 황 함유량을 0.5%로 낮춘 청정연료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해운업계를 하나의 국가로 볼 경우 이들은 세계 6위의 이산화탄소 배출 국가에 해당한다. 국제해사기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규제하는 규정을 만들려 하고 있지만 그 때까지는 지금처럼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