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손목은 괜찮으세요?

지난해 8월 21일.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김준영이 은퇴를 선언했다. 원인은 손목터널증후군. 손목터널증후군이 어떤 질환이기에 프로게이머가 은퇴를 선언할 정도였을까.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끝으로 가는 신경이 손목에서 눌려 손 저림이나 마비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손목에는 약 3cm 길이의 수근관이라는 통로가 있는데, 그 속에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인대는 물론 손가락이나 손바닥의 감각을 담당하는 정중신경이 지나간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거나 반복적으로 손목을 사용하면 인대가 두꺼워진다. 이 때문에 수근관이 좁아지면서 정중신경을 압박, 손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손이 저리는 증상은 그동안 단순한 노화현상으로 치부돼 왔다. 그런데 오랜 세월 가사를 해온 가정주부, 바이올린 연주가, 이발사, 미용사, 운전사, 화가, 조각가 등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면서 직업적으로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잘 걸리는 질환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 질환은 보통 30~60세 사이의 남녀 모두에게 발생하지 만 남성보다 여성이 5배 이상 많다. 그 중에서도 반복적인 가사노동을 하는 40~60대 주부들이 가장 많다. 특히 명절 연후가 지난 무렵에 손 저림 증상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

핸드폰과 컴퓨터가 대중화된 최근에는 남성이나 청소년에게 까지 확대되고 있다. 키보드를 치는 동작은 자연스럽게 어깨 근 육을 긴장하게 만든다. 그래서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등, 어깨, 그리고 뒷목이 뻐근하고 쑤신다. 근육이 지속적으로 긴장 해 수축하면 손상되고 결국 통증이 일어난다.

모두 206개에 달하는 사람의 뼈 가운데 한쪽 손에만 14개의 손가락뼈, 5개의 손바닥뼈, 그리고 8개의 손목뼈가 있다. 전체 뼈의 25%가 양쪽 손에 몰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뼈가 움직일 수 있도록 수많은 힘줄과 인대들이 존재한다. 만약 이 힘줄과 인대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염증이 생기고, 붓게 되며, 다양한 손목 질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대부분 손가락이 저리거나 아프고 감각이 무뎌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또한 엄지손가락에 힘이 없어지면 서 엄지와 손목 사이의 두툼한 근육이 위축돼 살이 마른 듯 보인다. 심한 경우 글씨를 쓰거나 전화 받기, 수저질하기, 단추를 잠그는 등 섬세한 동작을 못해 기본적인 일상생활까지 지장을 받게 된다. 심지어 손가락이 영구적으로 마비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손가락 끝만 저리지만 점차 진행되면서 손바닥과 팔까지 저려온다. 다만 새끼손가락은 저리지 않다.

새끼손가락에는 정중신경이 없기 때문이다. 주로 엄지, 검지, 중지가 저리거나 엄지와 다른 손가락이 잘 맞닿지 않으면 이 질환을 의심 해 봐야 한다. 특히 손이 저리 고 통증이 심해 손을 주무르거나 털어주면 통증이 가라앉는 증상을 반복해 경험했다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생각해야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려 면 평소 손목을 보호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터널이 압박을 받아서 나타나는 증상인 만큼 손목이 구부려진 상태로 장시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손목을 뒤로 젖히지 말고 똑바로 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컴퓨터 작업을 할 경우 올바른 키보드 사용이 중요하다. 손목과 키보드의 높이를 비슷하게 맞춰 손목에 각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마우스의 과도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손목을 자 주 쉬게 하고, 손가락을 움직이며 마사지를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통증이 심해지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손의 근육이 마르게 될 정도로 마비가 진행되면 수술 후에도 완전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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