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다마스쿠스 검

일본 만화를 보면 사무라이가 일본도를 휘두를 경우 돌은 물론 금속까지 잘려나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과장이 좀 심하기는 하지만 명장이 만든 일본도는 실제 이 같은 성능을 자랑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단한 검이다.

그런데 일본에만 그런 검이 있는 게 아니다. 지구의 반대편 중 동에도 다마스쿠스 검이라는 명검이 있다. 이 검은 특수한 철인 다마스쿠스 강(鋼)을 사용해서 만드는데, 표면에 미세한 소용돌이나 물결무늬를 띄고 있는 게 특징이다.

다마스쿠스 강이란 명칭은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서 났기 때문에 이 도시의 이름을 붙였다는 설과 이 강을 만드는 기법을 처음으로 개발한 대장장이의 이름을 땄다는 설이 있다.

유래야 어쨌든 다마스쿠스 강으로 만든 검은 비단 손수건을 떨어뜨리면 저절로 베어질 만큼 예리할 뿐만 아니라 탄력성이 커서 바위를 내리쳐도 구부러지거나 부러지지 않았다고 한다. 강도와 경도 역시 높아 유럽인들에게는 불가사의한 검으로 여겨졌다.

이 검은 십자군 전쟁 당시 영국의 사자 왕 리처드가 이슬람의 위대한 영웅 살라딘을 만나는 장면을 묘사한 문학작품에도 나온다. 리처드 왕은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우수한 이 검을 보고 마법이나 속임수라고 놀란다.

다마스쿠스 검은 12~18세기에 걸쳐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남아있지 않고, 제조비법도 전수되지 않아 의문과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지금도 시중에 있는 나이프 숍에서 이 검을 팔지만 모두 모조품이다. 그렇다면 다마스쿠스 강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그런 전설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강하고 깨지기 쉬운 탄화철인 시멘타이트와 부드럽고 유연한 철을 결합시킨 것이라는 게 대표적이다. 또 다른 가설로는 강도를 높여주는 바나듐이나 텅스텐 같은 성분이 섞여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다.

이 외에 중세 페르시아 특유의 제련방식에서 나온 것이라는 가설 역시 제기되고 있다. 철을 제련할 때 오븐을 사용해 공기를 차단, 철의 강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탄소가 이산화탄소로 변해 사라지는 것을 막았다는 것.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속 시원한 해답은 되지 못했다. 다만 다마스쿠스 강에 탄소나노튜브가 섞여 있다는 주장이 최근 등장, 주목을 받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란 탄소 원자 6개로 이루어진 육각형 모양이 여러 개 합쳐 만들어진 관 모양의 탄소 덩어리로 전기 전도율은 은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열전도율은 다이아몬드 수준이고, 강도는 철보다 100배나 높다. 고작 탄소 덩어리가 이렇게 뛰어날까 하고 생각하겠지만 자연계에서 제일 강한 경도를 가진 다이아몬드 역시 알고 보면 탄소 덩어리다.

탄소나노튜브는 자연계에서 우연히 발생되는데, 인간이 원하는 만큼 생산하려면 첨단기술이 있어야 한다. 독일 드레스덴 기술대학 연구팀은 지난 2006년 말 다마스쿠스 강 샘플을 X-레이와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탄소나노튜브의 존재를 밝혀냈다고 밝혔다. 중세의 페르시아 사람들이 탄소나노튜브의 존재를 알았을 리는 없지만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탄소나노튜브를 많이 포함하는 강을 만들어 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가설도 아직 실증되지 않아 다마스쿠스 검의 전설적인 성능과 제작비법을 해결하는 열쇠는 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자신들의 가설을 입증하고자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다마스쿠스 강을 생산하는 실험을 추진하고 있는데, 성공한다면 조만간 전설 속의 다마스쿠스 검을 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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