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세계 인구가 재차 2배가 되기까지는 40년도 걸리지 않았다. 지난 1999년 60억 명이 된 것. 유엔(UN)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오는 2050년 90억 명이 된다고 한다.
반면 경지면적 감소와 농업생산성 하락으로 식량 생산량은 점점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식량생산을 큰 폭으로 늘리지 않으면 21세기 신(新)기아민의 출현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명공학을 이용한 품종 개량이 바로 그것. 이제 생명공학을 이용한 품종 개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된 것이다. 자료제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것은 약 1만 년 전 이다. 하지만 유전학에 기초한 과학적 품종 개발을 시작한 것은 멘델이 유전법칙을 발견한 1900년대 초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녹색혁명으로 대표되는 식물 육종의 역사는 불과 100여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통 육종을 통해 획기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된 옥수수·보리·밀 등이 개발됐고, 이를 통해 인류는 기아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연장과 저개발국의 인구증가는 식량수요의 폭증을 불러왔으며, 전통 육종 기술만으로 이를 감당하기에는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전통 육종의 경우 새로운 품종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길다. 일년생 작물의 경우 하나의 품종을 개발하는데 보통 10~15년이 걸리고, 과수와 같은 다년생 작물은 15~2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육종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것은 아직도 육종가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비과학적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유용한 유전자원의 고갈로 생산성이 향상된 품종을 더 이상 개발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육종에 활용되지 않았던 다른 종이나 생물의 유전자를 이용해야 하는데, 종의 장벽으로 인해 전통 육종 기술로는 그 같은 유전자의 도입이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벼와 옥수수는 교잡이 안 되기 때문에 전통 육종 기술로는 벼의 유용한 유전자를 옥수수의 품종 개량에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분자표지 이용해 육종 효율 증진
육종의 효율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품종을 개량해야 하는데, 첫 번째 방법이 바로 분자표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표지란 어떤 것이 존재하는 것을 알려주는 징표다. 여객기를 타고 가다가 아래에 눈으로 덮인 산이 있다면 눈만 보고도 그곳의 온도가 영하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직접 그곳에 서있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얘기.
또한 사람이 나이가 들어 수염이 나기 시작하면 이미 생리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생리적·유전적·환경적 상태에 대한 것과 관련 있는 것을 표지라고 하며, 분자 표지란 어떤 분자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체내 혹은 세포 내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DNA 역시 분자표지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똑같은 옥수수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품종이 병에 강하다고 한다면 이 품종은 다른 품종이 갖고 있지 않은 어떤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유전자인지는 모르지만 여러 가지 DNA 분석기술을 이용하면 이 품종과 병이 쉽게 드는 품종 간 차이가 나는 DNA 단편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분자표지를 이용하는 것을 분자육종기술이라고 하며, 구체적으로는 서로 다른 개체의 DNA 염기서 열 변이를 탐지하는 것을 말한다.
분자표지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통 육종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전통 육종은 변이를 창출하는 과정과 확대된 변이집단으로부터 좋은 특성이 조합된 개체를 선발하는 과정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 육종에서 변이는 서로 다른 개체를 교배해 얻게 되는데, 교배 과정에서 부모 개체의 유전자가 섞여 부모 개체와는 다른 특성을 띠는 후손개체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는 3만 여개에 달하는 만큼 만약 부모 개체가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교배를 통해 천문학적 숫자의 변이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천문학적 숫자의 변이에서 원하는 유전자 조합을 가진 개체를 선발하는 것은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
그동안 새로운 품종을 육종하는 경우 전적으로 식물이 보이는 표현형과 육종가의 직관경험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사람의 눈으로 구별할 수 있는 표현형은 숫자가 적을 뿐만 아니라 눈으로 구별할 수 있는 표현형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표현형에 의존해서 원하는 개체를 선발하는 것은 부정확하고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천문학적 숫자의 변이를 육종 가의 눈으로 구별하는 것은 아무리 경험 많은 육종가라도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비해 분자표지를 활용하면 눈으로 보는 표현형이 아닌 DNA 염기서열의 차이를 분석해 우수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개체를 찾아낼 수 있다. 특히 DNA는 아주 어린 식물에서도 추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표현형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식물을 재배하지 않고도 DNA 염기서열의 변이를 분석함으로써 유용한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는 개체를 조기에 정확하게 선발할 수 있다.
또한 분자 표지를 이용해 유전형을 분석할 경우에는 환경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선발이 가능하다. 이처럼 분자 표지는 보다 정확하고, 빠르며, 경제적인 육종을 가능하게 한다.
과거에는 이 같은 분자표지를 대학 실험실에서 기초연구를 위해서만 개발했다. 하지만 현재는 모든 종자회사에서 분자표지를 이용한 품종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정부와 다국적 종자회사들은 오래 전부터 분자표지 개발의 기초가 되는 유전체 연구를 진행해 벼·포도·오이·포플러 등의 유전체 정보를 밝혀낸 상태다.
외래 유전자 도입해 품종 개발
생명공학을 이용해 품종을 개발하는 두 번째 기술은 교배가 불가능한 생물로부터 유용한 유전자를 분리, 교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식 시키는 것이다.
외래 유용 유전자를 이식해 개체의 특성을 변화시킨 유기체를 유전자 변형 생물체(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고 한다. 작물의 경우 GMO 작물, 또는 GM 작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식품을 만든 것이 GM 식품이다.
GM 작물은 지난 1996년 미국을 중심으로 재배를 시작해 지금은 아르헨티나, 캐나다, 중국 등 25개 나라에서 재배되고 55개 나라에서 소비되고 있다. 재배면적은 지난 2000 년 이후에도 연평균 14%씩 증가해 2007년의 경우 1억2,500만ha에 달한다. 작물별로 보면 콩이 6,580만ha(53%), 옥수수 3,730만 ha(30%), 목화 1,550만ha(12%), 그리고 유체 590만ha(5%) 등이다.
작물에 외래 유용 유전자를 도입, 품종화하기 위해서는 4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농업적으로 유용한 형질을 결정하는 것으로 밝혀진 외래 유용 유전자를 발굴한다. 다음으로 외래 유용 유전자를 식물 세포 내에서 효과적으로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유전자 재조합 과정이 필요하다.
즉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프로모터와 터미네이터 부위를 외래 유용 유전자의 단백질 암호화 부위와 재조합시키는 것. 또한 이 과정에서 외래 유용 유전자와 함께 형질 전환된 세포를 선택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선발 마커 유전자, 예를 들면 항생제 혹은 제초제에 저항성을 갖는 유전자를 넣는다.
외래 유용 유전자를 식물에서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재조합 유전자가 식물의 유전체로 이식돼야 한다. 이식 방법으로는 자연에 존재하는 유전자 이식 세균인 아그로박테리움을 이용하는 방법과 재조합DNA를 미세한 금속에 코팅한 후 식물 세포를 향해 쏘는 입자 총 방법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아그로박테리움은 자신의 유전자를 식물의 유전자에 이식하는 능력이 뛰어난 세균이다. 식물의 뿌리에 살며 혹이나 수염 모양의 뿌리를 만드는데, 이 때 자신의 DNA 중 일부를 식물 염색체에 삽입해 식물로 하여금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생산하게 한다. 과학자들은 아그로박테리움이 식물에 유전자를 전달하는 현상을 이용해 외래 유용 유전자를 식물로 이식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콩과식물은 아그로박테리움에 의해 외래 유용 유전자가 삽입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입자 총 방법을 이용한다. 이 방법은 재조합 DNA를 1~2㎛의 미세한 금속, 즉 텅스텐이나 금 등에 코팅한 후 식물 세포를 향해 쏜다. 이 때 금속입자와 함께 재조합 DNA가 식물의 핵 내로 이동해 식물 염색체에 삽입, 발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선발 마커 유전자를 이용, 선발제가 함유된 선발 배지에서 배양하면 재조합 유전자가 이식된 세포만 선택적으로 선발할 수 있다. 선발이란 유전자형에 의한 번식에 유·불리를 일으키게 하는 작용을 말한다.
이렇게 얻어진 형질 전환 식물은 농업적인
성능 및 효용성, 안정성 검정을 거쳐 상품화를 위한 개체만 남는다. 그리고 이 개체는 정밀한 안전성 검사와 더불어 품종화가 이루어지고 종자 증식에 들어간다.
이 같은 방법으로 얻어진 형질전환 식물은 도입한 외래 유용 유전자에 따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개발된 형질전환 작물, 농산물 품질의 향상을 위해 개발된 GM 작물, 미래의 GM 작물 등으로 나뉜다.
생산성과 품질 향상시킨 GM 작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개발된 형질전환 작물로는 제초제 내성 작물, 해충에 견디는 작물, 바이러스 저항성 작물 등이 있다.
제초제 내성 작물은 잡초로 인한 수확량 손실을 줄인 GM 작물이다. 제초제는 식물에 필요한 효소 단백질과 결합해 기능을 저해함으로써 식물을 고사시킨다. 제초제 내성 GM 작물은 제초제의 작용점이 되는 표적 효소와 구조가 달라서 제초제와 결합하지 않는 돌연변이 효소 유전자나 제초제 자체를 불활성화 시키는 변형 효소 유전자를 이식·발현시키는 방법을 이용해 개발됐고, 현재 형질 전환 품종의 주류를 이룬다.
해충에 견디는 작물은 저공해 생물 농약으로 활용돼 오던 미생물의 살충 단백질 유전자를 식물에 이식시켜 식물이 살충 단백질을 직접 생산, 해충을 방제하는 GM 작물. 특정 해충에 견디는 목화, 옥수수 등이 개발돼 상품화됐다.
바이러스 저항성 작물은 바이러스 게놈 일부를 식물의 체내에 이식해 발현시키면 마치 면역 반응과 같은 저항성을 갖게 된다. 농산물 품질 향상을 위해 개발된 GM 작물로는 지방산의 조성을 개선한 유료 작물, 전분 함량 및 구조 개량 작물, 쉽게 무르지 않는 토마토 등이 있다. 유료 작물이란 식물유지를 생산할 목적으로 재배하는 작물을 말한다.
지방산의 조성을 개선한 유료 작물은 길이가 짧은 지방산의 생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이식시켜 샴푸나 세정제 등에 쓰이는 지방산의 함량을 증가시킨 것이다. 또 전분 함량 및 구조 개량 작물은 글리코겐 생합성에 관여하는 대장균의 유전자를 감자에 이식 및 발현시켜 전분의 함량을 30~60% 증가시킨 것을 뜻한다.
GM 작물 중에서 최초로 상품화된 잘 무르지 않는 토마토는 별도의 외래 유용 유전자가 아닌 안티센스 유전자를 통해 해당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한 것이다. 안티센스 유전자란 자신이 갖고 있는 유전자의 암호화 부위를 뒤집은 것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GM 작물은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생산성 향상과 특정 품질도입을 위해 GM 작물이 개발돼 왔다. 하지만 현재 개발도상국의 영양결핍을 보완하기 위한 GM 작물과 건강 기능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GM 작물이 개발되고 있다. 비타민 A를 보강하기 위해 β-카로틴 함량을 높인 황금 쌀, 당뇨병 환자를 위해 인슐린 유사 생장인자를 함유한 쌀이 대표적이다
시장에 유통되는 GM 작물은 안전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GM 작물의 재배가 확대되자 각종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GM 작물이 새로운 독성물질을 생성할 가능성, 그리고 GM 작물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유발할 가능성 등 인체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생태계 교란, 윤리적 문제,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GM 작물의 상용화는 엄격한 검정을 거치게 된다. 식품 안정성 평가, 환경 안전성 평가 등이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GM 작물의 식품 안전성 평가에서는 알레르기성, 항생제 내성, 독성 등이 정밀하게 평가된다.
평가는 GM 작물과 상대되는 기존 작물을 대조군으로 해 GM 작물에서 새롭게 혹은 다르게 발현되는 단백질이나 그 외의 물질을 찾아 독성을 알아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유전자 전이 가능성, 분해력과 소화력, 유효성, 섭취의 평가를 거쳐 데이터화한 후 최종 평가하게 된다.
환경 안정성 평가도 이루어진다. GM 작물의 형질전환 유전자가 종이 다른 생물에 침투해 유전자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는지 검정하고, 변종의 출현 가능성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이 같은 검정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개발이 중단되고 생산과 판매 역시 허가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시장에 유통되는 GM 작물은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품종이라고 볼 수 있으며, 오히려 환경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많다. 즉 GM 작물을 경작함으로서 화학농약이 감소되며 환경친화적인 대체에너지를 경제적으로 생산해 낼 수도 있다는 것.
현재의 속도로 인구가 늘어나면 2050년경에는 현재의 생산성을 50% 이상 늘려야 인류가 필요한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지면적의 감소와 농업생산성의 하락으로 인해 식량 생산량이 점점 줄고 있으며, 현재의 품종으로는 필요한 만큼의 먹을거리 생산이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선진 각국은 생명공학 기술을 국가적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제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 품종 개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 앞으로 생명공학과 관련된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나 종자 회사는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5%에 불과하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충분한 생산성을 확보하고 종자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생명공학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글_강병철 서울대학교 식물생산과학부 교수 bk54@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