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화장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화장지는 한결같이 하얀색을 띠고 있다. 두루마리 휴지, 티슈, 냅킨 등이 모두 그렇다. 꽃무늬 등이 있기는 하지만 왠지 모를 무미건조한 느낌을 지우기에는 부족하다.

지난 2001년 서울의 김 모 씨는 이처럼 우리 생활 곳곳에 친숙하게 자리 잡은 화장지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킨 아이템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오물을 닦는 용도로 만 사용했던 화장지에 책의 기능을 넣어 지적인 역량을 배양한 것.

일명 '공부하는 화장지' 로 명명된 이 제품은 휴지 표면에 인체에 무해한 잉크를 사용하여 시, 소설, 격언, 상식, 영어단어, 수학공식, 만화 등의 내용을 일정간격으로 인쇄하여 제작된다.

사용자는 휴지를 쓸 때마다 이러한 정보를 보며 지식을 함양할 수 있다. 특히 장시간 멍하니 앉아있어야 하는 화장실에서는 그 효용성이 더욱 뛰어나다는 게 출원인의 주장이다.

하지만 특허청은 이 아이템의 특허 등록을 정중히 거절했다. 벽지에 교과서의 내용을 적은 교과서 벽지 등 이와 유사한 아이템으로 출원된 특허들이 다수 있었지만 이들 역시 특허 등록에서는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휴지에 적은 글이나 문양에까지 특허를 부여하는 것은 지나친 특허권 남용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이 특허를 인정한다면 기존 화장지의 꽃무늬에도 특허를 줘야 한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