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음료는 왜 맛이 없을까?

인간의 체온은 약 36~37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보다 낮은 온도의 것은 차갑게 느껴지고, 높은 온도의 것은 뜨겁게 느껴진다. 이 점은 음료수도 다를 바 없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냉장고 속에서 방금 꺼낸 콜라나 갓 내린 커피처럼 차가운 음료는 차가운 대로, 뜨거운 음료는 뜨거운 대로 제 맛이 있는데 미지근한 음료는 그것이 무엇이든 도무지 맛이 없다는 사실이다.

햇빛 아래에 놓아둔 콜라나 식어버린 커피를 마셔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절실히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개인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느낌은 단맛이나 쓴맛과 같은 맛에 의한 요인을 배재할 경우 혀와 입이 느끼는 온도의 차이에 의한 결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절로 땀이 솟아나오는 여름철에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 가장 먼저 혀와 입에서 찬 기운을 느끼고 뇌는 이를 기분 좋게 느끼도록 한다. 추운 겨울 따뜻한 커피를 마실 때도 이와 유사한 인체 반응이 일어난다.

몸이 시원함 또는 따뜻함을 원할 때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탓이다. 하지만 미지근한 음료는 체온과 큰 차이가 없어 혀와 입에서 별다른 감흥을 받기 어렵다. 온도가 비슷한 만큼 음료의 분자 운동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차거나 뜨거운 음료에 비해 맛이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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