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의 생성과 보존, 생물 서식지 제공, 물 순환의 조절, 이산화탄소 흡수·저장, 기후조절 등이 그것이다. 결국 산림은 우리가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기후변화라는 인류의 당면과제를 해결할 구세주가 될 수도, 지구의 환경시계를 더욱 빠르게 돌릴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지구의 산림은 남 벌, 방화, 토지 전용, 병충해 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사라지고 있는 산림이 전 세계적으로 약 1,300만㏊에 달할 정도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215배나 되는 것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매 1분당 여의도 공원 면적보다 넓은 약 25㏊의 산림이 없어지고 있다. 압도적 생물다양성을 자랑하고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는 특히 심각하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 따르면 1분마다 적어도 축구장 4개 크기의 열대우림이 상실되고 있는 상태다.
끝없는 소 목초지 조성, 산림 벌채, 산림 지 용도전환, 광업, 댐 건설 등이 주요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은 불법적 산림파괴에 해당한다. 산림보호와 산림의 지속가능한 관리의 중요성은 국제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지난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는 '산림 원칙'을 채택했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지구촌의 온실가스 균형에 있어 산림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또한 생물다양성협약(CBD)이나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도 산림의 기여도를 확인한 바 있다. 이외에도 국내외적으로 많은 산림보호 프로그램과 전략이 수립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위적 산림파괴는 아직도 현재진행 형이다.
오히려 그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열대지방에 더해 온대와 아한대의 산림까지 파괴되고 있는 것. 일례로 러시아의 유럽 부분 산림 중 14%만이 원시림으로 남아있으며 서유럽의 경우 자연 상태의 산림은 단 2~3%뿐이다.
포기해서는 안 될 정책수단
역사적으로 토지 개간, 목재 생산, 땔감과 같은 에너지 수요에 의해 지구의 산림 피복은 이미 상당부분 제거돼 있다. 대 다수는 20세기에 벌어진 것으로 과거에는 지구 육지 표면의 약 50%를 산림이 덮고 있었지만 지금은 30% 미만으로 낮아진 실정이다.
오늘날의 급속한 산림 손실은 기후변화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산림은 지구 육지 표면에서 가장 큰 이 산화탄소 저장지이자 이산화탄소 격리에 기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산림이 개간되면 그 안에 저장돼 있던 이 산화탄소가 직접(산불 개간) 또는 추후에 대기로 방출된다.
이것이 전 지구적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됨은 물론이다. 산림 벌채를 통해 초래된 이산화탄소 배출량 계산법은 일률적이지 않아 결과치도 다소 다르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발간한 2007년 제4차 보고서에 의하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산림벌채로 인한 비중을 무려 17.4%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출처에서도 사람에 기인되어 배출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0~25%가 산림벌채에서 비롯된다고 밝히고 있다. 수치상으로 이는 약 20억톤에 해당하는 양이다. 산림의 보호는 기후변화와 인류와의 싸움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 는, 포기해서는 안 될 정책수단인 셈이다.
산림은 또 지구에서 거대한 냉방시설의 기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산림에 비춰진 태양에너지의 절반이 수분 증발을 거쳐 대량의 수증기로 변환되면서 대기 냉각효과를 제공하는 것.
특히 열대림의 냉각효과는 가히 엄청난 수준이다. 만약 나무가 없다면 햇빛이 곧바로 토양에 비치게 되고, 토양 표면이 뜨거워지면서 건조된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이렇듯 산림과 지구 기후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에는 아마존의 열대우림, 러시아와 캐나다의 침엽수림 등 대규모 산림은 물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우리 나라의 산림도 예외가 아니다. 지구의 온도 증가를 최대 2℃로 제한하려는 목표를 달성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이용 및 수송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더해 농업이나 산림 파괴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 감소에도 주력해야 하는 것이다.
산림 파괴의 그늘
사실 대규모 산림벌채에 의한 토지 이용 전환은 고대 남부 유럽, 북아프리카, 동아시아 등 역사적으로 문명이 고도로 발달했던 지역 어디서나 있어왔다.
먼저 유럽은 중세 중앙유럽에서 산림의 토지전환이 시작 돼 유럽 국가들에 의한 식민지화와 함께 주변 국가들로 확산됐다. 열대지방의 산림벌채 역시 유럽인에 의해 촉발됐는 데 산림지가 농장으로 전환되면서 원주민들은 외곽으로 몰려나야 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19세기 이후 대형 개간 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산림벌채와 관련한 핵심 화두는 유럽을 위시한 선진국의 산림이 아닌 다른 나라의 열대우림이다. 실제로 산림벌채율 통계는 각국이 산림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가에 따라 달라지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산림 손실 이 일어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곳의 산림 손실율은 지구 전체 산림 손실율의 33%에 이르는 연간 약 430만㏊나 된다. 그중에서도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벌채율을 보이고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1990년대 연간 50만㏊에 불과했던 것이 2000~2005년 사이 현재의 수준으로 급속히 악화됐다는 점이다.
라틴아메리카와 함께 또 다른 문제 지역은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한 동남아시아다. 인도네시아의 산림 파괴면적은 매년 약 150~180만㏊로 추정된다. 뉴기니섬 동쪽의 서 파푸아 지역의 산림, 다시 말해 아시아에 온전하게 남아있는 마지막 열대우림조차 불법벌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아프리카 또한 과거의 440만㏊보다는 다소 감소했지만 연간 약 400만㏊라는 엄청난 산림이 손실되고 있다.
지구 기후의 조절자 '아마존'
지난 1950년 열대 우림은 1,600~1,700만㎢로 추정된다. 지구 육지의 약 11%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그런데 지난 1982 년 현장조사와 항공사진 및 위성사진 분석 결과, 산림이 950㎢로 급감했으며 3년 뒤 조사에서는 추가로 수백만㎢의 산림이 더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매체 뉴사이언티스트는 2006년 말까지 브라질 우림의 13%가 개간돼 85%는 목초지, 15%는 콩재배 경작지로 변했다. 지난 2007년 12월 한 달 동안에만 948㎢, 같은 해 후반 5개월 간에는 총 3,235㎢의 산림이 농장, 소 사육 목초지, 농경지로 전용됐다.
이 같은 열대우림의 개간은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파괴를 불러온다. 또한 열대우림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약국으로 불리고 있어 개간과 벌채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인류는 질병치료에 효과적인 무수한 천연약재들을 영원히 잃어버릴 개연성이 크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림은 전체 육지면적의 30%에 불과 하지만 지구가 가진 탄소의 절반 정도를 저장하고 있으며 열대우림의 탄소저장률은 다른 지역의 산림보다 50%가 더 높다. 현재 아마존 열대우림에 작용하는 강력한 스트레스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비정상적으로 오랜 가뭄을 수분한 기온상승이며 다른 하나는 인위적인 대규모 벌채와 산불개간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토양의 탈수, 산불의 증가, 강우량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하면서 지구 기후의 혼란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WWF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오는 2030년까지 아마존 열대우림의 55%가 소멸 또는 심각 한 손상을 입을 것이며 이로 인해 150~260억톤의 탄소가 대기에 추가 유입될 것으로 추정한다.
불법벌채는 전 지구적 위협
불법 목재 벌채와 반출은 이제 세계적으로 산림에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힌다. 아마존,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극동 러시아를 막론하고 목재 벌채의 상당 비율이 불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인 목재 생산에 있어 불법벌채의 점유율은 약 20~40%로 추산된다. WWF 연구 결과로는 유럽연합이 수입하는 목재의 16~19%가 불법 반출된 것이며 러시아에서 3번째로 큰 원시림 지역에서 벌어지는 벌채의 약 50%가 불법이다. 열대지방에서의 비율은 더 높다.
인도네시아의 열대 목재는 4개 중 3개가 불법벌채된 것으로 추정되며 아마존 목재의 불법 비율은 80%에 이른다. 이 불법벌채가 국가, 산업, 산림 소유자에게 미치는 경제적 피해는 매년 무려 150억 달러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가 장 빠르고 효과적인 해법의 하나는 바로 열대우림 벌채의 중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불도 산림에는 불법벌채 못지않은 피해 유발자다. 산불은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현재는 잘못한 장소에서, 잘못 된 시간에, 너무 강하고 자주, 대규모로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다.
WWF의 추정으로는 지난 2000년에만 약 300만㏊의 산림이 산불에 희생됐다. 지난 2001년에는 호주에서 70만㏊, 2003년 포르투갈에서는 40만㏊의 산림이 산불로 황폐화됐으며 지난 2006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산불은 단 한번에 100만㏊의 산림 손실을 불러왔다.
산림 벌채와 산불에 대응하는 방안은 단적으로 말해 두 가지로 모아진다. 벌채의 저지와 조림(造林)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도 일부 온실가스의 배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보상'이라는 정부차원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스스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이들을 그렇게 만들기 위한 지원 프로젝트에 돈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한 새로운 정책모델로 '개발도상국의 산림 훼손 방지(REDD)' 프로그램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지구의 물질순환에서 탄소 저장소로서의 산림 기능에 기초를 둔 이론적 모델로서 산림 벌채와 산림의 질 저하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또한 산림에 저장된 탄소에 금전적 가치를 부여, 임업 자원개발을 멈추고 산림 보호에 나서는 열대우림 국가들이 받을 경제적 피해의 보상을 위해 가능한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는 국제법적 여건을 조성하고자 한다.
바이오매스의 어두운 진실
불법벌채와 산불에 더해 친환경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매스의 이용 확대도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산림 파괴와 탄소 배출 증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대표적인 곳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다. 두 국가에서는 최근 우림지를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위한 야자수 재배를 위해 파괴하고 있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로는 대부분의 산림 화재가 야자유 생산농장 조성을 위한 인위적인 것이었 으며 이탄습지까지 불태워지고 있는 상태다. 이탄습지의 산림은 다른 열대림보다 이산화탄소 저장능력이 50배 이상이 어서 이곳의 개간은 기후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이 크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1990년에서 2005년까지 살아있는 산림의 바이오매스에 저장돼 있던 탄소가 매년 무려 4기가톤이나 방출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산림 개간을 통한 탄소 유실의 위험성은 매우 오래된 탄소저장소의 파괴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 목재와 죽은 나무의 탄소는 최소 수십 년에서 수백 년간 저장돼 있던 것이며 식물이 썩어서 생기는 부식질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이오매스 이용을 위한 토지 용도의 변경은 효율적 기후 보호를 위한 선택이 아님이 자명하다.
통제되지 않은 바이오에너지의 활용 증대는 식량 안전, 생물다양성 유지, 기후 보호, 산림, 토양, 물에 상당한 해악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각국에서 추진하 고 있는 식물에너지 이용 확대 계획의 이면에는 이렇듯 좌시할 수 만은 없는 어두운 면이 도사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생물다양성 보호와 산림자원의 과잉이용 및 파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노력이 전개되고 있기는 하다. 자연보호구역, 국립공원, 생물권보호구역, 야생동물보호구역 등 전 세계에 최소 140개의 보호구역 범주 가 있으며 유럽에서만 이중 90가지가 존재한다.
또한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6개의 보호지역 카테고리를 정하고 있고 10년마다 세계공원대회(WPC)를 개최, 보호지역 지정 상황을 검토 중이다. 최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WPC에서는 지구 육지 표면의 약 12%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음이 확인됐다.
탄소 저장소의 탄소 배출원화 막아야
하지만 아직도 보호돼야 할 중요 서식지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지정된 보호지역 역시 모두가 정치, 산업, 그리고 지역주민으로부터 필요한 지원과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호지역 중 많은 곳들이 단지 명목상의 호보지역에 머무르고 있거나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도록 형편없이 관리되고 있다.
적지 않은 국가들은 보호구역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재정도 정책의지도 없다. 보호구역 지정이 만병통치약은 아닌 셈이다. 이렇듯 산림은 토양과 함께 기후문제가 대두되며 한편으로는 탄소 저장지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탄소 배출원으로서 그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
산림 생태계는 현재 대기 중 탄소량의 약 1.5배를 저장하고 있으며 토양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0%를 저장한다. 두 자원은 거대한 탄소저수지로서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근원임과 동시에 기후 변화의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는 것. 이들에 대한 관리 부족은 탄소저장소가 탄소 배출원으로 전복되며 기후변화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토지의 이용과 경영은 탄소저장 및 탄소 배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후변화에 결정적 작용을 하며 산림과 토양 파괴의 대부분은 사람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채택된 '의제 21(Agenda 21)'의 제11장에는 산림의 다양한 기능을 지속적으로 보존하고 산림벌채 문제의 극복을 위한 행동강령과 대책들을 구체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또한 같은 회의에서 모든 유형의 산림 관리, 보존 및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산림 원칙'도 채택됐다. 비록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산림과 임업에 관한 유용한 사항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별다른 진전 없이 그 이행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종이는 인내심이 강한 만큼 하루빨리 이 문서들이 제대로 이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_이영희 베를린공대 사회·환경·정주공간학제 연구단 부단장
자료제공: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