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은 험하게 써야 제 맛!

파나소닉 터프북 CF-19

노트북은 가벼워야 한다. 그래서인지 태생적으로 약골이다. 살짝만 부딪혀도 화면이 부서지거나 데이터가 날아가기 일쑤다. 하지만 파나소닉의 '터프북 CF-19(이하 터프북)'는 이들과는 DNA가 다르다.

오직 튼튼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사 현장이나 군대 같은 특수한 장소나 남극, 사막, 아마존 등 극한의 환경에서도 쌩쌩 돌아간다. 도대체 무엇이 이 놈을 이렇게 튼튼하게 만들었을까.


일반 노트북이 가냘픈 여성이라면 터프북은 식스팩 복근을 가진 근육질 남성이라 지칭할 만하다. 실제로 이 제품은 미 국방성의 군장비 적합성 테스트인 'MIL-STD-810G', 'MIL-STD- 810G'를 거뜬히 통과하고 'IP65 인증'을 받는 등 입이 쩍 벌어질 만큼 튼튼하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군용 노트북으로 납품된 바 있으며 측량, 측지, 오지 탐사 등에도 가장 적합한 노트북으로 평가받고 있다.

집어 던지고 물을 뿌려도 쌩쌩

터프북의 내구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8m 높이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쳐도 그 충격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일반 노트북이라면 그 절반의 높이에서조차 내부 부품들을 흩뜨려 놓은 채 사망 신고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터프북은 충격을 가장 많이 받는 전면부를 마그네슘 합금 소재로 감싸고, 그 외의 부분은 초고강도 플라스틱을 입혔다. 충격에 매우 민감한 하드디스크의 경우 진동을 흡수하는 별도의 충격흡수 케이스에 내장돼 있다.

이렇듯 각종 안전 대책이 마련돼 있는 만큼 무게는 2.3㎏으로 꽤 묵직하며 크기도 21.59×27.18×4.83㎝로 큰 편이다. 충격 테스트는 대리석 바닥 위에서 수행했다.

무선랜으로 고용량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상태에서 바닥에 떨어뜨렸으나 화면 깜박임 한 번 없이 작업이 진행됐다. 동영상 파일을 틀어 놓고 층계에서 서너 번 굴려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영상과 음성이 제대로 흘러나왔다. 내부에 물이나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모든 입출력포트는 실리콘 마개로 덮여 있다.

실리콘 마개를 볼트로 고정, 자주 여닫아도 손상을 입지 않는다. 작은 부분에도 내구성에 신경을 쓴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방수 기능은 시간 당 600㎜의 폭우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물속에서는 사용이 어렵지만 흐르는 물은 견뎌내는 수준.

이의 확인을 위해 샤워기에 물을 틀어놓고 그 위에서 카트라이더를 한판 즐겨봤는데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키보드가 약간 미끄러워졌을 뿐이다. 물론 게임을 마친 후 본체를 기울여 키보드 사이에 고인 물기를 털어내자 미끄러움은 금세 사라졌다.

터치스크린 태블릿 PC로 변신

화면은 LED 백라이트 10.4인치(26.4㎝) LCD가 장착돼 있다. 최대 해상도는 1,024×768이다. 표면에 투명한 강화플라스틱을 씌워 직접 충격을 가해도 화면이 손상되지 않는다.

LCD 보호 필름이 부착돼 있어 사용 중 생기는 자잘한 흠집도 막아준다. 표면에 흠집이 많이 생겨 불편하다면 필름을 구입해 다시 붙이면 처음과 같은 깨끗한 화면을 감상할 수 있다. 터프북은 키보드와 마우스 이외에 터치스크린 입력방식도 지원한다. 그리고 화면을 반대로 꺾어서 반으로 접으면 태블릿 PC로 변한다.

특히 이 터치스크린은 손가락 두 개의 접촉을 동시에 인식하는 듀얼터치를 지원, 정밀 작업의 능률을 높일 수 있다. 터치스크린용 스타일러스 펜도 기본으로 제공된다. 스타일러스 펜을 쓰기 불편한 상황이라면 손가락으로 화면을 꾹꾹 눌러도 된다.

인식 정확도는 높은 편이다.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불편함 없이 사용 가능했을 정도다. 덧붙여 본체 측면에 달린 버튼을 이용하면 화면 방향을 자유롭게 돌릴 수 있어서 편리하다.

이만한 튼튼함과 편리함에 놀랐다면 웬만한 노트북 2대 값에 이르는 45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하지만 특수 용도로 개발된 제품임을 감안하면 비상식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흠 잡을 곳 없는 성능

터프북에 탑재된 인텔 코어 i5 540UM CPU는 1.2㎓라는 다소 낮은 속도로 동작하지만 작업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터보 부스트 기능이 내장돼 있어 클록이 최대 2㎓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에서의 장시간 사용을 위해 성능을 다소 포기하고 전력 소비효율을 높여 제품의 특성을 극대화 했다. 여기에는 vPRO라는 인텔의 보안 기술도 포함돼 있어서 기밀 유지가 필수인 군대, 기업용으로 제격이다. 메모리는 2GB DDR3-SDRAM을 쓰며 8GB까지 확장된다.

하드디스크 용량은 160GB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부족하지도 않은 수준이다. 옵션으로 128GB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를 고르면 전체적인 안전성과 성능, 전력소비 효율 증대에 도움이 된다.

그래픽 칩셋은 인텔 GMA 4500을 쓴다. 웹 브라우저를 여러 개 띄우고 워드 프로세서, 음악 재생을 동시에 수행해도 특별히 느려지거나 멈칫거리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픽 성능은 그리 높지 않지만 포토샵으로 이미지를 편집하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

게임의 경우 스타크래프트Ⅱ를 최소 옵션으로 놓고 즐길 수 있으며 메이플스토리나 마비노기 정도는 거뜬하게 돌린다. 이 제품의 특성상 그래픽 성능보다 CPU 연산 성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래픽 성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체적 성능은 특별히 흠 잡을 곳이 없다고 평가된다.

배터리 수명 테스트는 전원 옵션을 최대로 놓고, 화면 밝기와 볼륨을 최대로 설정한 상태로 진행했다. 그 결과 무선랜을 켜고 인터넷만 사용할 때 약 3시간 30분 정도 연속 사용할 수 있었으며 동영상은 약 3시간 동안 감상이 가능했다. 무선랜을 끄고 워드 작업을 해보니 약 4시간을 버텼다.

최근 나오는 노트북과 비슷한 수준의 배터리 성능을 지녔다고 분석된다. 전체적으로 이 제품은 내구성과 안정성에 매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이 외에도 제품 자체로는 특별히 흠을 잡을만한 구석은 없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하이킹이나 등산, 탐험 등을 취미로 즐기는 하드코어 유저라면 군침을 흘릴 만 한 제품이다.

서영진 기자 artjuc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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