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법인장의 이직을 두고 이랜드와 제일모직이 벌인 소송에서 법원이 두 업체의 손을 한번씩 들어줬다. 의류업계 매출 1위를 놓고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는 제일모직과 이랜드가 중국 시장뿐 아니라 법정에서도 팽팽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1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랜드는 제일모직을 상대로 “중국 시장을 키워온 핵심인력을 빼갔다”며 영업비밀 침해금지 소송을 냈다. 발단은 1998년부터 이랜드 그룹 중국법인서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상해법인의 대표직을 맡았던 A상무의 이직이었다. A씨는 2008년 11월 급작스레 사표를 제출하고 반년 후 제일모직 중국사업부인 삼성법신의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A씨의 뒤를 이어 B영업본부장과 C과장도 제일모직으로 거처를 옮겼다. 직원들이 경쟁사로 빠지는 상황이 계속되자 이랜드는 “중국 시장의 후발주자인 제일모직이 부당하게 직원을 유인하고 있다”며 제일모직과 이직한 직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은 “당시 중국신문에 게재한 채용공고를 보고 A씨가 찾아서 왔을 뿐”이라며“당사 경력직 채용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었다”고 반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비방이 이어지면 고소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강영수 부장판사)는 제일모직이 이랜드의 핵심임직원을 부당하게 유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와 B씨가 퇴사 후에 이랜드의 기밀자료를 이용해 경쟁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재판부는“A씨와 B씨가 가져간 자료는 이랜드 측에서 특별히 USB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씨가 제일모직으로 옮긴 후 이랜드에 입사한 C씨의 경우는 좀 달랐다.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이랜드가 입사계약서에‘동일업계 전직 금지조항’을 삽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2007년과 2008년 연속으로 중국시장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제일모직의 경우 인력 영입이라는 방법을 통해 선발 업체 따라잡기에 드는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C씨에게 일정기간 전직을 금지한 이랜드의 계약서는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랜드와 약속한 전직금지 기간 1년 중 177일을 위반한 C씨는 이랜드에 3,860만원을 배상해야 할 처지다. 한편 법원은 “조정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회사 고위층이 조정을 거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