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0월 2일] "장관 이름 아세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도 유명하니까(?),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직 탤런트다 보니 잘 알고, 그 다음은 글쎄.” 모 부처의 한 중견 간부 공무원이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과 만나 나눈 대화의 일부다. 그는 밖에서 정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궁금할 겸 친구들과 심심풀이로 ‘장관 이름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내기를 했다. “그래도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이니 제법 장관 이름을 기억하고 있겠지.” 그는 은근한 기대를 갖고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친구들 입에서 나온 얘기는 그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 이름을 기억하는 장관이 기껏해야 2~3명, 최고 5명 정도에 불과했다. 장관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도 기대 밖이었다. 유 장관은 전에 TV에서 많이 봐서, 강 장관은 하도 비판을 많이 받아 언론에 이름이 많이 올라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똑같은 질문을 일반 국민들에게 하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십중팔구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국민 상당수가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가 기획재정부ㆍ지식경제부로 이름이 변경됐고 금융위원회가 새로 설치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중산ㆍ서민층이 경기침체에 빠듯하게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요즘 장관 이름 기억 못하는 게 별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무관심도 탓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공무원의 머리를 아프게 한 것은 그 이면에 현 정부와 내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냉소가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냉소와 불신이 그 공무원의 친구에 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명박(MB) 정부 출발 당시 고소영 내각부터 대운하 추진,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 일련의 사태에서 국민들로 하여금 ‘국민의 정부’가 아닌 ‘그들만의 정부ㆍ내각’으로 인식하게끔 만들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의 환율 정책으로 도산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에서는 ‘물러날 사람이 아직도 정책을 이끌고 있다’는 격한 반응도 나오고 있는 게 작금의 모습이다. ‘소통의 부재, 대화의 단절’ 등 현 정부와 국민 사이를 비유한 표현이 적지 않지만 현장에서 전해오는 정부에 대한 평가는 이보다 냉혹하다. 심지어는 녹을 먹는 공무원 사이에서도 MB를 좋아하는 부류가 거의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MB 정부는 요즘 쇠고기 파동 등으로 ‘잃어버린 6개월’을 회복하기 위해 쉴새 없이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세제개편, 신성장동력 확충, 세입ㆍ세출 시스템 개편 등 굵직한 대책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대책에 대해 시장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정부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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