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다 나라 살림은 어려운데 공무원들의 임금 상승률은 최근 몇 년 동안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낮은 물가 상승률, 민간 기업들의 임금 상승률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나 홀로’ 오름세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3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내년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3.5%로 정해졌다. 이는 내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3.7%)보다는 0.2%포인트 낮지만 올해 공무원 임금 상승률인 3.0%보다 0.5%포인트 오른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추이를 보면 총지출 증가율과 공무원 임금의 격차는 갈수록 좁혀 지고 있다. 현 정부 첫해와 다음 해 총지출 증가율과 공무원 임금 상승률의 격차는 각각 2.3%포인트, 2015년은 1.7%포인트였다. 올해는 총지출 증가율과 0.1%포인트 차이로 역전됐고, 내년은 차이가 0.2%포인트에 불과하다.
공무원들의 임금 인상률은 보통 경기 상황, 물가 상승률, 민간 기업의 임금 상승률과의 격차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여기다 공무원 노조의 임금 협상력이 어느 정도 작용한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올해는 물론 내년도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정부는 올해 2.8%, 내년 3.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굉장히 낙관적이다. 정부 산하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포함해 대다수 기관은 2%대 중반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 역시 0~1%대를 오가는 저물가 상태로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경기 불황으로 민간 기업들(5인 이상 사업장 기준)의 임금 상승률은 2014년 2.5%, 2015년 3.5% 오르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내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이 같은 요인을 뛰어 넘는 다른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다. 현 정부 들어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2013년 2.8%, 2014년 1.7%, 2015년 3.8%, 2016년 3.0% 등의 흐름을 보여왔다. 2014년의 경우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금개혁 등으로 불만이 커진) 공무원들의 사기를 살려야 한다”며 강하게 밀어부친 결과 큰 폭으로 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도 상승률이 1.7%로 낮았던 점도 고려됐다.
올해도 비슷한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금액이 줄어든 만큼 보상 차원에서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논리가 먹혔다는 얘기다. 여기다 내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100만 명이 넘는 공무원과 그 가족들의 표심도 고려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나라 곳간은 비어 가는데 공무원들의 임금이 안정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현 정부 들어 5년 동안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 규모는 155조 8,000억원에 이른다. 재정적자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도 이 때문에 적극적인 확장 재정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재량지출을 10%씩 일괄 삭감한데 이어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전 분야에서 예년과 비교해 보수적으로 편성하는데 그쳤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