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는 인체 내에 들어온 병원체를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500개 이상의 림프절과 림프관이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다. 림프절은 특히 겨드랑이, 사타구니, 목구멍(인후) 등 부위에 많이 모여 있으며 크기는 수 ㎜~2㎝ 정도다. 감기에 걸렸을 때 편도가 붓는데 목구멍에 들어온 바이러스에 대응해 림프절의 일종인 편도 안에서 항체를 만드는 B림프구를 포함한 백혈구가 증식하기 때문이다.
림프구는 항체를 만들어 항원을 물리치는 B림프구(체액성 면역), 세포독성 물질을 분비해 항원을 물리치는 T림프구(세포성 면역), 다양한 표적 세포에 비특이적인 독성 작용을 하는 자연살상세포(NK세포)로 구성된다.
림프종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면역세포의 발생과 성숙과정에서 여러 후천적 요인에 의해 성숙된 B림프구가 무한증식해 암으로 바뀌게 된 질환이다. 림프종의 원인은 대부분 알 수 없으나 비정상적인 면역조절이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된다.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면역억제제를 쓰거나 고령·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에이즈) 등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그 예다. 일부 유형의 림프종은 헬리코박터균, 엡스테인-바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어 제균·항생제 복용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림프종은 암세포가 처음 발생한 부위와 가까운 곳을 침투하는 호지킨림프종과 원거리 림프절, 간·폐·골수·피부·위장관계·뇌척수액·신경·생식기관 등 림프구 세포가 머무는 곳과 그 주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비호지킨림프종으로 나눌 수 있다. 비호지킨림프종이 95%가량을 차지하며 어떤 부위를 침범했느냐에 따라 기침·통증·흉통 등의 소견부터 소화불량·체중감소·식은땀 등 비특이적인 증상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암세포의 공격성, 표준치료에 반응하는지 여부 등에 따라 온순형·공격형 림프종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호지킨림프종은 온순형에 속한다.
다만 뇌·신경·생식기관·골수를 침범한 경우 예후가 매우 나쁘다. 세포유형과 무관하게 5~10% 정도에서 이 부위를 침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표준항암제와 함께 신경계통 재발을 막기 위해 척수항암제를 추가로 사용하곤 한다. 림프종은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양과 병리학적 특성 등에 따라 60여개 유형으로 나뉘기 때문에 치료방법도 매우 다양하다. 난치성 림프종의 경우 항암치료 후 조혈모세포 이식 등으로 재발을 방지하는 적극적인 치료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위장관·안구에 국한돼 있는 경우 방사선치료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림프종의 전체적인 완치율(5년 생존률 기준)은 약 70%. 저위험군은 70~95%, 고위험군은 30~40% 수준이다. 림프종 환자 300명을 일반 항암제로 치료하면 대략 200명(67%)이 완치된다. 100명(33%)은 약이 안 듣거나 재발하는데 이 중 50명에게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를 하면 25명이 반응을 보이고 10명이 완치된다. 70%가 완치되고 30%가 사망하는 셈이다.
림프구가 림프절을 따라 전신을 돌아다니는 만큼 대부분의 림프종은 크기에 상관 없이 전신 항암치료를 하는 게 기본이다.
조석구 서울성모병원 림프·골수종센터장은 “림프종 환자 10명 중 4명 이상을 차지하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항암치료를 거듭할수록 재발률이 높아지고 치료율이 급감한다”며 “그래서 특수 면역치료 혹은 조혈모세포이식 등의 방법으로 재치료해 완치율을 40~50% 정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면역·세포치료도 확산되고 있다. 암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항원을 제거하는 치료제가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와 병합해 사용하기도 하고 항암제가 안 듣거나 재발한 환자에게 단독으로 쓰기도 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리툭시맙과 이브루티닙이 많이 쓰인다.
조 센터장은 “자체 개발한 면역·세포치료제도 임상 1상을 마쳤거나 1상을 진행 중”이라며 “재발성 림프종으로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경우 환자의 장기를 공격하는 이식편대숙주질환 같은 거부반응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