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북미협상 결렬] '결렬 가능성' 상상도 못한 靑...文 '신한반도체제' 차질 불가피

■침통한 청와대

오늘 3·1절 기념사 통한 '남북경협 구상' 제시 타격

文, 트럼프와 결렬배경 공유...靑 "대화 유지에 노력"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가 결렬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공개일정을 모두 비우고 북미회담 상황을 지켜봤으나 끝내 기다렸던 소식은 듣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6시50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5분간 통화하며 북미협상 결렬 배경 등을 공유했다.

한반도 운명의 키를 쥔 북미 정상이 비핵화 합의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고비마다 ‘중재자’를 자처하며 대화의 불씨를 되살려온 문 대통령의 노력도 빛이 바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남북경협’을 핵심으로 한 신한반도체제 구상을 밝히기로 했으나 이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청와대 안보라인은 이날 오후까지도 북미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한미 간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회담 결렬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크게 타결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두 정상은 그런 기대치에 이르지 못해 최종적 합의와 타결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미국과 북한이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나가면서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도록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 간 합의가 결렬됐으나 중재자로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날 회담 결렬 가능성을 사전에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2시10분 브리핑에서도 “문 대통령이 북미 공동성명 서명식을 집무실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과 함께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김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서 북미가 종전선언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해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고 문 대통령이 신한반도체제 구상 등을 미리 언급한 것 역시 다소 성급한 행보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북미 정상이 합의에 실패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춘추관 기자들과 참모들 사이에서는 탄식과 실망감이 터져 나왔다.

관련기사



28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 ‘더 비스트(캐딜락 원)’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인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을 빠져나오고 있다.  /하노이=AFP연합뉴스28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 ‘더 비스트(캐딜락 원)’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인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을 빠져나오고 있다. /하노이=AFP연합뉴스


28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경호차량들이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인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을 빠져나오고 있다.  /하노이=AFP연합뉴스28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경호차량들이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인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을 빠져나오고 있다. /하노이=AFP연합뉴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구상해 3·1절 기념사를 통해 구체화하기로 했던 신한반도체제가 당분간 구체화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도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고 밝혔다. 또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물을 지렛대 삼아 △남북 철도 연결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을 적극적으로 주도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미 정상이 회담에서 어떠한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하면서 남북경협 제재유예 등은 상당 기간 추진할 수 없는 과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향후 북한과의 대화로 타결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자”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동의하며 “외교경로를 통해 협의해나가자”고 답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해 결과를 알려달라”며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당부했다.

윤홍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