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요인의 하나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방미를 지목하며 날을 세웠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과의 대화에서 남북 경제협력에 반대 의사를 밝혀 미국의 대북 기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문 특보는 1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공직자 평화·통일 특강에서 “나 원내대표가 펠로시 의장을 포함해 민주·공화당 정치인들을 만나 ‘남북경협 안 된다. 남측이 비무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이게 미국 정가의 (대북 강경) 분위기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 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에서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저는 펠로시 미 하원의장으로부터 북한이 비핵화는 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무장해제를 추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운운하고 있어 한미 간 엇박자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 대표의 연설 후 여야 관계가 급속 냉각된 상황에서 이날 문 특보의 발언으로 여야 관계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 특보는 하노이회담 결렬의 또 다른 원인으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변수’를 함께 꼽았다. 나 대표와 미국 측까지 싸잡아 비판한 셈이다. 문 특보는 “볼턴 보좌관이 좀 이상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미일 3국 안보보좌관 회의를 제안했을 때 볼턴 보좌관이 콜롬비아를 방문해 베네수엘라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거절했는데 갑작스레 하노이에서 발견됐다”며 “볼턴이 점진적 해결 방식을 완전 제쳐버리고 ‘빅딜(일괄타결)’을 주장한 것이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