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중국경제의 향방은 U자형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집행 가능한 대규모 프로젝트 존재

기술혁신으로 산업구조 고도화 추진

유가 하락도 중국 경제에 반사이익

코로나 진정 땐 3분기부터 정상화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가 엉망진창이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소위 MICE 비즈니스가 올스톱했다. 항공사·에너지·자동차·공유오피스도 휘청거리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가 앞다퉈 코로나19 이후 경제의 향방을 전망하고 있다. V·U·L·I·나이키 형을 점치고 있다. 국가자본주의, 비민주적정치, 정보공개 불투명성 등의 오명을 제쳐두고 순전히 경제만을 떼어내 점친다면 어떨까. 중국은 V자에 비슷한 U자형으로 회복될 것이다. 2·4분기의 조정을 거쳐 3·4분기부터 정상화될 것이다.

유사사례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03년 사스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다. 2008년의 경우 4조위안(약 700조원) 규모의 프로젝트 실행이 있었다. 고속철을 앞당겨 착공하는 등 교통 인프라 확충, 서민주택건설, 산업구조조정, 사회보장체계 구축 등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 중 고속철사업이 가장 눈에 띈다. 당초 2025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말 총계획연장 3만7,710㎞를 완성하게 된다. 5년 앞당겨 건설한데다 인구 50만 이상 도시를 대부분 연결한다. 인적 이동은 물론 물류를 일신했다. 경제적 효과가 엄청나다. 현 중국 경제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획기적으로 신장된 결과다.


아직 집행 가능한 상징적인 대규모 프로젝트가 있다. 환발해만을 직선으로 이어주는 3,000억위안 규모의 옌타이-다롄 해저터널(123㎞) 연결 프로젝트다. 베이징 남부 슝안신도시 개발도 있다. 이 두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고 착공되거나 가속화될 것이다. 여태껏 경제 개발의 사각지대였던 둥베이 지역(소위 만주 지역)이 중원 지역 경제와 연결되는 것이 주목된다. 초거대 경제권역이 탄생할 것이다.

관련기사



1인당 소득 1만달러를 막 넘긴 중국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산업 구조고도화 추진에 대한 정책 명분도 제공했다. 우리는 1인당 소득 1만달러를 갓 넘기고 외환위기를 맞았다. 극복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났다. 현 시진핑 체제가 기술혁신에 중점을 두는 만큼 상당한 산업 구조고도화가 예상된다. 유가 하락도 중국 경제에 반사이득을 가져다준다. 지난 5년간 연평균 2,300억달러어치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물량으로 4억~5억톤 정도다. 유류 추가 비축의 호기가 되기도 하고 무역 수지흑자 감소폭도 줄여줄 것이다.

코로나19는 1·4분기에 일어났다. 중국에서는 통상 1·4분기에는 투자가 활발하지 않다. 최대·최장 휴일인 춘제가 있고 전국인민대표대회가 3월 초에 있기에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재정자금 집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도 정기국회가 연기된 만큼 새로운 상황을 감안한 예산안 재조정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의 발표대로 코로나19 사태가 이미 통제 가능하게 됐다면 3·4분기부터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언젠가 집행할 국책 사업에 막대한 물력을 투입할 것이다. 원격의료 활성화 등 사회적 격리를 버틸 수 있는 비상체계 점검도 있을 것이다. 도시화율이 60%를 넘어선 만큼 농촌 지역 주거환경 개선에도 주력할 것이다. 그만큼 신규투자 여지가 높다. 후발발전국가의 이점이다.

이번 사태로 세계공급 사슬에서 중국의 역할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2019년 세계 경제 17%, 무역 12%, 세계 경제 성장기여율 35%를 점유하고 있다. 연 1억7,000만회의 해외여행은 세계관광업과 명품업계를 먹여 살리고 있다. 중국 없는 세계공급사슬이란 상상할 수 없다. 그만큼 탈중국을 외치기가 쉽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마저도 흐지부지될 소지가 있다. 이번 위기극복과정에서 또 한번 획기적으로 도약할지도 모른다. 중국의 입김은 더욱 세질 것이다. 동북아정치·경제질서도 요동칠 수 있다. 중국을 단순히 추수한다고 답이 될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 더 영악해져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