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불법합병·회계부정 의혹을 받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다시 구속의 기로에 놓이면서 검찰과 삼성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보고를 받거나 지시하지 않았다”는 주장 아래 전직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들로 철통방어선을 꾸렸다. 검찰은 역시 이복현(사법연수원 32기)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등 특수통이 선봉에 나선다. 이 부회장 구속을 사이에 둔 전현직 특수통의 격돌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8일 법원에서 열리는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는 이 부장검사를 비롯해 최재훈(사시 35기) 부부장검사, 의정부지검의 김영철(사시 33기) 부장검사 등이 나선다. 검찰 현직 특수통들이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 사유로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한가운데에 이 부회장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 과정이 경영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경영승계 프레임’으로 이 부회장이 각종 의혹의 정점에 있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은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을 연이어 소환하면서 불법합병·분식회계 과정에 이 부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며 “이 부회장의 주거가 일정한 만큼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는 혐의가 중대하고 또 이를 덮기 위해 삼성 측이 증거인멸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 가지 구속 사유 가운데 도주 우려를 제외한 혐의의 중대성 및 소명 여부, 증거인멸 우려 등을 강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 측은 김앤장 등 대형 법무법인(로펌)과 함께 검찰 출신 특수통 변호사를 전진 배치했다. 검찰 내 대표적 ‘칼잡이’로 꼽히던 최재경(사시 17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필두로 김기동(사시 21기) 전 부산지검장, 이동열(사시 22기) 전 서울서부지검장, 최윤수(사시 22기) 전 국가정보원 2차장 등이 변호인단에 포진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 측이 ‘다툼이 있는 등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부분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앞선 검찰 조사에서 “(합병 등 과정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밝힌 점을 강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이 ‘도주는 물론 증거인멸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도 예상되는 방어논리다. 전직 특수통들이 혐의 부인과 함께 구속 사유 세 가지 모두 해당 사항이 없다고 주장하는 ‘철벽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법조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 측은 수사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고의로 조작한 적이 없고 승계 프레임도 잘못된 확대해석이라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며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을 이야기하겠지만 기존 입장대로 혐의가 소명되지 못한 점을 강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불안요소를 꼽는다면 일부 전직 임원들의 진술”이라며 “이들이 ‘이 부회장이 보고를 받거나 지시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밝혔다고 알려진 점은 삼성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