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556조 슈퍼예산 "삭감" 외치더니...與野없이 "지역구에 예산 더 달라"

<상임-예결위 예산심사 분석>

상임·예결위 거치자 11조 늘어

사업 몰린 국토·산자 兆단위 껑충

"미래세대 빚" 비판 野도 증액요구

국회...



올해도 여야 국회의원들이 정부 예산안에 없던 내용을 추가해 많게는 수천억원의 혈세를 더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역대 최대의 적자국채(약 90조원)를 찍어 만든 556조원 규모의 예산을 대거 삭감하겠다던 야당 의원들은 막상 예산을 심사할 밀실에 들어가자 지역 사업에 혈세를 더 쓰라며 증액을 무더기로 요구했다. 여야가 지역구 사업 증액을 관철하기 위해 싸우느라 올해도 예산소위를 넘어 소소위까지 가서야 내년도 예산안이 조정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이 확보한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과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 심사자료’에 따르면 전일 기준 11개 상임위에서 11조1,254억원이 증액됐다.


기획재정위원회(-100억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임위가 예결위를 거치며 예산이 증액됐다. 올해도 역시 지역구 사업이 몰린 국토교통위원회(2조3,725억원)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1조4,191억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2조3,432억원) 등이 조 단위로 예산이 늘었다.



‘혈세 챙기기’에는 여야가 없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556조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15조원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상임위·예결위 예산 심사자료를 보면 적극적으로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나랏빚을 걱정하며 “미래의 고통을 디딤돌 삼지 말라”고 비판한 지역구 A 의원은 지역구 주민들이 정보기술(IT)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며 예산안에 없던 혈세 660억원을 신규로 요청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지적했던 B 의원도 수십 개의 지역 사업에 작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증액을 요구했다. 또 지역 소상공인의 홍보활동을 지원한다며 10억원을 증액한 사례도 있었고, ‘탈원전’을 반대하는 당론에도 불구하고 원전과 관련된 ‘민간환경감시기구’의 인건비·운영비가 필요하다며 24억원가량의 예산을 늘리라는 의견을 반영하기도 했다.


의원 여러 명이 힘을 합쳐 지역 일자리와 기업,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간접자본(SOC)과 지역 산단 사업에 수백·수천억원의 예산 증액을 요청한 내역도 수두룩하다. 수도권 제2 순환고속도로 공사에 돈이 더 필요하다며 본예산(2,654억원)에 육박하는 2,489억원을 증액을 요청했고, 호남 고속철도도 2,000억원을 늘리라는 의견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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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역 스마트 산단에 선도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며 약 456억원 규모의 증액을 요구한 데 이어 지역에 특정산업진흥원을 신설해 이전한다며 752억원의 증액을 요구했다. 또 산단에 사물인터넷(IoT) 기반 편의시설을 늘려달라며 8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배정했다. 디지털 뉴딜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약 21조원)’ 사업 예산 절반을 깎겠다던 야당은 지역 산단의 스마트화 지원 등 수십개의 사업에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지역 경찰서 챙기기도 여전했다. 의원들은 지역구 파출소와 지구대를 신축하거나 보수하는데 작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3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추가로 배정했다.

이렇게 증액된 예산이 모두 최종안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예산소위에서 시급하지 않은 사업은 걸러낸다. 하지만 의원들 간 합의가 되지 않으면 결국 속기록도 남지 않는 예산 ‘소소위’를 만들어 강제 조정을 거치는 것이 관례다. 지역구 예산을 조정하느라 예산 처리가 늦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의원들은 ‘혈세 챙기기’가 구조적인 요인이라고 항변한다. 예산을 따내지 못하면 지역 민심도 싸늘해진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정부에 지자체가 예산을 요구하면 사업성을 문제 삼아 ‘의원실을 통해 추후에 요구하라’고 한다”며 “공약으로 내걸거나 지역이 원하는 역점 사업을 지역구 의원이 성사시킬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김혜린기자 bluesquare@sedaily.com

0316A03 연도별 예산과 총지출 증가율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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