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주브린 화성협회 회장 "韓, 민간 우주기업 육성에 성패 달려…美 SBIR 벤치마킹 필요"

[미리보는 서울포럼 2022-기조강연 로버트 주브린 화성협회 회장]

韓 위상 높이려면 '국제 우주채굴권 특허청' 설치 검토

민간 주도 개발땐 날씨 예측·통신 고도화 등 혁신 기대

국가안보에도 중요성 커…선진국과 우주협력 모색해야




서울포럼 2022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는 로버트 주브린 화성협회 회장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산하 연구소인 '에임스연구센터'에서 강연하고 있다.서울포럼 2022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는 로버트 주브린 화성협회 회장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산하 연구소인 '에임스연구센터'에서 강연하고 있다.




최근 우주개발에 적극 뛰어드는 국가들의 면면을 보면 미국·러시아·중국 등 전통 우주 강국 외에도 아랍에미리트(UAE)·룩셈부크르 등 작은 나라도 눈에 띈다. 이들 국가의 특징은 정부 주도로 우주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정치권 차원에서 강력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UAE는 우주개발을 총괄하는 ‘우주청’을 설립한 후 끊임없는 투자를 통해 지난해 전 세계 다섯 번째로 화성 탐사 위성 발사에 성공했고 룩셈부르크는 우주개발로 확보한 자원에 대해 배타적 권리를 보장하는 ‘우주자원법’을 제정했다. 이 같은 제도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우주 스타트업을 끌어모으고 있다.

로버트 주브린 화성협회 회장(파이오니어애스트로노틱스 회장)은 한국의 우주개발 역량과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주 연구, 행성 탐사, 국가 안보, 민간 스타트업 지원 등을 총괄하는 정부 차원의 우주 기관 설립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브린 회장은 세계적인 우주공학자로 1996년 파이오니어애스트로노틱스를 설립해 우주선 발사, 로봇 탐사 등 50개가 넘는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화성 탐사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화성협회(Mars Society)를 창립했다. 다음 달 15~16일 ‘대한민국 신성장 전략:담대한 도전-우주에서 길을 찾다’를 주제로 열리는 서울경제의 ‘서울포럼 2022’에서 글로벌 우주개발 동향과 미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주브린 회장은 “정부 우주 기관의 역할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민간 우주 기업을 키우는 것”이라며 “우주개발이 민간 기업 주도로 바뀌는 ‘뉴스페이스’ 시대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다른 우주 선진국을 벤치마킹해 예산 지원으로 우주 스타트업 육성 체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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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중소기업 혁신 연구(Small Business Innovative Research·SBIR)’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나사는 매년 예산의 1%를 적립해 우주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등에 지원한다. 그는 “미국 기업들은 매년 나사 기금을 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며 “이 같은 방식은 새로운 특허 기술을 개발하고 우주 관련 스타트업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우주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려면 우주 서비스 기관 설립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가 제시한 모델이 바로 ‘국제우주채굴권특허청’이다. 1967년 제정된 우주조약에 의해 어떤 나라도 우주에서 배타적인 주권을 주장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행성이나 달 탐사에 성공한 국가에 채굴·개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는 “한국이 이러한 채굴권을 상호 인정하는 권리 사무소를 설치하고 우주 선진국으로부터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다면 전 세계 우주산업에서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브린 회장은 로켓, 인공위성, 달·화성·소행성 탐사 등 우주개발이 미래 인간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로켓으로 인간의 개척 영역을 지구에서 우주로 넓히는 데 성공했으며 재사용 로켓은 대륙 간 여행 시간을 단축해 지구상 어느 곳이라도 1시간 내에 갈 수 있게 만든다”며 “우주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은 날씨 예측, 자원 원격 감지, 통신 고도화에 더욱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민간 기업의 발전 속도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 등이 우주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스페이스X는 재사용 발사체를 도입해 우주에서 먹는 점심을 훨씬 저렴하게 만들었고 대형 위성통신 발사를 통해 우주인터넷 같은 사업 계획을 실용화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민간 우주정거장에서 단단한 진공(Hard vacuum)과 무중력의 특성을 이용한 제품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보 강화 측면에서 우주개발 기술이 더욱 고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주 기술이 국가 안보를 좌지우지하는 결정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 미사일을 발사해 러시아 군함을 격침시킨 바 있다. 주브린 회장은 “미국이 걸프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우주개발 기술을 활용했고 현재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버티는 것도 스타링크 통신, 미국 정찰위성, GPS 유도탄 등 우주 자산 덕분”이라며 “미래의 전쟁에서는 우주력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주개발에서 국제 협력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우주 강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와 서방세계 국가들 사이의 우주 협력은 현재 거의 단절된 상황이다. 그나마 미국이 캐나다·유럽·일본을 포함한 우방국들과 함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등을 통해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주브린 회장은 “한국도 전 세계의 우호국들과 국제 우주 임무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며 “한국의 원자력 기술이 달·화성 탐사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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