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00km까지 날아가는 민들레 보고…무동력 비행체 설계했죠"[서울포럼 2022]

[유스포럼-열정으로 가득찬 '과학 꿈나무' 경연]

5만원짜리 '초저가 컴퓨터'로 드론 잡는 레이저

외계행성 생명체 존재·주거 가능 여부 판단 등

실생활서 우주까지 다양한 연구 발표에 열기 후끈

15일 서울 광장동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개막한 ‘서울포럼 2022’의 부대 행사로 열린 유스포럼에서 수상을 한 학생들과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15일 서울 광장동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개막한 ‘서울포럼 2022’의 부대 행사로 열린 유스포럼에서 수상을 한 학생들과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15일 ‘서울포럼 2022’ 본행사에 앞서 서울 광장동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유스포럼:과학의 미래를 말하다’는 부대 행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한국의 미래 과학기술을 이끌 10대 꿈나무들이 본인들이 연구한 내용을 직접 대중에게 설명하고 심사위원들로부터 평가받는 자리다. 지난 1~2년간 학생들이 연구한 과학 주제와 실험 과정, 연구 결과와 시사점을 조리 있게 설명하자 관객은 물론 전문가들의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는 9개 팀 15명의 학생들이 약 7분간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3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발표는 박시현·최동화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학생(팀명 SASA)이 맡았다. “전쟁 무기 드론이 군사시설이 아닌 인간에게 총을 겨누면 과연 막을 수 있을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으로 발표를 시작한 이들은 5만 원에 구할 수 있는 라즈베리파이 싱글모듈 컴퓨터로 드론을 잡는 레이저를 개발해냈다. 자신들이 만든 안티레이저의 추적 성공률이 71%에 달하고 줌인렌즈를 이용해 10m 떨어진 곳에서도 추적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등학교의 신민준 학생은 ‘메틸기 공여체 식단으로 유도된 DNA 메틸레이션이 갈색거저리의 외골격 색소 형성’에 대해 설명했다. 한마디로 말해 유전뿐 아니라 식단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곤충의 몸 색깔이 변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신 군은 이번 연구를 위해 갈색거저리 500마리를 모집단으로 했다.

김나연 한국켄트외국인학교 학생은 물에 완전히 녹는 기저귀와 여성용 생리대 등을 만들 수 있는 연구의 길을 제시했다. ‘알긴산과 칼슘을 조합해 수분 흡수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했다는 그는 “알긴산은 바닷속 해조류에서 구할 수 있어 공급이 아주 쉽고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냄새가 고약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질문에는 “향도 전혀 나지 않는다”며 “식물 추출물을 이용해 향을 직접 넣어볼까 고민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질량이 크다 보니 안정성이 떨어져 순식간에 붕괴하는 뮤온을 발견하고 검출하는 실험을 소개한 팀도 있었다. 김비완·이소은·조가람 숭의여자고등학교 학생(팀명 뮤야호)은 뮤온의 검출 프로젝트 결과를 공유했다. 상대성이론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수준에서 뮤온 검출 프로젝트에 도전한 것만으로도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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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호 채드윅국제학교 학생은 “동형 암호를 이용하면 안전한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오프라인 투표의 경우 비효율성과 문제점이 있는 만큼 해킹과 변조의 문제를 해결하면 온라인 투표가 대세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 군은 동형 암호 기술을 기반으로 직접 투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시현하기도 했다.

“양자역학이 정말 맞을까”라는 다소 도발적인 주제로 시선을 끈 팀도 있다.

서지완·유현동 한국과학기술원부설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팀명 Eigen)은 ‘벨-유형 부등식 위반의 검증과 개선된 부등식의 제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세 가지 방식으로 부등식의 위배를 검증했고 양자역할의 간접적 타당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과학철학에 관심이 많았다는 두 학생은 이번 연구를 통해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실험적으로 검증해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서영·박준형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등학교 학생(팀명 민들레)들은 민들레 씨의 비행 방식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무동력 비행체의 가능성을 살폈다. 바람만 만나면 100㎞까지 날아가는 민들레를 보고 무동력 비행체를 1년여간 연구했다는 두 학생은 나일론실 등으로 관측체를 만들고 낙하 실험을 진행했다. 민들레 씨의 비행 방식을 적용한 관측체 제작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로부터 추후 무동력에 적용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는 평가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 밖에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제주의 이지성 학생은 머신러닝으로 외계 행성을 연구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향후 외계 행성의 생명체 존재 및 주거 가능 여부 판단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거주 가능한 우주 행성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면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최서인·최서윤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등학교 학생(팀명 SISY)들은 카페인이 인간의 뇌에 주는 영향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인간의 간세포와 뇌세포를 사용해 설문이 아닌 실험적으로 카페인이 우울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해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심사는 이날 포럼에서 강연을 맡은 서은숙 메릴랜드대 물리학부 교수와 이희권 한국과학기술지원단 부단장, 김선주 한국과학창의재단 위원,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가 맡았다. 발표 방식의 참신성(20점), 내용의 적절성(20점), 내용 전달의 정확성(30점), 발표력 및 흡입력(30점) 등의 기준에 따라 세 팀의 수상자를 선정했다.

대상은 김서영·박준형 학생(팀명 민들레)이 거머쥐었다. 최우수상은 서지완·유현동(팀명 Eigen) 학생, 우수상은 신민준 학생이 차지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100만 원,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50만 원,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3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김민석 기자·김태영 기자·김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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