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태평양제도포럼






미국 고위급 대표단이 4월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에서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를 만나 “중국군의 배치가 현실화할 경우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과 안보 협정에 서명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협정에는 중국 함정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하고 물류 보급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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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제도포럼(Pacific Islands Forum·PIF)에 소속된 솔로몬제도 등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있었다. 하지만 팽창주의를 노골화하는 중국의 입김이 세지면서 이 지역이 미중 패권 전쟁의 주요 무대로 부상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이 미국·영국 등이 주도하던 ‘남태평양위원회’에 반대하면서 독립과 협력을 위해 1971년 남태평양포럼을 창설했다. 이어 2000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으며 경제 개발 등 공동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합의제 방식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 현재 회원국은 호주·뉴질랜드·피지·파푸아뉴기니·솔로몬제도·통가·마셜제도·팔라우·키리바시 등 16개국이다.

이 가운데 호주와 뉴질랜드를 제외한 남태평양 섬 14개국의 인구는 약 1220만 명에 불과하다. 총면적은 약 52만㎢로 태국과 비슷하고 구매력 평가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530억 달러에 그친다. 하지만 전략적 가치는 국력 이상으로 크다. 국제기구에서 다른 국가들과 동등한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태평양 항로가 이들의 수역에 있는 것도 강점이다. 또 미국의 주요 군사 거점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대가 마셜제도에 있고 미 국방부의 고주파 레이더 시스템이 팔라우에 구축돼 있다.

중국이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은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에 지원금을 늘렸다는 소식이다. 호주의 로위연구소는 태평양제도포럼에 대한 중국의 지원금 총액은 다소 줄었지만 이들 두 국가에 대한 지원금은 상당한 수준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의 기 싸움이 전 세계 곳곳에서 가열되면서 한반도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안보와 국익을 지키려면 미국과의 가치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중국의 팽창주의에 휘둘리지 않도록 고차원적인 실용 외교를 펼쳐야 한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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