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북 연락선을 모두 끊은 것은 물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겠다는 위협을 가했음에도 정부가 사무소 전체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계속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사업을 강행하는 취지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단독] 아무도 없는데... 남북연락사무소 시스템 통째로 '업그레이드'
15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는 지난 12일 오후5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신규 그룹웨어 도입 및 자료관리 시스템 구축사업’ 사업자를 찾는 공고를 조달청을 통해 또다시 냈다. 사무처는 당초 이달 11일까지 사업 지원을 받았으나 업체 한 곳만 단독 응찰해 한 차례 유찰됐다. 두 번째 입찰 마감기간은 오는 23일이다.
통일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 시스템을 사실상 통째로 교체할 계획이다. 기존에 쓰던 소프트웨어와 자료관리 시스템은 상호 연계성이 낮아져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판단 때문이다. 해당 사업에는 그룹웨어 구축에 필요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는 물론 전자결재 시스템, 별도 포털, 게시판, 메일, 업무용 메신저 등이 모두 포함됐다. 사업기간은 60일이며 총금액은 5,860만원이다.
지난 1월30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남측 인력을 태운 차량이 경기 파주 통일대교를 통과해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미 남북 연락선이 다 끊긴데다 김 제1부부장이 최근 사무소 철거·폭파까지 암시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는 데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단독] 北김여정 '폐쇄' 지시에 남북연락사무소 첫 연락두절
실제로 첫 공고가 나간 직후인 4일 김 제1부부장은 노동신문을 통해 “남조선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따라 세우지 못한다면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북한은 8일 오전 한 차례 남측의 연락을 거절한 뒤 9일부터는 완전히 연락을 차단했다. 통일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11일 사무소 업그레이드 사업 관련 첫 입찰을 진행하고 12일 재입찰 공고까지 낸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나아가 13일 밤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 관변매체 노동신문은 15일에도 ‘끝장을 볼 때까지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 “이미 천명한 대로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질 것”이라며 김 제1부부장의 지시를 재확인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재인 정부의 제1차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에 근거해 2018년 9월14일 설치됐다.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사용하던 4층짜리 건물을 쓴다. 1월30일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남북 상주 인원이 모두 철수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스템 업그레이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기존 통일부와의 호환성·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한 업그레이드 차원”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객관적으로 해소됐다고 보일 때 개성으로의 복귀 시점을 북한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