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북한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5개월째 비어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각종 소프트웨어 등 관련 사무 시스템을 돌연 최신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2018년 9월 사무소가 개소한 지 불과 1년9개월 만이다. 해당 사무소는 코로나19 이후 남북의 첫 재접촉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후 있을 교류 재개를 미리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통일부에 따르면 통일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는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신규 그룹웨어 도입 및 자료관리 시스템 구축사업’ 사업자를 찾고 사무 시스템을 사실상 통째로 교체하기로 했다. 그룹웨어란 컴퓨터로 연결된 작업장에서 협업을 지원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을 말한다.
해당 사업에는 그룹웨어 구축에 필요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는 물론 전자결재 시스템, 별도 포털, 게시판, 메일, 업무용 메신저 등이 모두 포함됐다. 사무처는 그러면서 향후 확장성도 보장된 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주문했다. 사업기간은 60일이며 총금액은 5,860만원이다.
통일부가 이렇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나선 것은 기존에 쓰던 소프트웨어와 자료관리 시스템은 상호 연계성이 떨어져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판단 때문이다. 통일부는 최신 기술을 적용한 새 그룹웨어를 구축하면 조직 경쟁력과 문서보안 능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1월30일부터 폐쇄된 상태라는 점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정부는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닫던 북한의 요청으로 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하고 상주인원 58명(당국자 17명, 지원인력 41명)을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서울사무소로 철수시켰다. 사무소에서 남북 실무자들이 대면으로 접촉하는 대신 현재는 전화·팩스선을 사용해 하루 두 차례 정례 연락만 취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환경은 더욱 악화돼 사무소가 언제 다시 문을 열 지도 미지수다.
통일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는 이에 대해 “(이번에 도입할 신규 사무 시스템은) 사무소 자체 문서관리 시스템 구축을 목적으로 하며 사무소 고유 서버에 설치할 계획”이라고만 답했다. 북한 개성 지역에는 현재 남한 사람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만큼 당장은 서울사무소에만 설치할 공산이 크지만 남북 교류가 곧 재개되면 이를 개성사무소에도 설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통일부는 코로나19 상황이 해소되는 대로 개성사무소로 복귀하기 위해 유관기관들과 해당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7일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간 통신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도 “남북이 화상회의로 대화하려면 기술적으로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시스템 업그레이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기존 통일부와의 호환성,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한 업그레이드 차원”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객관적으로 해소됐다고 보일 때 개성으로의 복귀시점을 북한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재인 정부의 제1차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에 근거해 2018년 9월14일 만들어졌다가 1년4개월만 운영된 채 문을 닫았다.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사용하던 4층짜리 건물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