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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여행 ‘공공의 敵’ 항공기는 왜 결항되는 걸까?

복잡한 공항, 강화된 보안검색, 극심한 난기류, 그리고 자신의 집인 듯 떠드는 옆좌석의 승객까지. 항공여행을 짜증나게 하는 요인은 하나 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고의 왕좌는 따로 있다. 아예 여행을 떠날 수 없게 만드는 결항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서만 연평균 500편 결항


결혼기념일을 맞아 큰 맘 먹고 아내와의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이번 여행을 위해 업무 스케줄을 조정하느라 한 달여간 고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 당일 벅찬 마음으로 집을 나서는데 짙은 안개가 온 도시를 감싸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항에 가보니 전광판은 온통 '결항'이라는 두 글자로 가득하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상황에 직면해 당혹스런 표정을 한 사람들을 TV 뉴스에서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항공여행을 앞두고 거센 비라도 내리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막연한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항공기와 항공관제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 같은 항공기 결항은 과거에나 지금이나 꾸준히 발생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결항되는 항공편이 연간 2만여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천국제공 항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만 무려 641편의 항공기가 결항됐다.

지난 5년간 추이를 보면 2006년 415건, 2007년 519건, 2008년 560건, 2009년 368건 등 연평균 500편의 항공기 결항 사태가 발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1편 이상의 항공기 승객들이 예정된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공항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얘기다.

날씨 아닌 항공기 부족이 더 문제

그렇다면 과연 항공사들은 어떨 때 항공기 이륙을 취소하는 것일까. 아마도 일반인들은 기상문제가 최대 요인이라 생각할 것이다. 몇몇 국가들은 싱겁게도(?) 이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다수 국가들은 다르다.


날씨로 인한 결항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결항 원인 통계를 보면 지난 5년간 안개, 폭우, 폭설, 강풍, 뇌우, 한파, 황사 등 날씨가 원인이 되어 국내에서 항공기 이륙이 취소된 사례는 전체 결항편수 2,503편 중 164편에 지나지 않는다. 비중이 단 6.5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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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았을 때가 작년의 11.7%며 가장 낮았을 때는 2008년으로 2.5%에 그쳤다. 작년의 경우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유럽행 항공기 대란이 벌어지며 예년을 크게 웃도는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질적인 제1원인은 다름 아닌 항공기의 접속 문제다. 접속 문제란 다른 공항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비행에 투입할 항공기가 없어서 결항 결정이 내려졌다는 의미다. 그 비중은 지난 5년간 평균 46.1%에 달한다.

작년에도 총 271편이 이 때문에 결항됐다. 항공사들의 항공기 운용대수에 여유가 없어 수요를 감당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중형 여객기 한 대의 가격이 수천만 달러를 호가한다는 점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왠지 씁쓸함이 남는 현실이다.

승무원 근무시간 초과도 결항 사유

접속 지연에 이어 항공기 정비도 날씨와 함께 결항 원인 2위권을 점하고 있다. 많은 해는 43편, 적은 해에도 28편이 정비 문제로 결항됐다. 항공기는 조종실의 무수한 경고등 중 하나만 켜져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발이 묶이는데 이 같은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일정시간 이상 출발이 지연되면 항공사들은 결항 결정을 내린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종사나 승무원들의 근무시간 초과가 결항을 초래하기도 한다는 부분이다. 세계 각국은 안전을 위해 승무원의 근무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출발 지연, 난기류에 따른 비행시간 연장 등으로 근무시간이 초과됐거나 추가비행에 나설 경우 근무시간 초과가 우려되면 해당 항공편이 취소될 수 있다.

"승무원들의 법정 근무시간이 초과돼 ○○○ 항공편은 비행이 취소되었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을 듣는 승객들은 황망하기 이를 데 없겠지만 말이다. 결항과 관련해 일반인들의 상식과 다른 것이 또 하나 있다. 저녁 보다는 새벽 시간대의 결항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그것이다.

항공사는 다음 날의 비행스케줄에 맞춰 저녁시간에 각 항공기들을 특정 공항에 가져다 놔야 해 저녁 항공기는 좌석이 많이 비어있더라도 눈물을 머금고 비행에 나설 확률이 높은 탓이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항공사의 과실로 항공기 출발이 장시간 지연되거나 결항됐을 때 항공사가 승객들의 피해를 보상하는 의무규정을 담은 항공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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