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탤리언 감성 입고 클래식을 즐긴다

토종 남성 명품 슈트 란스미어


'란스미어' 슈트는 250만 원부터 1,000만 원이 넘는 제품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갖고 있다. 재질에 따라, 기성복이냐 맞춤복이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명품 남성 슈트 '란스미어' 는 전통과 혁신이 결합된 국내 토종 브랜드다. 과학적인 방식으로 제작한 최고급 원단을 전통적인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재단해 슈트를 만든다.


20년 남짓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명품 반열에 올라선 란스미어는 매장 내에 남성을 위한 문화 공간인 클래식 살롱을 선보이며 '브랜드 업' 전략을 꾀하고 있다.

'란스미어' 는 슈트 브랜드가 아니라 원단 브랜드였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1년 제일모직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120수* 고급원단에 '란스미어' 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제일모직은 지속적인 기술 혁신으로 130수, 150수, 170수, 180수 고급원단을 잇따라 개발했고 란스미어는 세계적인 명품 원단으로 입지를 굳혔다.

원단 '란스미어' 가 지닌 우수한 품질은 유럽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영국 왕실 양복점인 '깁스 앤 호크스' 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 프랑스의 '랑방' 과 '크리스찬 디올' 같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만드는 최고급 슈트에는 어김없이 란스미어가 쓰였다.

이들이 '란스미어' 원단을 찾는 이유는 란스미어에 쓰이는 원료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원단에 쓰이는 양모는 세계 최고급 양모로 평가받는 '1PP' 양모다. 호주에서 생산되는 양모는 품질에 따라 모두 975개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1PP' 양모는 그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두께가 초극세사에 속하는 13.4mu;(미크론)에 불과한 '1PP' 양모는 통상 경매를 통해서나 구할 수 있을 정도로 귀한 원단 소재 중 하나다. 연간 생산량은 전 세계를 통틀어 겨우 200kg 남짓에 불과하다. 참고로 1mu;은 0.0001mm다.


'란스미어' 가 최고급 원단 브랜드를 넘어 슈트 브랜드로 재탄생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당시 한국 남성을 위한 명품 신사복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던 제일모직은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패턴전문가이자 마스터 테일러인 알도 보넬리를 고문으로 영입해 슈트 라인업을 갖추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스타일이 지닌 장점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한국인 체형이 지닌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넬리와 란스미어팀을 조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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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넬리는 2009년까지 제일모직에서 란스미어팀과 함께 이탈리아 스타일을 재현한 맞춤형 수제작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는 특히 최고급 슈트 제조기술로 통하는 비접착 공법을 도입함으로써 '란스미어' 슈트의 격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접착 공법은 슈트 제작과정에서 원단이 늘어나거나 틀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착하는 접착 심지를 사용하지 않고 슈트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최고급 원단이 지닌 장점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낼 수 있는 고난도 제조기술이다.

비접착 공법이 '란스미어' 슈트의 완성도를 높였다면 보넬리가 2006년 내놓은 7드롭 패턴은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 드롭이란 슈트의 가슴폭과 허리폭 길이의 차이를 2로 나눈 값을 말한다. 드롭 숫자가 클수록 허리선이 더 잘록해지기 때문에 7드롭 패턴을 채용한 '란스미어' 슈트는 보통 4~5드롭 패턴을 적용한 다른 국내 슈트보다 입는 사람의 몸을 보다 입체적이고 날씬하게 보이게 만든다. 보넬리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드롭 패턴은 가슴의 볼륨감을 살리고 가는 허리선을 강조하기 때문에 서양인에 비해 하체가 짧은 한국인 체형을 잘 커버해준다" 고 설명했다.

'란스미어' 슈트는 이탈리아 슈트보다 더 이탈리아 슈트답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어깨 실루엣, 인체 곡선미를 연상시키듯 부드럽게 둥글린 가슴 주머니는 이탈리아 슈트가 지니는 우아하고 고상한 분위기와 닮아있다. 재킷 소매에 달린 버튼 홀과 이탈리아 신사가 꽃을 꽂는 왼쪽 라펠 끝에도 실제 구멍을 내어 클래식 슈트를 제대로 입으려는 남성에게 만족감을 선사한다.

'란스미어' 슈트는 250만 원부터 1,000만 원이 넘는 제품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갖고 있다. 재질에 따라, 기성복이냐 맞춤복이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고가 브랜드이니만큼 주로 상류층이 즐겨 입는다. 특히 삼성 이건희 회장은 중요한 행사 때마다 란스미어를 즐겨 입을 만큼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입지를 굳힌 '란스미어' 는 지난 1월 청담동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에 남성을 위한 문화 공간인 클래식 살롱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브랜드 UP' 전략에 나섰다. 살롱은 기존 드레스룸에 미니바를 갖춰 새롭게 꾸몄는데, 매장을 찾은 남성 고객은 이곳에서 맞춤복 상담뿐 아니라 샴페인이나 와인 혹은 위스키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란스미어' 는 살롱을 통해 그들이 지향하는 클래식 문화를 전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남훈 '란스미어' 브랜드 매니저는 말한다. "살롱을 찾는 남성들은 비즈니스나 예술처럼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사교를 즐길 수 있습니다. 클래식 라이프를 즐기는 한국 남성의 품격 있는 놀이터로 볼 수 있습니다."

클래식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한 란스미어의 이같은 노력은 업계에서도 반기는 형색이다. 패션 업계 한 종사자는 말한다. "우리나라 남성 슈트 트렌드는 아직 문화로 보기에 어려운 수준입니다. 트렌드를 넘어 문화로 정착이 돼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그런 면에서 남성 클래식 문화 전파를 위한 란스미어의 노력은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수' 는 번수(番手)를 줄인 말이다. 실의 굵기를 표시하는 단위이자 섬유 1g당 뽑아낼 수 있는 실의 길이를 뜻한다. 즉 120수란 섬유 1g으로 만든 실의 길이가 120m라는 의미다. 따라서 번수가 높을수록 실이 가늘고 섬세하기 때문에 실크만큼 부드럽고 탄력 있는 고급 원단을 만들 수 있다.

사진 란스미어 제공
정운섭 기자 su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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