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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사이언스 선정] 최고로 멋진 미국 과학 연구실 9~16

과학도를 피 끓게 할 창의 연구실

곰팡내 나는 강의실, 따분하기 그지없는 강의는 이제 그만.
과학도라면 직접 로봇을 만들고 원자로를 운전해봐야 하지 않을까. 혈기왕성한 젊은 과학도의 피를 끓게 만들 연구실을 꼽아봤다.

2011 UPDATE By Andrew Rosenblum
photographs by john b. carnett





9. 우즈홀 해양연구소 (WHOI)
심해 연구 항해 프로그램
유망 직업: 해양학자 2009년 오하이오주 소재 오벌린칼리지에 재학 중이던 엘리 보스는 WHOI가 주최한 연구항해 프로그램에 엄청난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자신의 졸업식까지 빠지면서 다른 29명의 학생들과 함께 해양연구선에 몸을 실었다. 당시 연구자들은 이런 그녀의 열의에 감동해 쓰레기봉투로 학사모와 가운을 만들어 입히고 가짜 졸업장을 수여하며 선상 졸업식을 치러줬다.

당시의 탐사 대상은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 엘리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이곳을 방문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결단을 내렸다. 그녀의 임무는 생물학자인 팀 생크 박사와 함께 심해 무인탐사선 ‘네레우스(Nereus)’를 유도하는 것. 수심 1만1,000m에 이르는 마리아나 해구의 바닥까지 내려간 네레우스는 심해생물의 유전자 분석을 위해 해면, 말미잘, 해삼 등의 표본을 채집했다.

WHOI의 심해탐사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은 연구자의 감독 하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이들이 발견한 내용은 프로그램 종료 후 관련연구부서에 전달된다. 이를 위해 딥워터 호라이즌호 원유 유출 사고 해역에서 해수 표본을 분석하거나, 수중음파탐지기를 활용해 수염고래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며 심해 탐사선의 생물 포집장치 제작을 돕기도 한다.

엘리는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심해 탐사 분야의 최정상에 서 있는 연구자들과 친구가 될 귀중한 기화라고 강조한다. 현재 그녀는 WHOI-MIT 공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10. 게임디자인 이니셔티브
코넬대학
유망 직업: 비디오게임 디자이너
주요 수업: 비디오게임 개발. 코넬대학 학생들은 아이비리그 대학 중 최초로 게임디자인을 부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다. (2008년 9월호 참조)



지구 지각판 탐사대

11. 캘리포니아공대 지질학·행성학부
유망 직업: 지질학자, 지진학자
인도-호주 지각판이 유라시아 지각판과 충돌한지 5,000만년이 지났지만 중국 서부의 텐산(天山) 산맥에는 아직 그 충격의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연간 6㎜ 정도씩 산 정상의 높이가 밀려올라가고 있으며 규모 6~7의 강진도 빈번히 발생한다.

2006년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지질학·행성학부(이하 GPS)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21명의 연구팀을 구성, 텐산 산맥 북쪽의 우루무치 지역에서 단층이 지진활동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또 작년 가을에는 페루 남부로 날아가 나스카 지각판에 설치된 100개의 지진계를 따라 현장연구를 수행했다. 나스카 판은 남미 판과 만나며 대지진을 일으키는데 지난해 규모 8.8의 칠레 대지진도 이들 지각판의 충돌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많은 과학도들이 연구실에 갇혀 플라스크나 데이터와 씨름하는 것과 달리 GPS에 소속된 20개 전공분야 학생들의 삶은 이처럼 한층 모험적이다. 올 6월 지구물리학과를 졸업한 윌 스타인하트는 정확하고 신속한 데이터 처리에 있어 현장경험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강조한다.

“기기들이 보내온 데이터를 받기만 한 연구자라면 어떤 이유로 이런 데이터가 생성됐는지 감을 잡을 수 없을 거예요.”

12. 아마존 실습장
플로리다 뉴칼리지
유망 직업: 우림 생물학자, 산림 환경학자
주요 수업: 희귀동물 관찰을 위해 45m 높이의 나무에 오른다.

우듬지(treetop) 연구의 대가인 마거릿 로우먼 박사와 함께 학생들은 동물들에게 태그를 붙이거나 생물학적 다양성을 조사한다.
(2010년 9월호 참조)



미래 첨단 무기?!
올해 인턴십에 참여한 알렉 코펠, 비슈누 가네산, 케시 조던[좌측에서부터]이 자신들이 개발에 참여한 마이크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13. 미 육군연구소 애버딘 성능시험장 (APG) 초소형 곤충 로봇 설계자
유망 직업: 국방연구자, 방위산업 기술자
메릴랜드주 소재 미 육군연구소는 매년 여름 185명의 학부생을 인턴십으로 선발한다. 이들은 애버딘 성능시험장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입돼 국가 방위산업을 책임질 국방 연구자로서 전문성과 현장 감각을 익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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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마이크로자율시스템기술(MAST)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현재의 소형 무인항공기(UAV)처럼 미래의 군인에게 제공될 초소형 곤충로봇 개발 임무를 맡는다. 날개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크리스 크로닝거 박사에 따르면 이들 곤충로봇은 적진의 벙커나 동굴에 편대 단위로 날아 들어가 비밀리에 내부상황을 아군에게 전달하게 된다.

“목표로 한 로봇의 크기가 실제 파리만큼 작아 제작비는 거의 들지 않을 거예요. 아군의 첨병 노릇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몸집에 맞는 제한적 기능의 센서가 탑재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크로닝거 박사는 적어도 10년 내에는 MAST 로봇이 실전 투입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무수한 기술적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 탓이다.

사실 이곳의 다른 프로젝트들 역시 만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방탄복 분석, 신물질 개발, 센서 소형화 등 모든 프로젝트들이 학생들의 능력을 훌쩍 뛰어넘는 전문성을 요구한다. 2006년 인턴십에 선발됐던 존 게르데스도 이에 동의한다.

“학생들 대다수는 자신에게 부여되는 연구의 수준에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죠. 하지만 육군연구소는 충분한 멘토링과 연구 리소스를 활용해 현실과 이상의 밸런스를 잘 맞춥니다. 그래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어요.” 메릴랜드대학에서 항공우주공학 석사 과정에 있는 아론 헤링턴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대학 2학년 때 처음 육군연구소와 인연을 맺은 뒤 올해로 세 번째 인턴십에 선발된 그는 2008년 크로닝거 박사로부터 당혹스런 지시를 받았다. 곤충 로봇의 비행 메커니즘 연구를 위해 초파리의 날갯짓을 촬영해 오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연구소에 고속카메라가 없었다는 것. 그리고 일반카메라는 날갯짓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뚜렷한 영상 촬영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크로닝거 박사의 도움과 오랜 고민 끝에 그는 카메라의 플래시로 색번짐을 막고, 항공사진을 이용한 측량기술인 ‘사진측량(photogrammetry)’ 기법을 동원해 두 대의 일반 카메라로 초당 30프레임의 영상 촬영에 성공했다.

14. 완구 연구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 (MIT)
유망 직업: 완구 디자이너
주요 수업: 장난감 설계·제작. 6명이 한 팀을 이뤄 750달러의 예산 내에서 새로운 장난감 시제품을 만든다. (2010년 9월호 참조)



체렌코프 복사
전하를 띤 입자가 물처럼 광학적으로 투명한 매질을 통과할 때 입자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를 경우 발산되는 빛을 말한다.
원자로 냉각조에서는 물 때문에 광속이 느려지므로 연료봉이 내뿜는 방사선 입자의
속도가 광속을 능가하며 푸른빛이 나타난다. 쉽게 말해 체렌코프 복사는 항공기가 음속 통과 시 충격파를 만들어내는 것과 유사한 이치라고 보면 된다.

15. 리드칼리지 원자로 마스터
유망 직업: 물리학자, 원자력공학자
오리건주 포틀랜드 소재 리드칼리지는 재학생 1,447명의 교양대학으로 대학원이 없다. 하지만 다른 대학에는 없는 강력한 무언가가 있다. 바로 250㎾급 원자로다.

미국 대학 중 원자로를 보유한 곳은 27개소뿐이며 그나마도 대학원생 이상의 전문가가 아니면 운영에 참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리드칼리지는 다르다. 신입생조차 이 핵분열 장치의 운전에 직접 관여한다. 그리고 어떤 대학보다 최소 2배 이상 많은 원자로 운전 엔지니어를 매년 배출하고 있다.

덕분에 원자로에 매료된 인문학도들이 이공계로 진로를 바꾸는 사례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스튜디오 아트를 전공했던 엘렌 맥매니스가 그중 한 사람. 그녀는 1학년 때 원자로를 견학하던 중 노심의 냉각수 속에서 ‘체렌코프 복사’ 현상에 의해 발산된 푸른빛에 마음을 뺏겼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환상적인 현상이에요.

그 빛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결국 엘렌은 물리학으로 전공을 바꿨고 3년 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발급한 원자로운전감독자(SRO)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리드칼리지는 미국 내 모든 대학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여성 원자로 운전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있으며 졸업생들의 물리학 박사 학위 취득율도 MIT와 캘리포니아공대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16. 번개 연구 실험실
플로리다대학
유망 직업: 물리학자, 엔지니어
주요 수업: 폭풍우가 지날 때 와이어가 달린 로켓을 발사, 관측 타워에 수백만 볼트의 번개가 치도록 유도한다. (2007년 9월호 참조)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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