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젠 침묵기간을 없애야 할 때

IT'S TIME TO KILL THE QUIET PERIOD


by Dan Primack

지난 6월,
그루폰 Groupon 회장 에릭 레프코스키 Eric Lefkosky는 당시 적자를 내던 회사를 변호하며 앞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발언은 월가에 요란한 파문을 일으켰다. 증권가에는 기업공개(IPO)를 앞둔 비공개기업이 자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침묵기간’이라는 규칙이 있는데, 당시 그루폰이 마침 기업공개를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월가의 이런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지난 2004년 세일즈포스닷컴 Salesforce.com은 기업공개를 앞둔 시기에 자사와 자사 창립자 마크 베니오프 Marc Benioff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하던 뉴욕타임스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기업공개를 연기해야만 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구글은 창립자가 플레이보이와 한 인터뷰가 기업공개 신청 서류를 제출한 뒤 게재되는 바람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그러나 이 규정은 7년 전이나 지금이나 해괴망측한 규정일 뿐이다. 그루폰이나 그 어떤 기업공개 희망기업도 상식을 벗어나 궁극적으론 한 무리의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침으로써 다른 무리의 투자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이 낡은 투자자 보호 규칙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사실 이 침묵 기간이라는 규칙은 적어도 공식적으론 실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실제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관련 문건 어디에서도 이 용어를 찾아볼 수 없다. 이 용어는 정보에 굶주린 투자자들이 허풍쟁이 기업가들에게 한몫 뜯기는 일이 잦았던 1930년대에 작성된 일련의 증권 관련법의 법적 약칭에서 유래되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그냥 기업공개 신청과정을 통해 옥석이 가려지게 하라.

2005년 SEC가 규정 완화를 시도하기는 했다. (구글 사태 이후의 보완조치적인 성격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시도한 개혁들은 단순한 겉치레에 그쳤다. 개정된 규정에 따라 이제 기업들은 언론과 접촉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실상 투자 제안서 offering document에 명시적으로 기록된 내용만 언급할 수 있었다. 법인 변호사 마크 베텐코트 Mark Bettencourt는 이렇게 말한다. “공식 발언을 하고 싶어하는 CEO들과 상담할 때 나는 먼저 그들이 상품을 판매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회사를 매각하고 싶은 것인지 꼭 물어본다. 전자는 허용되고 후자는 안 되니까.”


조용히 입 다물고 있으라는 이 규칙은 다수의 기업공개 후보기업들에게 유용한 조언이 될지 모르나, 그루폰처럼 유명한 기업에겐 악영향을 끼친다. 그루폰은 기업공개 신청 당시부터 언론의 동네북이 되어 회계 실무부터 공급자 관계, 장기적인 존속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언론의 공격을 받지 않은 부분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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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라면 잠재 투자자들은 불안해 떠날 것이다. 새로 기업공개를 신청하려는 기업들을 주저하게 만들어 결국 기업과 상품 모두에게 해가 될 것이다. 그루폰이 비판받아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특히 마케팅 비용 비중이 실제보다 적어 보이도록 교묘하게 회계 처리를 한 점이 그렇다. 하지만 그루폰은 신빙성이 떨어지고 표면적으로만 그럴싸한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하지 못하고 침묵만 지키고 있어야 했다. 예외가 있었다면, 그루폰이 레프코스키의 ‘엄청난 수익’ 발언을 부인하기 위해 유가증권신고서registration statement *역주: 기업이 유가 증권을 발행하기 전 증권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서류를 수정하고, 메모 하나가 직원들 사이에 유출되고, 회사 블로그에 침묵기간을 비꼬는 글 하나가 올라온 것뿐이었다.

역설적인 것은 그루폰이 이처럼 공개적으론 자사를 변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도, 조만간 기업공개 절차 시작과 함께 이에 참여하는 소수의 선택된 기관투자자들 앞에서 자사를 변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공개를 하는 기업들은 보통 전자 로드 쇼electronic road show라는 행사를 연다. CEO와 임원들이 나와 자사에 대해 프리젠테이션하고 유망투자자들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이 행사 과정은 주식시장에서 이 회사의 주식 거래가 시작되는 시점까지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으로 제공된다. 이 로드 쇼에서 CEO들은 기업공개를 위한 사업설명서에 대해서만 미리 준비해서 발표하고, 즉흥적인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말것을 지시받는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순서는 사석에서 열리는 금융계 투자 담당자들과의 회의다. 이 회의에서 오간 얘기는 거의 문서화되지 않는다. 일부에 따르면, 레프코스키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뿐만 아니라 전자 로드 쇼에서 CEO가 거절한 답변들도 이 사적인 회의에선 꽤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사실 CEO들이 사업설명서만 그대로 읽는다고 해도,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일반 대중들이 전혀 알 수 없는 CEO의 몸짓이나 기타 비언어적 신호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이젠 SEC가 기업들이 선택한 소수가 아니라 모든 시장 참여자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어야 한다. 오늘날의 투자자들은 SEC의 자료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정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다. 기자가 내뱉은 몇 마디 긍정적인 전망에 이리저리 휘둘리지도 않는다. 기업들에게 침묵을 지키라고 요구하기에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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