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마천루 위세 타고 수직성장 꾀한다

10대 재벌은 지금... 삼성물산- 용산랜드마크타워 우선협상자 선정된 삼성물산의 초고층 빌딩 건설 노하우


삼성물산이 국내 최고층 빌딩을 짓는다. 2010년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부르즈 칼리파를 지은 삼성물산이 최근 용산랜드마크타워 시공 우선협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초고층 빌딩 건설 분야의 강자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자인 용산역세권개발은 9월 말 삼성물산을 용산 랜드마크 빌딩 시공사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삼성물산은 현대건설과 함께 공모 입찰에 참여해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신용등급(30%), 최근 3년간 건축부문 시공능력(20%), 초고층 시공실적(20%), 공사기간(10%), 전환사채 인수금액(10%), 공사이익비율(10%) 등 6개 항목에서 경쟁을 벌였지만, 시공능력 항목에서 0.52점 높은 성적을 받은 삼성물산이 최종 낙점을 받았다. 두 회사는 시공능력을 제외한 5개 항목에선 똑같이 만점을 받았다. 그러나 건축 실적만 집계한 시공능력 항목에서 승부가 갈렸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공모 선정 기준부터 지나치게 삼성물산에게 유리하게 정해졌다는 논란이 일찍부터 불거져 나왔다. 통상 대형 건축사업의 공개입찰에선 토목과 건축을 합친 토건 분야의 시공능력 평가로 순위를 따진다. 그러나 이번 공모는 건축 분야 순위로 한정됐다. 실제 건축분야 시공능력 평가는 삼성물산이 현대건설을 앞서지만 토목과 건축을 합친 시공능력 평가에선 현대건설이 앞선다. 또 초고층 시공 실적과 건축부문 시공능력 평가는 사실상 중복 항목이다. 그렇다면 용산역세권개발은 왜 그 같은 기준을 잡았을까.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는 말한다. “초고층 건축물을 시공하는 건 일반 건축물을 짓는 것과 상당히 다릅니다. 첨단 기술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기준보다는 건축 시공 능력만 따지는 게 더 적절합니다. 특정 회사를 몰아주기 위한 조건은 절대 아닙니다.”

업계도 일부 수긍하는 바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의 말이다. “건설 산업은 경력이 중요합니다. 지어본 경험이 있어야 노하우를 쌓을 수 있고, 업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발주사 입장에선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100층 이상 고층빌딩을 지은 삼성물산에게 마음이 갈 수밖에 없겠죠. 어찌 보면 당연한 겁니다.”

그러나 이 관계자 역시 선정방식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어차피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 만큼 차라리 공개입찰을 하지 않고 수의계약을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층 기록을 깬 빌딩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위치한 부르즈 칼리파(162층 828m)로 이 역시 삼성물산이 시공하고 기술감독까지 맡았다

초고층 빌딩과의 첫 인연

삼성물산이 초고층 건물 시장에 발을 디딘 건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물산은 유수 경쟁자를 제치고 세계 최고 높이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 빌딩(92층 452m)건설 공사 수주를 따냈다. 이전까진 30층 규모를 지어본 게 최고 기록였지만 극동건설 및 현지회사와 합작으로 건물 공사를 맡게 됐다. 당시 공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향후 초고층 빌딩건설을 수주하기 위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삼성물산은 필리핀 PBCOM(55층), 태국 로열 차랑쿰 빌딩(63층), 말레이시아 암팡타워(50층) 등을 잇따라 시공했다. 대만 타이페이 TFC 101빌딩(101층 509m)에선 마감공사를 수행했다. 타이페이 101빌딩 역시 당시로선 세계 최고층 빌딩이었다. 훗날 이 기록을 깬 빌딩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위치한 부르즈 칼리파(162층 828m)로 이 역시 삼성물산이 시공하고 기술감독까지 맡았다. 삼성물산의 역할이 더욱 커진 것이다. 2004년 30개국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부르즈 칼리파 수주에 성공한 삼성물산은 이로부터 5년 만인 2010년 1월에 준공을 마쳤다.

세계 최고층 빌딩 건설에 잇따라 참여하며 삼성물산은 초고층빌딩 건설 분야에서 입지를 단단하게 굳혀나갔다. 그렇지만 난관도 적지 않았다. 우선 기술적 문제. 고층건물 공사현장에는 많게는 3,500~4,000명의 작업인원과 수많은 공사자재, 건설장비가 투입된다. 이들이 물 흐르듯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만약 한 근로자가 130층까지 올라갔다가 자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1층으로 다시 내려온다면 그만큼 공사기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공사뿐만 아니라 화장실이나 식사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사람과 자재를 언제 얼마만큼 투입할 것인가와 어떤 장비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의 문제다. 이것이 바로 초고층 건물 시공에서 핵심기술이라 불리는 양중기술이다. 삼성물산 초고층본부의 정문헌 부장은 말한다. “초반에 수많은 시행착오가 반복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페트로나스타워와 타이페이101빌딩, 부르즈 칼리파를 지으며 축적한 기술력은 이제 글로벌 넘버원이 됐습니다. 양중기술은 삼성물산을 대표하는 초고층 기술이자 노하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업방향에 대한 내부적 회의도 적지 않았다. 건설업계 컨설턴트의 말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주택시장에 올인하는 동안 삼성물산은 초고층, 하이테크 시설, 발전 플랜트 사업을 특화했어요. 국내 주택 시장이 활황일 때는 삼성물산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했죠. 삼성건설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컸습니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삼성물산이 주목받기 시작했죠. 장기적 비전에서 앞선 겁니다.”

“국내 건설사들이 주택시장에 올인하는 동안 삼성물산은 초고층, 하이테크 시설, 발전 플랜트 사업을 특화했어요”

1,000m 슈퍼 초고층 시장

초고층빌딩 신화는 계속되고 있다. 8월에는 인도에서 초고층 복합빌딩을 수주했다. 인도 부동산 개발업체 오베로이가 인도 뭄바이 중심지에 오피스와 호텔, 주거복합 빌딩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삼성물산에 맡겼다. 이 건물은 83층과 52층 두 개 동으로 나뉘어 지어질 계획이다. “이 공사는 발주처가 부르즈 칼리파를 건설한 삼성물산에 먼저 찾아와 제안하고, 긴밀한 협의를 거쳐 성사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지난 2010년 부르즈 칼리파 완공을 통해 얻은 명성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방증하는 대목이죠.” 정문헌 부장의 말이다.

건설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용산 랜드마크 타워 시공권도 삼성물산에게 돌아갔다. 삼성물산은 한때 용산개발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삼성물산은 당초 용산역세권개발의 대주주로 사업을 주도했지만 지난해 8월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지자 토지대금 지급보증 요청을 거부하며 경영권을 반납한 바 있다. 그러나 용산랜드마크 타워에 대한 욕심은 버리지 않고 결국 시공권을 거머쥐었다.

삼성물산은 머지않아 열릴 1,000m 이상 극초고층 빌딩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의 공학기술로는 1,000m 이상 건축물을 지을 수 없지만 10년 안에 1,000m, 2020년대에는 2,000m가 넘는 건축물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극초고층 건축물을 건설하기 위해선 혁신적인 공법과 신소재개발, 빌딩 운영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발전이 선행되어야 한다.


삼성물산은 기존 초고층 건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1,000m 이상의 극초고층 건축물을 건설할 수 있는 기술과 공사수행능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건축물의 구조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각 층마다 360도 회전하는 형식의 건축물 등 비정형적인 초고층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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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업무 시설 위주로 운영되던 초고층 건축물 시장은 향후에는 주거와 복합적인 용도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문헌 부장은 말한다. “향후 몇 년간은 국내외에서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예상되지만 이후에는 초고층 건축물 자체보다는 이를 기반으로 한 주변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주거시설 개발이 더욱 본격화될 것입니다.”

초고층 건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물산은 2010년 말 기존의 초고층 팀을 초고층 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국내건설사 중 유일한 초고층 본부다. 초고층 본부는 초고층과 관련된 상품 마케팅, 설계, 시공, 유지관리 전 분야에 걸친 영역을 코디네이션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본부장은 아메드 압둘라 작전무가 맡고 있다. 아메드 압둘라 작 전무는 미국 설계회사인 SOM에서 17년간 근무하며 시카고 밀레니엄 오페라하우스, 중국 진마오타워와 타워팰리스 3차 등을 구조middot;설계했던 관련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하나다. 그 외에도 삼성물산의 초고층 빌딩 관련 전문인력 200여 명이 건축기술실, 기술연구센터 등에서 이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정연주 효과

초고층 빌딩 사업은 플랜트 부분과 함께 삼성물산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상반기 동안 삼성물산은 해외에서 6억 달러 수주를 올렸다. 올해 해외수주 목표치인 60억 달러 중 10분의 1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주택사업이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에서도 3,000세대밖에 공급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시원찮은 실적이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달라지고 있다. 인도에서 수주한 초고층 복합빌딩의 공사금액은 4억 7,000만 달러다. 플랜트 부문 수주 성과도 좋다. 9월 아랍에미리트에서 복합화력 발전소(5억8,000만 달러)를 수주한 데 이어, 며칠 후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주한 세계 최대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시공과 운영도 맡게 됐다. 21억 달러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국내 수주도 긍정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용산랜드마크 타워는 공사비만 1조4,000억 원에 이른다. 그룹 지원 물량도 적지 않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올해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계열사로부터 수주하는 금액은 총 2조2,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이 올 한해 동안 국내외에서 수주하는 총금액은 연초 목표치인 13조7,000억 원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증권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조주형 교보증권 연구원의 말이다. “삼성물산은 3월 이후 6개월 동안 코스피 지수 등락률을 18.5% 웃돌았지만, 9월 이후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발주 시황이 침체에 빠져 코스피 지수 등락률이 3.2% 밑돌았습니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규모 해외수주가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감안할 때 향후 삼성물산 주가는 코스피 지수보다 강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 같은 성과는 삼성물산이 한발 앞서 초고층 빌딩 사업에 뛰어든 결과인 동시에 또한 정연주(61) 사장이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꾸준한 체질개선을 추진해온 결과로도 평가된다. 이선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시공과 함께 운영권까지 확보한 사우디 발전소 프로젝트는 의미가 매우 큰 사업입니다. 정연주 사장이 취임한 이후 삼성물산은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건설 전 과정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데,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만 가는 마천루를 등에 업고 삼성물산의 위상도 높아져가고 있다.

“정연주 사장이 취임한 이후 삼성물산은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건설 전 과정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부르즈 칼리파로 본 삼성물산의 기술력

부르즈 칼리파는 역사상 인간이 만든 구조물 중 가장 높다. 높이 828m로 여의도 63빌딩(249m)이나 남산(262m)보다 세 배 이상 높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북한산(836m)과 비슷하다. 연면적은 49만5,867㎡로 삼성동 코엑스몰(11만9000㎡)의 4배, 여의도공원(21만8,180㎡)의 2배 이상 규모다. 삼성물산은 미국과 영국, 독일, 벨기에 등 세계 40여 개국 출신의 쟁쟁한 기술자 160여 명과 인도 파키스탄 등지의 기능공 1만2,000명을 진두지휘해 공사를 수행했다.

초고층 건물을 건설하기 위해선 건물 척추에 해당하는 코어월이 단단히 서야 한다. 콘크리트가 엄청난 압력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부르즈 칼리파에는 삼성물산이 자체 개발한 80MPa의 초고강도 콘크리트가 투입됐다. 이는 주사위만 한 크기의 콘크리트가 몸무게 80㎏ 성인 남자 10명을 떠받칠 수 있는 강도다.

콘크리트를 고층까지 전송하기 위해 콘크리트 수직압송기술도 갖춰야 한다. 일반적인 고강도 콘크리트는 점성이 높아 배관을 통해 높은 곳까지 올리기가 힘들어 특수한 배합설계가 요구된다. 지상에서 쏘아 올릴 땐 물처럼 부드럽지만 시공한 뒤로는 딱딱해질 수 있도록 유동성과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156층 마지막 콘크리트를 압송하면서 삼성물산이 한 번에 쏘아 올린 거리는 601m였다.

3일에 1개 층씩 골조공사를 진행하는 층당 3일 공법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거푸집 방식으론 한 층을 올리는 데 일주일 이상이 소요된다. 공사기간이 길수록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은 거푸집 자동상승시스템을 도입해 안정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3일에 1개 층을 올릴 수 있었다.

건물을 똑바로 짓기 위해 삼성물산은 세계 최초로 3대의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측량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오차범위를 5㎜ 이내로 유지했다. 정밀한 수직도 관리는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만한 수준이었다.

부르즈 칼리파 골조공사의 마지막 단계인 첨탑리프트업 공사 역시 응축된 기술력의 결과물이었다. 리프트업 공사는 길이 143m, 무게 430톤의 첨탑을 건물내부에서 유압 잭을 이용해 위로 밀어 올리는 공정이다.

삼성물산은 부르즈 칼리파 건설을 통해 △초고층관련 양중 및 물류관리 계획△공기단축을 위한 타워 골조공사 시공계획 △형틀디자인 디테일 개발 및 적용 △철근 선조립 디테일개발 및 품질관리 △ 고강도 콘크리트 배합 및 품질관리 △초고층 건물의 시공중 거동분석 및 모니터링 △슬라브 균열단면 고려 처짐 해석 △타워 모니터링 △첨탑 리프트업시공기술 △커튼월 NSC 시공계획 검토및 보완 △ 기전설비 NSC 코디네이션 △공정분석 및 관리 등 다양한 핵심기술을 자체 보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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