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리비아의 차고 전쟁

차고에서 개조된 무기가 카다피의 몰락과 반군의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0월 사망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를 42년의 독재 권좌에서 축출하기까지 리비아 반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세계 최강군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반군들은 NATO의 도움 없이도 대다수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다.

임시작업장에서 개조한 소화기(小火器) 덕분이었다.


사실 게릴라부대, 마약상, 테러리스트 등 비정규군들은 그간 직접 만든 무기로 강대한 적들을 괴롭혀왔다.

가령 이라크 무장세력은 자동차 잭으로 240㎜ 로켓을 미군기지에 발사하는 방법을 창안했고 스리랑카의 반군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는 체코제 4인승 경비행기 ‘Zlin-143’을 폭격기로 개조하는 데 성공했다. 리비아 반군 역시 이 같은 방법으로 정규전을 수행했고 정부군을 괴롭히는 수준을 넘어 아예 무력화시켰다.

리비아에서 소화기 개조 공장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은 해안도시 미스라타다. 올 9월 필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미스라타의 무기 공장 수십 곳이 하나로 뭉쳐 기술교육연구소(ITT)의 대규모 작전을 지원하고 있었다.

ITT의 작전보좌관 알리 모하메드는 프랑스제 미라주 전투기에서 떼어낸 30㎜ 데파(DEFA) 기관포를 보여줬다. 엔지니어들은 발사속도가 분당 1,300발인 이 기관포를 플랫폼에 용접한 뒤 토요타 하이럭스 픽업트럭에 설치했는데 격발 시의 반동이 트럭 바퀴를 지면에 박아버릴 만큼 대단했다. 때문에 모하메드는 기관포의 안정적 제어를 위해 트럭의 쇼크 업소버를 보강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전쟁 이전 자동차정비소를 운영했던 그는 지난 2월 시민 봉기에 참여하며 구경 6㎜ 플로베르 소총을 AK-47용 7.62㎜ 탄을 쏠 수 있도록 개조했다고 한다. 또 6명의 직원들과 함께 FN FAL 소총의 상부에 실린더를 부착, 유탄발사기로 개조하기도 했다. 소총으로 공포탄을 격발하면 그 충격에 의해 유탄이 발사되는 형태였다.


반군은 TNT를 실은 RC카로 저격수를 폭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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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카다피는 전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미스라타 전역의 고층건물에 저격수를 배치한 바 있다. 이들은 NATO의 전폭기로도 잡을 수 없는 적수였다.

하지만 반군은 간단히 난제를 해결했다. 무선조종(RC) 자동차에 TNT 폭탄을 실어 저격수가 숨어있는 건물을 통째로 폭파시킨 것이다.

이후 모하메드와 직원들은 ZPU-4 4연장 대공 기관총을 분해해 얻은 14.5㎜ 중기관총을 트럭 한 대당 1정씩 설치하는 일을 도왔다. 이런 노력에 의해 5월 중순 반군은 카다피의 군대를 도심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소규모 개조 공장들이 ITT 아래에서 유기적으로 연합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그리고 최근 모하메드는 ZPU-4의 개조에서 얻은 경험을 살려 데파 기관포의 반동을 줄일 방법을 고안해 적용했다.

“당초 우리는 무기의 받침대를 사수로부터 너무 가까운 곳에 배치했어요. 때문에 엄청난 반동으로 제대로 조준을 하기도 힘들었죠.

그래서 받침대 위치를 앞으로 옮겼어요.

하지만 사수에게 가는 충격이 덜할수록 차량과 병기 자체에는 더 많은 충격이 가해지죠. 마치 시소 원리와 같아요. 이에 데파의 위치를 옮기기 전 더 무거운 프레임을 부착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피터 싱어는 미스라타의 차고에서 발휘된 민간인들의 이러한 기발한 재주야말로 미래 전쟁의 특징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라크 게릴라들이 급조폭발물(IED) 격발에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미 해병대 장병들이 아이패드에 지도를 다운로드 받는 상황을 실례로 지적했다.

“전투에 있어 상용제품의 활용도는 갈수록 늘어날 겁니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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