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물류 사업에 대한통운이라는 강력한 터보엔진을 장착했다. 물류 자회사 CJ GLS와 대한통운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톱7 물류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야심 찬 청사진까지 마련했다. 과연 대한통운을 등에 업은 CJ GLS는 쾌속질주할 수 있을까. 포춘코리아가 중국, 동남아, 미주 지역을 연결하는 CJ GLS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의 강점을 살펴봤다.
이권진 기자 goenergy@hk.co.kr
이재현(51) CJ그룹 회장은 대한통운 인수전에 모든 것 을 걸었다. 지난 6월 28일 마감된 입찰에서 이 회장은 2 조2,000억 원이라는 깜짝 놀랄 만한 인수금액을 써냈 다.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이 써낸 1조9,600억 원 보다 2,400억 원이나 많은 금액이었다. 결국 국내 최대 물류기업 대한통운의 새 주인은 CJ그룹으로 결정됐다. 시장에서는 이재현 회장 의 고액 베팅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애초부터 대한통운 인수전의 승자 가 국내에서 가장 현금동원력이 풍부한 포스코 와 삼성SDS의 컨소시엄으로 예상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CJ그룹의 약점은 바로 자금력의 열세 였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은 시장의 통념을 깨버 리는 용단을 내려 세상을 놀라게 했다.
파격적인 고액 베팅은 새로운 물류 왕국을 꿈 꾸는 이재현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2013년까지 그룹을 통틀어 38조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2010년 CJ그룹 65개 계열사 총매출이 17조4,767 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 안에 매출을 2배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이 목표는 다소 무모하 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은 “이 꿈 을 실현하기 위해선 물류가 반드시 필요한 신성장 동력”이라고 역설하며 강한 목표 달성 의지를 보 였다. CJ그룹의 4대 핵심 사업인 식품과 생명과학,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신(新)유통 사업을 활성 화시키기 위해선 물류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 회장의 평소 지론이 다시 한번 강조된 셈이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CJ그룹의 물류사업이 중국 과 동남아 지역에서 매출비중을 높이고 있는 CJ 오쇼핑이나 CJ 제일제당의 식품사업과 결합한 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하 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통운이라는 강력한 로켓 엔진을 달게 된 물류 계열사 CJ GLS는 어떤 글 로벌 전략을 짜고 있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CJ그룹의 물류사업이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매출비중을 높이고 있는 CJ오쇼핑이나 CJ 제일제당의 식품사업과 결합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한통운과의 시너지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CJ GLS의 행보는 상당히 경쾌하다. CJ GLS의 글로벌 전략 은 일단 2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익명의 CJ GLS 홍 보 관계자는 전한다. “CJ GLS는 2013년까지 총매 출 3조 원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요. 매 출의 52%를 해외에서 달성해 아시아 대표 글로 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 죠. 이어서 2020년까지는 매출 20조 원을 올리는 글로벌 톱7의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얼핏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지만, CJ GLS는 지금까지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특히 국내 3자 물류* 기업 가운데 최 대 네트워크인 12개국 25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 다는 점은 CJ GLS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CJ GLS는 그동안 과감한 인수합병 전략으 로 해외시장에 안착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지난 2006년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다국적 물류 회사 어코드를 인수했다. CJ GLS의 글로벌 빅딜 효과는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어코드 인수 당시 CJ GLS의 해외 매출은 1,000억 원가량에 불과했 다. 그러다 2009년에는 3,000억 원 수준으로 급 신장했고, 지난해엔 약 4,500억 원의 매출액을 올 려 국내 물류기업 가운데 해외매출 부문 선두로 치고 나왔다. CJ GLS 홍보관계자는 말한다. “현재 CJ GLS는 아시아, 중국, 미주·멕시코 3대 거점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3자 물류 사업뿐만 아니라 국제 택배서비스 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택배사업을 통해 전 세계 소매 고객까지 끌어안겠다는 CJ GLS 의 전략이 적중하고 있는 셈이다. 그 성장동력 에서는 12개국에 포진한 25개 법인의 역할이 컸다. 2007년부터 국제 택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CJ GLS는 최근 일본과 대만에 대리점을 개설했고,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영국 등을 포함한 총 7개국에 11개 국제 택배대리점을 운 영하고 있다. 대한통운 인수에 따라 이 사업에 대한 글로벌 시너지효과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통운은 국내 최대 자산형 종합물류기업 이다. 일찌감치 육상운송, 항만하역, 포워딩을 연계한 일괄 운송 체계를 구축해 물류 명가의 자리를 굳혀왔다. 반면 CJ GLS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지식형 물류기업이다. CJ GLS의 IT 시스 템 및 SCM(공급망관리) 컨설팅 역량은 국내 물류기업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홍보관계자의 설 명이다. “앞으로 CJ GLS와 대한통운은 양사가 보유한 각각의 강점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킬 계 획입니다. DHL과 같은 글로벌 물류 기업과 대 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아시아 대표 물류기 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죠.”
중국에 제2의 CJ GLS를 세우다
중국은 CJ GLS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이다. 2005년 5월 CJ GLS는 희‘ 걸청도물류유한공사’ 라는 이름으로 중국 청도에 해외 단독 법인을 설립했다. 이 외에도 홍콩, 심천, 상해 등에 중국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1월 신규 설립한 CJ GLS China HQ가 중국 내 4개 법인을 통합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CJ GLS는 중국에 제2의 CJ를 만들겠다는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들어 산동성, 북경, 천진, 상해, 요성, 광주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활발한 물류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CJ GLS가 확보한 물류 거점은 11곳이다. 물류서비스부문도 통관, 보관, 컨테이너수송, 거점 정기화 물, 배송, 유통가공으로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내 선두를 달리고 있는 3자 물류 사업의 노하우 를 적극 활용해 대형 고객사 수주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고 CJ GLS가 광활한 중국대륙에서 물건만 열심히 배송하고 있는 건 아니다. 물류 컨설팅 사업을 활용해 중국 공략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물류 컨설팅은 물류진단부터 시스템설치까지 전문 성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다. 이를 위해 CJ GLS는 체계화된 물류 시스템을 경험한 국내 직 원들을 대거 중국에 파견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문화나 언어, 라이프스타일에 정통한 현지 전문가 를 대거 채용하는 등 물류 왕국의 저변을 대륙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재국 CJ GLS 사장은 또 한 번의 글로벌 인수합병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중국 구상 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및 대형 글로벌 고객사를 중심으로 영업을 강 화하고, 경쟁력 있는 현지 기업을 물색해 M&A를 적극 추진해나갈 생각입니다.”
싱가포르에는 전 세계 화물의 추적, 도착예정시간, 비상상황 등을 관리할 수 있는 GCC (Global Control Center)가 구축되어 있다. GCC 야말로 CJ GLS 의 글로벌 작전상황실인 셈이다
캐시카우 동남아를 잡다
동남아 시장에서 CJ GLS의 목표는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CJ GLS가 해외에 진출해 있는 12 개국 중 동남아 국가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6개국이다. 그만큼 이 시장에 거는 기대가 높다는 의미다. 이미 동남아 시장공략은 중국시장 못지않게 빠르게 진행되 고 있다. 12개국 해외법인의 운영을 총괄하는 해외사업본부 또한 싱가포르에 위치한 CJ GLS Asia 다. 싱가포르에는 전 세계 화물의 추적, 도착예정시간, 비상상황 등을 관리할 수 있는 GCC(Global Control Center)가 구축되어 있다. 최대 보관 용량 150만 상자에 하루 11만 상자가 출고되는 경기 도 이천 신덕평센터의 물류 흐름도 이곳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GCC야말로 CJ GLS의 글 로벌 작전상황실인 셈이다.
태국 법인은 CJ GLS의 동남아 법인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표를 내는 곳이다. 지난해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아시아 시장에서 청신호를 밝혔다. 태국의 램차방과 방콕을 거점으로 컨테이너 운 영, 수출입, 통관, 내륙운송, 창고 및 재고 관리와 공급망 관리 컨설팅 등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 하고 있는 태국 법인은 교통 혼잡이 심한 방콕의 상황에 맞게 운송수단으로 오토바이를 이용하고 있다. 4시간 이내 주문상품을 배송해 주는 특급 서비스를 통해 연평균 5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거 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CJ GLS 태국 법인은 동남아 공략의 주요 거점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라오스, 캄보디 아, 미얀마,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주변 국가로 통하는 육로 운송 네트워크의 중심에 태국이 있기 때문이다.
항공물류 서비스도 동남아 시장을 잡기 위한 과감한 투자였다. 2009년부터 태국 항공 사업에 뛰어든 CJ GLS는 베트남 하노이를 비롯해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중동 등 전 세계 지역 으로 연결되는 전용 화물기를 주 1회 운영하고 있다.
CJ GLS는 이미 물류사업을 통해 동남아를 하나의 물류 왕국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올해 부터 홍콩-광동성, 심천-하노이, 태국-캄보디 아·라오스를 잇는 국경물류사업도 시작했다. 전 문가들은 국경을 통과하는 수출입 물량이 늘어 날수록 동남아에서의 수익 모델이 점점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CJ GLS는 지난 7월부터 국내 물류업계 최초 로 베트남과 인도에서 택배사업을 시작했다. 이 를 위해 지난 5월 인도에 새롭게 법인을 설립했 다. 동남아 택배사업은 한국형 택배사업의 성공 모델을 현지에 적용하려는 시도다. 이재국 사장 은 말했다. “한국의 물류 비즈니스 모델이 앞서 있기 때문에 동남아 시장은 기회의 시장입니다. 집하와 배송 뿐 아니라 창고 보관, 유통 가공, 재고 관리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려 합니다. 현지 온라인쇼핑몰을 대상으로 택배 사업을 더 욱 확대해나갈 생각이에요.”
중국과 동남아를 기반으로 물류 왕국을 건 설하는 CJ GLS는 페덱스와 DHL 등 글로벌 물 류기업이 텃세를 부리고 있는 미주 시장까지 넘 보고 있다. 앨라배마와 마이애미에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미국 법인과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 을 미국으로 컨테이너 운송하는 멕시코 법인이 두 바퀴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국내 물류 기업 최초로 중남미와 유럽에도 진출한다.
이재국 사장은 말했다. “세계 경기가 위축되 고 있는 와중에서 결국 세계 경제를 이끌 새 성 장엔진은 브릭스 시장이 될 겁니다. 내년에는 중 남미에 법인을 세워 기업 물류 서비스와 택배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계획입니다.” CJ GLS와 대한통운의 결합이 국내외 물류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3자 물류 화주 기업의 물류 업무를 내부 물류 시설이나 물류 자회사가 아닌 별도 물류전 문업체가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모기업 물류를 전담하는 물류 자회사는 보통 2자 물류 기업이라 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