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 덩 치 커진 고래는 큰 바다로 가야 한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특별 인터뷰] “해외 투자 등 확대로 세계 3대 연기금 도약할 터”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민간 출신이 맡을 수 있는 금융계 요직은 한 번쯤 다 해 본 금융계 스타다. 2012년을 맞아 전 이사장의 입에 금융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350조 원을 주무르는 초대형 큰손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이 들썩이기 때문이다. 포춘코리아가 전광우 이사장을 만났다.
대담=정재웅 포춘코리아 편집장junajung98@hk.co.kr
정리=한정연 기자 jayhan@hmgp.co.kr, 사진=이종철 부국장 bellee@hk.co.kr

국민연금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국민연금공단 본부 집무실에서 만난 전광우(63) 이사장은 포춘코리아와의 신년인터뷰에서 “해외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덩치 큰 고래가 된 국민연금이 연못과 같은 국내에 머물다가는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는 해외투자 확대에 대해 “고래는 대양으로 나가야 한다”는 표현을 썼다. 국민연금은 4년 후면 기금 500조 원으로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올라선다. 전 이사장은 금융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를 막아낸 주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성질환 성격인 유럽발 재정위기는 장기전의 태세로 대비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큰 배를 끌고 항해를 하는데 시계는 어둡고 파도는 높다”는 말로 현재의 글로벌 재정위기를 설명했다. “이럴수록 장기적인 정책 좌표를 보고 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2012년 국민연금의 투자 방향과 주주권 행사 등 금융권 전반에 걸친 전 이사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Q 유럽발 재정위기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EU 정상회 의에서 재정협약이 나왔는데 시장에 크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듯하다.

A : 시장이 회복되는 모멘텀은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 만 지금 반응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유럽 재정위기는 언제쯤 봉합될 것으로 보는가?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적인 배경은 국가 부채다. 오랫동안 누적된 이 위기는 하루아침에 치료하기 힘든 만성 질환과 같다. 단기간에 봉합되기를 기대하는 게 쉽지 않다. EU 27개국 간의 문제도 있고, 유로화를 쓰는 17개국 간에도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복잡한 상 황이 있다. 독일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풀리는 문제인데, 서로 정 치·경제적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유럽 각 국가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2012년 3월에 다시 EU 정상회의가 열린다. 그 때 확실하게 절차상의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합의 가 되더라도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가 될 것이다. 재정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경제가 회복되고 세수도 늘 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이런 선순환이 얼마나 빨 리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상존해 있다. 최종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거시경제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불확실한 시간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 벌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심하다. 기업 차원에서든 국가 차원에서든 경영을 할 때 이 점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 큰 배를 끌고 항해에 나 섰는데, 시계는 어둡고 파도는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유럽을 방문해 스탠다드차타드, 바클레이스, IMG, 산탄데르 CEO 등 유럽을 대표하는 금융계 수장들을 만났다. 이들과는 어떤 대화 를 나눴나?
거시적인 차원에서 투자환경과 관련된 얘기를 나눴다. 그들과 얘기 하면서 당분간 상황이 만만치 않겠다고 느꼈다. 지금 유럽계 금융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남유럽이라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내가 만난 회사들은 그래도 건실한 편이었다. 하지만 올해 경제 전망이 그다 지 좋지 않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은 글로벌 투자에서 자금 소스 역할을 하는데, 2012년에는 다소 위축된 모습 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상대적으로 국민연금이나 국부펀드와 같 은 곳들은 투자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나 누면서 이런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민의 돈을 관리하고 증식시키는 수탁자로서 국민연금은 안전성을 추 구해야 한다. 재정위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위기에 어떻 게 대처하려 하는가?
국민연금이 안전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나는 적정한 수익성이 없는 안전성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재정 전망을 할 때 국민연금 기금이 최소한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것이냐를 보고 계획을 짠다. 대략 연평균 5~6%는 나와야 한 다. 아주 안정적으로 운용해서 2~3%의 수익을 낸다면, 기금의 고 갈 시기가 앞당겨지게 된다. 안전성도 중요하지만 수익을 최대한 내는 것이 국민연금의 목표다. 안전한 국채에만 투자를 하는 건 우 리의 책임을 다 하는 것이 아니다. 수익성을 최대한 높이자는 차원에서 투자 다변화 전략을 쓰는 것이고 분산 투자도 하는 것이다. 채권 중심이었던 우리의 투자 패 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주식 투자도 늘리고 부동산이나 SOC 투자 같은 대체 투자도 한다. 해외투자를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기 금을 운용하고 있다. 간혹 국민연금이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저가 매수의 기회다. 그래서 투자를 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우리의 수 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비중도 늘리는 것이다. 실제로 도 투자를 제법 많이 했다. 8월 말부터 지금까지 주식시장에 10조 원 안팎을 투자했다. 앞으로 30년 동안 주식 투자가 계속 커가는 구 조로 되어 있다. 당분간은 적극적으로 분산 투자를 해서 기금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시장 안정이라는 부수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안 정을 위해서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에도 주식 투자 비율을 계속 올려나가겠다는 얘기인가?
단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여력이 많 은 것은 사실이다. 내년에도 계속 살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 다. 시장이 수직상승을 해서 매수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안 살 수 있 고 오히려 팔 수도 있다. 그건 펀드매니저들이 판단할 일이다. 다만 전체 기금 규모를 늘리는 쪽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지금의 기금은 350조 원이지만 4~5년 후면 500조 원이 될 것으로 본다. 현재 18% 인 주식 투자 비중이 그때쯤이면 20%가 될 것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자산의 13%가량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2016년 까진 이를 20%까지 늘린다고 했는데, 해외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특 별한 이유는 있나?
부동산, 인프라 등 모든 투자를 합쳐서 13%다. 해외 부동산은 2% 가 안 될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5조4,000억 원어치 해외 부동산을 샀다. 단기간에 사들인 것은 많지만, 전체 자산은 채 2%가 안 된다. 기금 증가 속도에 국내 시장 흡수능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국내 채권시장의 20%까지 차지했었다. 주식시장에선 전 체 시가총액의 5%가 국민연금 자산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시장 편 중 때문에 리스크가 커진다. 기금 규모가 커질수록 해외 투자 등으 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게 당연히 좋다. 과거 규모가 작았을 때 국민 연금은 한국이라는 작은 연못의 물고기였다. 기금 규모가 계속 커 지다 보니 연못에 사는 고래가 됐다. 고래는 대양으로 나가야 한다. 연못에 계속 머물면 고래는 죽고 연못이라는 생태계도 망가진다. 압도적인 큰손에 의해 시장이 좌우되는 것은 시장에도 좋지 않 다. 전 세계를 무대로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연기금 규모로 우리 는 현재 세계 4위다. 곧 3위가 된다. 큰 규모의 기금 중에 국내에 집 중적으로 투자하는 곳은 없다. 네덜란드의 APG가 세계 3위인데, 자국내시장 규모가 작은 이유도 있지만 80%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 다.

해외 부동산 등 대체 투자도 늘리고 있다. 2009년 말 영국 런던의 HSBC 본사 건물을 비롯해 호주 시드니, 일본 도쿄의 랜드마크 빌딩을 잇달아 매입했다. 투자 성과는 어떤가?
본격적인 해외투자를 시작한 게 2009년 하반기다. 수익률을 2010 년 연말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평균수익이 14% 정도 났다. 2008년 이후 가격이 많이 떨어진 곳을 골라 샀기 때문이다. 금년 6월에는 맨해튼의 햄슬리 빌딩을 샀다. 매수협상을 시작한게 1년 6개월 전 이었기 때문에 떨어진 가격으로 살 수 있었다. 현재 가격이 많이 올 랐고, 임대수익도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의 경우 시세차익보다는 임대수익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전 세계적으 로 2011년엔 다우존스만 빼고 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런 와중에 해외 부동산에 대체 투자한 것이 상대적으로 선전을 했다. 비금융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시장의 변동성이 클 때 효과가 좋다.

최근 해외 투자를 위한 달러를 국내 외환시장이 아니라 해외에서 직접 조달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에 직접 제안했다. 신용등급이 높아 외환 차입이 용이한 국민연금이 국내 외환시장 안정의 방파제 역할을 하겠 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이사장님의 생각은 어떤가? 정부와 조율은 잘 되고 있나?
실무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에선 환영한다. 예컨 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좋은 매물이 나왔다고 치자.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외환시장도 안 좋기 때문에 원화가 약세가 된다. 해외의 좋은 매물이 나왔을 때 국내 외환시장이 안 좋으면 외환 확 보가 어렵다. 확보한다 해도 조달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우리가 원하는 타이밍에 충분한 외환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현실이 받쳐주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방안을 정책적으로 추진하 게 됐다. 최근 1조5,000억 원짜리 빌딩을 전액 현금을 주고 샀다. 만약에 우리가 낮은 금리로 외환을 빌려서 절반만 현금을 주고 샀 다면, 나머지 반을 해외 다른 투자에 쓸 수도 있었다. 국내 시장에 그만큼을 투자했다면 외환시장에 얼마나 도움이 됐겠나. 그러려면 우리가 별도의 외환계정을 갖는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일들이 뒷받 침돼야 한다.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2011 코리아 PEF 포럼에서 사모펀드 투자와 대 기업 매칭 펀드 투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 고 있나?
2011년 초에 시작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다. 기업과 해외 공동 투자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삼성물산, 포스코, GS건설 등 과 함께 해외투자를 모색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약정한 금액이 약 4 조 원이다. 매칭펀드이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같은 금액을 내게 된 다. 총 8조 원 정도를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와 대기업은 모 두 해외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GS건설 과 함께 이 제도를 이용해 스페인에 있는 담수 공장을 공동 인수했 다. 앞으로 이런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취임 후 2년 연속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렸다. 취임 전인 2008년 -0.21% 수익률과 비교하면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이사장님의 수 익 극대화 전략이 효과를 낸 것이라는 평도 많다. 올해는 어느 정도 수 익률을 예상하나?
시장 상황이 좋았다. 기본적으로는 우리 전략이 타이밍과 잘 맞아 떨어졌다. 투자 다변화를 열심히 하고 있다. 주식과 대체투자 확대 가 그런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이런 부분이 잘 됐다. 주식시장도 그 랬고 해외투자도 그랬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성과가 나온 것이 다. 개별 연도 수익률은 그다지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중요한 것 은 평균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올해 수익률이 좋다고 연말에 펀 드를 청산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취임 이후 2년 동안 평균 10.4% 수익을 냈다. 지난해 30조 원 그 전해에 26조 원을 벌었다. 2년 동 안 56조 원을 번 셈이다. 2011년에도 플러스 수익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른 연기금과 비교해 경쟁력 있 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4대 연기금 중 국민연금 수익률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아직은 수치가 안 나왔지만 우리가 가장 좋았을 것이다. 일본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기금은 주식 비중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2011년에도 상대적으로 선방했을 것이다.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대한 투자 계획은 세 웠나?
헤지펀드에도 순기능이 충분히 있다. 일반적으로 헤지펀드는 리스 크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투자처를 고려할 땐 신중하 게 접근해야 한다. 아직은 검토 중이다. 지금 막 태동하는 국내 헤지 펀드에는 트랙 레코드(투자 성적)가 일천하기 때문에 좀 더 상황을 봐야 한다. 2012년 중에 투자를 시작한다고 단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적극적으로 논의해 볼 생각이다.

KB, 신한, 하나금융지주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 사가 이슈로 떠올랐다. 주주권 행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합당 하다고 여기는가?
주주가 주주권 행사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민의 재산을 맡아서 관리하는 수탁자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다. 나는 점진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분이 계속 커지 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투자기 업의 지속적인 성장이다. 주주권 행사는 기업의 지속 성장에 촉매 제가 돼야 한다. 경영 간섭을 할 생각은 없다. 신중하게 접근할 생각 이다.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시점을 보는 견해에 약간의 시각차가 있는 듯하 다. 공단에서는 2060년이라 하고 사적 연금 강화를 주장하는 쪽에선 2044년이면 기금이 바닥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 이런 견해차가 생기 는 건가?
어떻게 가정을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중요한 것은 사적 연금 보다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국민들에게 혜택이 더 크다는 점이 다. 그래서 고갈 위기가 생기는 것이다. 국민연금 수혜대상 중에는 취약계층이 많다. 국민 상당수의 기본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것이 국민연금이다. 때문에 국민연금은 5년마다 제도개선을 하고 있다. 보험료를 높이는 방향이든 다른 방향이든 제도적으로 기금의 재정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일을 해나가야 한다. 강조하지만 수익률을 높이는 게 재정 안정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약 40% 정도다. 노후 생활비 충당이 란 면에선 너무 작은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갑자기 씀씀이를 절반 이하로 줄이기도 힘들다. 공적 사회보장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연금 지급액을 조금 상향 조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가?
공짜는 없지 않나? 그러려면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하는데, 그건 정치·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 재 월 소득의 9%다. 직장 가입자는 회사에서 절반을 내주기 때문에 4.5%다. 이는 OECD 평균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그만큼 우리가 적 게 내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국민연금 제도에 신뢰가 없었을 때는 많이 내고 나중에 더 많이 받으라는 얘기가 설득력이 없었다. 지금 은 많은 분들이 더 낼 수 없느냐고 묻기도 한다. 국민연금의 신뢰도 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상당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2012년에 있을 두 번의 큰 선거에서 복지가 이슈가 될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논쟁이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한다.

취임 2주년을 맞았다. 내년은 이사장 임기 마지막 해다. 이명박 대 통령도 내년이면 임기가 끝난다. 금융전문가로서 현 정부의 경제정 책 중에 남은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금융위기를 한 번 맞아도 힘든데 현 정부는 벌써 두 번째 위기를 맞 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모범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에선 우리의 위기 극복 능력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국내에선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 2008년 금융위기는 내가 금융위원장을 할 때 일어났다. 리먼 브 라더스의 파산으로 몰아친 급성 질환 같은 위기였다. 응급 상황에 서의 정책은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은행들이 자본확충 펀드를 만들고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고 금리인하를 서둘러서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단 기 치유가 어렵기 때문에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우 리는 재정상태가 건전하다. 2012년 해외 경제상황 악화가 국내 경 제를 경착륙시키지 않도록 재정 정책을 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재정 건전성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제회복의 탄력을 최대 한 살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시장의 변동성도 커 지고 가계부채 문제 등 잠재적인 금융 불안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2012년 한 해로 끝날 일이 아니다. 우리 나라의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키운다는 긴 안목에서 정책을 펴나 가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은 시계가 뿌옇고 파도는 높다. 할 일은 뻔하다. 장기 적인 목표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중장기적인 경제 정책 운용 좌표를 분명히 바라보고 안전운항을 할 수 있도록 노력 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권과 정부, 국민 모두가 최대한 한마 음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분명 저력이 있 다. 지난 몇 년간 전대미문의 위기라던 2008년 금융위기를 잘 극복 한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자신감을 잃지 말고 적극적으 로 대처하면 이번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사장님은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경기중학교 입학시험에서 답 안지를 한 칸씩 밀려 써서 낙방을 했고, 검정고시를 통해 최연소 고 등학생이 됐다는 재미있는 얘기도 들었다. 지난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자랑스러웠던 부분과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 이 있나?
금융업체를 경영할 때나 금융위원장으로 위기를 극복할 때나 내 신 조는 정도로 가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인생을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위기는 기회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면서 살아왔 다. 중학교에 떨어진 것은 실패였고 위기였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 려 도약의 계기가 되었다. 어려운 일을 만나거나 심지어 실패하는 상황에 처해도 쉽게 포기하지 말자는 얘기를 자주 하곤 한다. 이런 것들이 내가 운 좋게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일을 할 수 있었던 원 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전광우 이사장은...

1949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에서 경제 학 및 경영학 석사와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 교수를 거쳐 14년 동안 세계은행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했다. 1998년 한국 정부 초청으로 귀 국해 경제부총리 특보와 국제금융센터 소장으로 일하면서 외환위기 조기극복에 기여 했다. 이후 우리금융그룹 총괄부회장, 딜로이트코리아 회장을 거쳐 대한민국 국제금 융대사, 포스코 이사회 의장, 국제증권감독기구 아태지역위원회 의장, 연세대학교 석 좌교수를 역임했다. 2008년 민간인 출신으론 최초로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 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해 2009년 12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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