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위대한 <b><font color=#3366ff>촉매</font></b>

화학반응에 필요한 열이 충분치 않다면 촉매를 넣어라

좌측의 사진은 30분간 시뻘겋게 달궈진 구리 소재 나비 귀걸이의 모습이다. 하지만 필자는 불이나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귀걸이를 달궜던 열은 어디에서 왔을까.

힌트는 귀걸이 바로 아래의 투명 용액에 있다.

이 용액은 가연성 물질인 아세톤이다. 휘발된 아세톤의 증기가 대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면 열이 방출된다. 때문에 아세톤에 불을 붙이지 않고도 화학반응만으로 아세톤의 발화점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구리를 뜨겁게 달구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아세톤이 공기 중에 노출된다고 무조건 뜨거운 열이 생성되지는 않는다. 일반 공기 중에서는 반응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즉 활성화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 이 실험이 가능한 것은 바로 구리 덕분이다. 구리가 촉매 역할을 수행, 반응을 촉진시키는 것. 촉매인 만큼 구리는 반응을 도와줄 뿐 소모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구리 귀걸이는 실험 이후에도 원래의 모습을 유지한다.

관련기사



이런 촉매의 활약을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자동차의 촉매변환장치를 통해서다. 이 장치는 백금(Pt)이나 팔라듐(Pd)을 촉매로 사용, 불완전 연소된 휘발유를 완전 연소시켜준다.

사실상 촉매는 휘발유가 자동차 연료로 쓰이기 이전부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백금과 레늄의 경우 탄화수소의 분자배열을 바꿔 휘발유를 제조하는 원유 개질 공정의 필수 촉매다. 이처럼 촉매는 개질공정에 필요한 에너지와 시간, 장비의 복잡성을 크게 줄여주며 공정 효율성도 높여주는 나름 친환경적 물질이다. 석유산업 전반을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말이다.

필자는 '변화를 위한 촉매'라는 표현을 꽤 자주 사용한다. 과학적으로 완벽한 타당성을 갖춘 몇 안 되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로운 변화를 일으키면서도 자신은 원래의 모습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는 물질. 그것이 촉매다.

활성화 에너지 (activation energy) -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반응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활성화 에너지 이상의 에너지를 가져야만 한다.

WARNING
고온으로 달궈진 금속과 가연성 물질인 아세톤이 가까이에 위치하는 만큼 철저한 안전조치가 필요한 실험입니다.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