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던 피터 브레윈은 샤워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방법을 찾았다. 사용한 물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하수구로 들어갈 물을 무조건 모아서 다시 쓸 수는 없다. 그의 해법은 샤워 중 바닥에 떨어지는 물의 70%를 지속적으로 회수, 정제, 재순환시키는 소형 하수처리플랜트였다. 이 플랜트의 가동에도 추가 에너지가 투입되지만 재활용수는 여전히 수온이 높아 조금만 재가열하면 샤워용수로 공급할 수 있다. 덕분에 40~70%의 에너지가 절감된다.
브레윈에 따르면 이 시스템 설치 시 가구당 연간 7만5,700~12만1,130ℓ의 물 절약이 가능하다. 덕분에 해당지역 하수처리장도 200kWh 이상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개발과정에서 맞닥뜨린 난제는 일반 하수처리공정의 처리속도가 너무 느려 물을 실시간 재활용하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그는 우유 멸균에 쓰이는 저온 살균법을 택했다. 하수구로 빠져나가는 물은 약 41℃인데 열교환기와 소형 전열기를 통해 저온살균이 가능한 72℃까지 온도를 높인다. 또 정제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별도의 깔때기도 채용했다. 물이 깔때기를 소용돌이치며 통과하면서 원심력에 의해 불순물들이 외벽에 달라붙게 된다.
연구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브레윈은 시제품 제작을 완료했다. 이후 관련기술의 라이선스를 호주의 엔지니어링 기업 신텝(Cintep)에 넘겼고 이 회사는 샴푸 잔여물 제거 효과를 높이는 등 몇 가지 성능을 고도화했다.
이 시스템은 내년 중 제1호 상용제품 가동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