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화성탐사 나노봇

모래알보다 작은 로버가 화성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작년 11월 발사된 미 항공우주국 (NASA)의 화성탐사로버 '큐리오 시티(Curiosity)'가 8월 6일 화성에 착륙한다. 이 로버는 역대 로버 중 가장 많고 무거운 75㎏의 과학장비를 싣고 험준한 화성 표면을 탐사해야 해 크기가 SUV만 하다.

하지만 화성 이외의 행성에 이만한 덩치의 로버를 보내는 것은 결코 실용적인 판단이 아니다. 우선 돈이 많이 든다. 큐리오시티 무게의 로버를 화성에 보내기 위해 필요한 로켓연료만 450톤이 넘는다. 또 대형 로버는 대개 전력을 많이 소모하고, 그만큼 하루동안 탐사할 수 있는 범위도 좁다.


그래서 일부 연구자들은 향후 외계행성 탐사 임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크기가 큐리오 시티의 10억분의 1에 불과한 나노봇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화성에 도착하게 될 최초의 나노봇이 이른바 '지능형 먼지 (smart dust)'라고 불리는 모래알 크기의 로봇 군단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화성 궤도에 도달한 탐사선이 나노봇이 들어있는 캡슐을 화성에 투하해 방출하면 마치 모래폭풍처럼 바람을 타고 대기를 떠돌며 화성의 모든 것을 알려주게 된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8%에 불과해 나노봇들은 지면에 떨어지기 전까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탐사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영국 글래스고대학의 물리학자 존 바커 박사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만대의 나노봇을 한 번에 살포할 경우 수천 ㎢ 면적의 탐사가 가능하다.

각 나노봇에는 나노프로세서, 데이터 수집 센서, 그리고 인근의 나노봇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송·수신 장치가 탑재된다. 센서가 수집한 화성 대기의 기류와 화학성분 자료는 화성 궤도에 머물고 있는 탐사선을 거쳐 지구로 보내진다.


또한 나노봇의 외피는 전극에 의해 제어되는 가변형 폴리머로 만들어질 것이다. 너무 빨리 지상에 떨어졌을 때 다시 바람에 날아가기 좋도록 매끄럽던 외피 모양을 오톨도톨하게 변형시키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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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방식의 프로젝트가 불가능한 목표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가변형 폴리머 기술이 확보돼 있는 상태며 바커 박사는 ㎝ 크기의 프로토타입 나노봇을 활용, 이 프로젝트의 최대 난제 중 하나로 꼽히는 통신 어레이의 실험에 돌입했다.

특히 화성 표면을 파고 들어가 토양이나 암석의 표본을 수집하는 것과 같은 더 복잡 하고 가치 있는 임무를 나노봇에 부여하기 위한 노력도 전개 중이다. NASA의 집단나노기술(ANTS) 프로그램 연구팀이 개발 중인 자체 동력을 갖춘 초소형 자율이동 로봇 'TET워커 (TETwalker)'가 그중 하나다.

이 로봇은 탄소나노튜브 막대로 피라미드 모양의 골격을 짠 사면체 구조를 띠고 있다. 특정 탄소나노튜브 막대의 길이를 늘이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변경, 원하는 방향으로 구르면서 이동한다. 연구팀은 나노크기의 TED워커 수만 개를 가지고 로버나 안테나 같은 장치를 제작, 생명체와 물을 찾아 화성 표면을 자율 탐사하는 로봇의 개발을 궁극적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아직은 인간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높이 61㎝의 개념 실증 모델 수준이며 이를 나노 크기로 줄이려면 지금보다 훨씬 진화된 나노튜브 기술이 필요하다. ANTS 프로그램의 책임자 인 스티브 커티스 박사는 나노기술의 발전과 연구비 투자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30~40년 내에 TET워커를 화성에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한다.

덧붙여 나노봇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장소가 없다면 화성에 내리쬐는 강력한 우주 방사선과 가혹한 기후로 인해 머지않아 수명을 다하게 된다. 이에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콘스탄티노스 마브로이디스 박사팀은 화성 나노봇 기지의 콘셉트 모델을 연구 중이다. '네트워크화 된 테라X플로러 (Networked TerraXplorer, NTXp)'라고 명명된 이 기지는 거미줄 모습과 유사한 방사형(放射 形) 로프 형상을 하고 있다. 대량의 지능형 나노봇들을 NTXp에 넣어 화성에 떨어뜨림으로써 쉼터를 제공, 나노봇의 생명연장을 꾀하는 것이다.

한편 나노봇의 최초 임무 지역은 화성이 되겠지만 언젠가는 그보다 혹독한 환경의 행성에도 투입돼야 한다. 때문에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표면온도가 400℃를 훌쩍 뛰어넘어 500℃에 육박하는 금성에서도 제 성능을 발휘할 신개념 탄소나노튜브를 개발하고 있다.

바로 이런 노력들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수십년 내에 장난감 자동차보다 작은 초소형 로봇들이 우주의 비밀을 밝혀주는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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