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슬라이스 치즈로 흔히 먹는 체더치즈의 경우 온도가 약 65℃에 이르면 치즈를 고체 상태로 유지해주던 우유 단백질들이 분해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크림처럼 부드러운 상태로 바뀐다.
그런데 과연 '크림 같다'는 기준은 뭘까. 그리고 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는 걸까.
이 부분은 아직까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다만 네덜란드의 한 공동연구팀이 디저트인 바닐라 커스터드로 실험한 결과, 커스터드가 주는 크림 같은 느낌은 입자의 점성과 균질성, 질감, 표면의 모습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했던 와게닝엔대학·연구센터의 르네 드 비크 박사는 "피실험자들은 입안에서 마찰을 덜 일으키는 커스터드를 특히 더 선호했다"며 "치즈에도 이러한 사실을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과학 관련 서적을 낸 헤럴드 맥기는 녹은 치즈의 온기가 먹는 즐거움을 더 강화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녹은 치즈가 가지고 있는 모든 느낌, 다시 말해 부드러움과 끈적거림, 온기는 모두 지방 성분이 지닌 느낌과 일치한다. 그리고 인간은 지방을 매우 좋아한다. 예일대학에서 신경계가 지방에 반응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는 아이반 드 아라우조 박사도 이에 동의한다.
"입안의 수용체는 기본적으로 기름기 있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의 질감을 선호하도록 설계돼 있어요."
물론 이것은 진화의 산물일수도, 개인적 학습의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뜨겁게 녹인 치즈의 맛 차이를 설명하고자 할 때는 이런 사실은 별로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상관없이 인간은 이런 형태의 지각을 통해 지방의 존재를 알아냈고 그런 질감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