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RATION BY Paul Lachine
스마트폰, GPS 등의 기기가 골목골목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각 개인의 머릿속에 저장돼 있었던 심상 지도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다. 노래방이 생기며 노래가사를 외우지 않게 된 것과 비슷하다.
이런 현재의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모든 장소로의 이동경로를 정확히 알려주지만 단 한 곳은 예외다. 바로 실내에서 그렇다.
테마파크 입구까지 안내할 수는 있어도, 특정 놀이기구까지 안내하지는 못하는 것.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매우 많은 사람들을 활용하면 복잡한 실내공간을 매핑해 길 찾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유용한 집단은 예나 지금이나 휴대폰, 특히
스마트폰 유저다.
실제로 과거의 내비게이션 및 GPS제조사들은 정부가 만든 지도에 크게 의존했다. 이 지도에 직접 측정한 데이터를 덧붙이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동통신망이 폭넓게 구축되면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내비게이션 사용자들이 지도가 부정확한 곳을 지날 때 깃발로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해당지역을 추가 조사해 정확도를 높였던 것이다.
현재 일부 기업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용자 스스로 신뢰성 높은 지도를 제작하고, 정보를 갱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비영리기구인 오픈스트리트맵(openstreetmap.org)이 그 실례다. 이곳의 지도에는 90만명의 일반인이 등록한 15억개의 위치정보가 표시돼 있다.
그라우드소싱을 활용하면 공항, 쇼핑몰, 고층빌딩 등의 실내에서도 정확한 내비게이션이 가능해진다.
고층빌딩, 쇼핑몰, 공항, 테마파크 등 넓은 실내공간의 매핑을 하려면 이 같은 크라우드 소싱의 접목이 최선이다. 2011년 구글 맵스에 건물주들이 건물의 평면도를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구글은 공항, 박물관, 쇼핑센터 등의 내부지도 1만여점을 확보했으며 MS의 ‘빙 맵’은 동일한 방식으로 3만점의 내부지도를 갖고 있다.
다만 내부지도만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실내에 서 있는 개인의 위치까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에 관련기업들은 인공위성의 GPS 신호가 닿지 않는 실내에서 개인의 위치 파악을 위해 이동통신신호와 스마트폰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일례로 인로케이션(In-Location)이라는 컨소시엄은 블루투스와 와이파이에 기반한 위치 추적을 제안하고 있다. 또 인도어아틀라스(IndoorAtlas)라는 기업은 휴대폰에 나침반을 부착, 빌딩 속 자기장에 기반한 위치 추적을 표방한다. 이 방식은 오차범위가 1m 이내라고 한다.
향후 이 데이터와 크라우드소싱 지도가 본격 연동되면 우리는 야외와 실내 모두에서 길을 잃을 염려가 없어질 것이다.
심상 지도(mental map) 측량에 의한 실제 지도가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판단, 지적 수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특정공간에 대한 지도.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제품의 생산이나 서비스에 다수의 일반 대중이 참여토록 하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