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지난 1월 중순 ‘그래프 검색’을 내놓았다. 그래프 검색은 엔진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검색 방식이다. 이는 검색의 선두주자 구글은 물론,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하는 시맨틱 검색이나 빅데이터 분석과 궁극적인 목표가 동일하다. 사용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베타 서비스 중인 그래프 검색이 앞으로 기업 마케팅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점검해 보자.
홍덕기 아이소셜 대표 ceo@isocial.co.kr www.facebook.com/deockee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넷 유머를 하나 소개한다.
‘한 할아버지가 메리어트 호텔에 갈 일이 생겼다. 호텔 이름을 잊어버릴 것 같아 ‘메리야스’라고 기억하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말하려 했으나 우려했던 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속옷’ 비슷한 이름이었다는 것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정확한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호텔 이름이 난닝구 같은 건데. 하여간 그리로 갑시다!”
“예, 모시겠습니다.”
이름이 맞았나 보다 싶어 마음 푹 놓고 앉아 있으니 정말로 메리어트 호텔 앞에 떡 하니 온 게 아닌가. 그제서야 할아버지는 ‘메리야스’가 생각이 났다. “거, 기사 양반 참 용하오. 난닝구라고 했는데, 어떻게 여기인 줄 알고 제대로 찾아온 거요?”
그러자 기사 아저씨가 말했다. “난닝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제는 ‘전설의 고향’도 다녀온걸요.” ‘전설의 고향’은 한 할머니가 목적지로 말했던 예술의 전당이었다.
참 대단한 택시기사다. 스스로 정확한 목적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속마음을 꿰뚫고 임무를 정확히 완수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잘못된 연상 작용으로 엉뚱한 결론에 도달했지만 택시기사는 그 오류까지 찾아내 정확한 목적지를 유추해 낸 것이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쌓여진 ‘내공’ 덕이다.
다른 사례로는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선 선거 운동을 들 수 있다. 버락 오바마와 미트 롬니 진영의 전략가들은 선거 캠페인 방향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특정 유권자가 그동안 노출했던 다양한 개인정보를 통해 이들의 정치 성향을 분석한 후, 그 유권자에 맞는 맞춤형 정보와 메시지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사용했다. 오바마는 ‘보트빌더’, 롬니는 ‘GOP 데이터센터’라는 데이터베이스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등에서 뽑아낸 1억 명이 넘는 유권자의 정보를 축적해 놓고 있었다.
한 개인이 족적을 남긴 디지털 정보 속에는 드라마, 선망하는 탤런트, 즐기는 레저, 키우는 개, 마시는 술, 아기의 기저귀 브랜드, 교회 참석 여부, 면도할 때 사용하는 거품 등 시시콜콜한 관심사와생활습관부터 재정상태, 심지어 정치 성향이나 특정 이슈에 관한 호불호와 입장까지 엿볼 수 있는 무한한 힌트가 담겨 있다. 이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모은 후 이에 맞는 메시지를 그의 메일이나 휴대폰으로 전송해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윙 스테이트(지지도 차이가 미세해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략 선거주) 중 하나인 오하이오 주의 30대 여성이 NBC의 인기 시트콤인 ‘30 rock’을 즐겨보고 마이어스 제라늄 비누를 쓰고 유기농에 관심을 갖는 트윗을 많이 전송했다면, 이 여성이 어떤 사이트에 관심을 가질지, 정치적으론 어떤 성향을 취할지 대략 유추할 수 있다. 이 유권자에겐 ‘북한에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치적인 메시지보다는 미셸 오바마의 친환경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전략적으로 현명하다. 오바마 역시 그가 관심을 보이는 것에 자신도 마찬가지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전하면 호감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조지 클루니나 우디 앨런을 좋아하고, 음악을 들을 때 ‘스포티파이’(음악 스트리밍 사이트)를 사용하며, 뉴스를 읽기 위해 ‘텀블러’나 ‘버즈피드’(커뮤니티 뉴스 사이트)를 활용하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는 오바마 지지 성향이라는 것이 빅데이터 분석의 결과이다. 이런 검색어를 많이 사용한 유권자에겐 주저 없이 ‘투표를 꼭 하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이처럼 사용자의 의도와 목적을 반영해 줄 수 있는 검색은 불가능한 것일까? 이를 해결하려는 대표적인 시도가 시맨틱(semantic) 검색이다. 의미기반 검색이라고 불리는 시맨틱 검색은 기존 키워드 검색에서 찾아 주지 못했던 동음이의어, 동의어, 연관 주제어, 사용자의 의도 등을 반영하려는 맞춤형 시도이다. 구글의 그래프 검색이나 네이트의 시맨틱 검색 등이 부분적으로 실현시키고 있지만, 사람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로봇처럼 인공지능을 가지지 않고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페이스북은 지난 1월 그래프 검색을 내놓았다. 사용자의 소셜네트워크와 관련된 정보를 검색해주는 서비스다. 페이스북 가입자 10억 명과 페이스북에 올려진 2,400억 건의 이미지, 1조 건의 연결 등을 기반으로 정보를 검색해준다.
시맨틱 검색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는 데이터 마이닝과 인공지능을 갖춘 엔진 개발 등 기술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그래프 검색은 사람 중심, 특히 페이스북 친구를 중심으로 최적화된 검색을 찾아가려는 시도다. 그래프 검색은 사람(people)·사진(photos)·장소(places)·관심사(interests) 등 4가지 요소를 대상으로 한다. 먼저 사람. 공개된 프로필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사는 지역에 사는 친구’ ‘나와 같은 대학을 나온 친구’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친구’ 등을 검색할 수 있다. 그리고 사진과 장소, 그리고 관심사로 넘어가면, ‘친구들의 사진’이라는 포괄적인 검색에서부터 ‘내 친구들이 뉴욕에서 찍은 사진’ ‘내 친구들이 가본 런던의 식당’ ‘내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악’ 등 구체적인 검색이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사이클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클을 좋아하고 내 고향 출신 사람들’ ‘사이클을 좋아하고 서울에 사는 사람들’ 등으로 다양하게 변형된 검색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위 검색 내용들을 보면 마케터들은 자연스럽게 마케팅의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 변수들을 떠올리지 않을까? 마케팅의 시장 세분화 변수에는 소비자가 거주하는 지리적 변수(geographic variables), 연령·성별·소득에 따른 인구통계적 변수(demographic variables), 소비자의 심리적 특성을 반영하는 사이코그래픽 변수(psychographic variables), 제품 구매 과정 및 소비와 관련된 소비자 행동적 변수(behavioral variables) 등이 있다.
이 변수들의 순서에 따라 그래프 검색이 대상으로 하는 4가지 요소와 매칭시켜보자. 지리적 변수는 장소, 인구통계적 변수는 사람, 사회적 지위와 라이프스타일로 대변되는 사이코그래픽 변수와 소비자들의 편익과 사용 상황이 중심인 행동적 변수는 관심사와 사진으로 연결된다.
현재 검색 사례는 미국 영어 사용자에게만 실시하고 있는 베타서비스에 거론된 사례이기 때문에 검색의 정확도와 검색의 확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기업의 페이스북 팬 페이지에서 전 세계에 있는, 다양한 욕구를 지닌 소비자들의 특성을 저비용으로 손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예컨대 내 친구 중 애플의 아이폰 사용자와 갤럭시 시리즈 사용자를 골라낼 수 있다. 카메라를 사고 싶을 때 나와 모든 면이 비슷한 내 친구들이 좋아하는 DSLR 브랜드를 알아낼 수 있다.
10억 명의 가입자를 자랑하는 페이스북은 그래프 검색으로 전 세계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왕국’에 한 발짝 더 다가갈 듯 보인다. 검색이 정교화 할수록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슈가 제기될 수도 있지만, 마케팅, 특히 소비자와 시장 조사란 분야에선 변혁의 계기를 마련해줄 수도 있을 듯하다.
홍덕기 대표는…
이 글의 필자인 홍덕기 씨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기자를 거쳐 한국아이닷컴 프로젝트 개발부장을 역임했다. 한국대학신문 편집장을 지낸 후 현재 SNS 사업체인 ㈜아이소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동덕여대에서 ‘광고론’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