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삼성이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애플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삼성의 거침없는 질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By Michal Lev-ram
삼성-맞다, 삼성이다-이 어떻게 미국에서 휴대전화 제조업체 정상에 오르고 애플의 골칫거리가 됐는지 이해하려면, 지난해 가을로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9월 중순 어느 날 아침, 애플의 CEO 팀 쿡 Tim Cook이 아이폰 5를 공개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의 한 무대에 올랐다. 같은 시간, 수백 마일 떨어진 로스앤젤레스의 볼프강 퍽 Wolfgang Puck 레스토랑에서는 삼성전자의 마케팅 경영진이 쿡의 발표 내용에 대한 실시간 반응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들은 노트북과 TV화면이 놓인 탁자에 모여 아이폰 5의 새로운 기능들을 각각 주의 깊게 살펴보고,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상의 수많은 의견들을 모니터링했다. 데이터들이 쏟아져 들어오자, 레스토랑에 진을 치고 있던 삼성의 광고 대행사 카피라이터들은 대응책을 수립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시간 후 쿡이 무대에서 내려갔을 때, 삼성 팀은 이미 일련의 인쇄매체, 디지털 및 TV광고 초안을 잡고 있었다. 그 다음 주, 아이폰 5의 판매가 시작됐을 때 삼성은 새로운 아이폰을 사려고 줄을 길게 늘어선 '팬보이 Fanboy *역주: 애플의 광팬'들을 조롱하는 TV광고를 내보냈다(한 팬보이가 "헤드폰 연결 잭이 밑면에 있대!"라며 호들갑을 떤다). 이 90초짜리 광고는 이후 인터넷 조회수 7,000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2012년 가장 인기 있는 전자분야 광고가 됐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애플의 아이폰 5 출시 후 몇 주 동안 삼성의 대표 스마트폰 갤럭시 S3 판매가 기록적이었다는 점이다. 삼성의 미국 시장 휴대전화 최고마케팅책임자(CMO) 토드 펜들턴 Todd Pendleton은 "우리는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는, 중요한 순간이 되리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 기회와 에너지를 포착해 삼성의 순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현재 삼성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근 몇 년간 이 한국 기업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강타했다. 작년에는 오랫동안 휴대전화 시장 1위 자리를 지키던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29%로 정상에 올랐다. 고성능 컴퓨터 기능을 갖춘 고가의 스마트폰도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고, 미국 시장에선 애플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스마트폰 판매에서 애플이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ABI 리서치는 삼성이 33%로 30%인 애플을 앞섰다고 밝히고 있다(실제로 애플이 아이폰 한 종류만 판매하는 데 비해 삼성은 미국 시장에서 25가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T-모바일 USA의 CEO 존 레저 John Legere는 "삼성은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의 성공요인으로는 세련된 마케팅, 혁신, 경영 능력, 그리고 아이폰의 대안을 갈망하던 시장 환경을 꼽을 수 있다. 삼성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휴대전화를 처음으로 개발한 회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여러 제조사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섰다. 눈에 띄게 얇고, 밝고 넓은 스크린을 장착한 전화기를 개발하고, 두 전화기의 뒷면을 맞대면 사진을 '레이저 빔'처럼 전송하는 등의 첨단 기능을 잇따라 선보인 덕분이다. 삼성은 광범위한 공급망을 엄격하게 통제하며(스크린에서 메모리 칩까지 안 만드는 것이 없다) 급증하는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은 2억1,500만 대를 넘어섰다. 그리고 통신 기업들은 삼성 제품 재고를 확보할 의욕이 앞선 나머지, 신제품 독점 계약을 요구하는 관행까지 포기했다. 지난여름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와 T-모바일, 스프린트, AT&T는 갤럭시S3를 동시에 출시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삼성에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큰 성공이었다.
물론 모두가 삼성 신제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애플은 삼성을 특허 위반으로 고소했고, 이 두 회사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소송에 휘말릴 것이다. 그리고 삼성이 단기간에 멋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놀라운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무선통신 생태계-스마트폰이 그렇게 인기를 누리도록 해 준 모바일 운영 체제, 애플리케이션 매장 등 각종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대한 통제권은 별로 없다. 실제로 삼성의 성장에 기여한 요인들-안드로이드 플랫폼과 앱 카탈로그, 멋진 새 전화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망-은 정상을 노리는 다른 수많은 안드로이드 기반 제조사들이 삼성과 경쟁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또 애플이 삼성의 공격을 물리치려는 과정에서 법정에만 의지할 것 같지도 않다. T-모바일의 레저는 한국의 거물 삼성에 대해 "상대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20위에 올랐던 삼성전자의 매출은 1,490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그 출발은 미미했다. 삼성은 '세 개의 별'이라는 뜻으로, 1938년 대구에서 건어물과 국수를 취급하는 소규모 공급업체로 시작했다. 야심적인 창립자 이병철은 이후 수도 서울로 본사를 이전하며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60년대 후반 삼성은 본격적으로 전자업계에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저렴한 텔레비전과 에어컨을 만드는 회사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이런 평판은 1995년부터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당시 이건희(창업주 이병철의 아들) 회장은 한국 중남부 구미에 있는 삼성공장을 방문했다. 중요한 계기가 된 시찰이었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최신 휴대전화를 새해 선물로 보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구미 공장의 재고품들을 모두 커다란 더미로 쌓아놓고 불태워 버렸다고 한다.
구미 소각 사건 이후 삼성은 연구개발 투자를 늘렸고, 세계 최초의 MP3 전화기, 최고 화소의 카메라 폰, 그리고 한국의 초고속 휴대전화망에 적합한 여러 고성능 기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계 다른 지역 대부분, 특히 미국 시장에선 여전히 삼성이 휴대전화를 연상시키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거기엔 삼성이 이동통신사들에 제품 마케팅을 주도하도록 맡긴 탓도 있었다.
아이폰이 출시된 지 3년여가 지난 2010년, 삼성은 소극적인 방식이 미국에서는 특히 통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삼성의 미국 휴대전화 부문 사장 데일 손 Dale Sohn은 미국 내 경영진을 소집해 소비자들에게 삼성을 홍보할 때 파트너기업들에 의지하는 대신 직접 운명을 결정할 방법을 모색했다. 손은 서울 본사의 상사들과 항시 소통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최선책을 결정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독립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는 후일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라고 세상에 알려진 그의 내부 계획에 본사 동의를 얻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11년 6월 손은 나이키의 전임 글로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펜들턴을 영입했다. 당시 삼성은 이미 갤럭시 스마트폰 2세대인 S2를 출시한 상황이었다. 이 기기는 4 1/3 인치 크기에 근거리 통신 기능이 내장돼 있고, 화면을 아래로 내리면 통화수신이 무음으로 전환되는 멋진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펜들턴은 "우리는 경쟁사보다 훨씬 좋은 제품을 이미 시장에 내놓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펜들턴은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오랫동안 나이키 경영진으로 일해 온 그는 스니커즈 운동화를 600여 켤레나 갖고 있다). 그는 겨우 1년 반 만에 마케팅 팀 전체를 새로 꾸렸다. 소매 및 채널 마케팅 신임 부사장 카트리나 더너건 Katrina Dunagan은 갤럭시 스튜디오를 새로 만들었다. 소비자들이 베스트바이 Best Buy *역주: 미국의 가전유통 기업나 통신사 매장에 가는 대신 갤럭시 스튜디오에 들러 삼성 전화기를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다른 신임 경영진 브라이언 월리스 Brian Wallace에게는 디지털 마케팅을 맡겼다. 월리스는 데이터 분석 전문회사 네트워크 인사이츠 Networked Insights에 의뢰해 삼성이 소셜 미디어에서 진행되는 대화들을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었다(지난해 12월 월리스는 구글의 모토로라 부문 마케팅을 맡기 위해 삼성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트워크 인사이츠는 지금도 삼성을 위해 일하고 있다).
펜들턴은 CMO 자리를 맡은 지 몇 달 만에 토론토에 본사를 둔 MDC 파트너스가 소유한 광고회사 72앤드서니 72andSunny도 합류시켰다. 72앤드서니의 공동창립자인 CEO 존 보일러 John Boiler는 "당시 애플이 주역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2인자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었다"고 말했다.
보일러는 펜들턴과 함께 수차례에 걸쳐 나이키의 홍보 캠페인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바로 그의 팀이 지금은 유명해진 팬보이 캠페인을 만들었다. 완고한 애플의 광팬들을 조소하는 일련의 광고들이었다. 지난 1년 동안 72앤드서니는 갤럭시 S3를 비롯해 네 가지 삼성 제품 광고를 맡았다. 아이폰 5 출시 중에 방송된 '반(反) 애플 시리즈' 중 가장 인기를 끈 광고를 보면, 애플 전화기를 사려고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신세대가 알고 보니 부모님 대신 자리를 맡아줬던 것으로 나온다. 애플로서는 뼈아픈 한 방이었다.
이 정도의 광고효과를 내려면 꽤 많은 돈이 들어간다. 리서치 회사 칸타 미디어 Kantar Media에 따르면, 삼성은 2012년 1~3분기 동안 전년의 1억 9,100만 달러에 비해 대폭 늘어난 3억 4,900만 달러를 미국 마케팅에 투자했다. 그러나 CMO 펜들턴은 제품이 우수하지 않았다면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어도 별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삼성은 2011년 연구개발에 87억 달러를 투자했고, 직원 22만 명 중 4분의 1이 연구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화기 기술은 아시아에서 개발·생산되고, 후에 각 지역에 맞게 개량·포장된다. 삼성 연구원들은 현재 구부러지는 스크린과 신메모리 기술 등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모든 기술들이 향후 삼성 스마트폰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자사 휴대폰에 들어가는 부품 중 상당 부분을 직접 통제하고 생산한다는 점이다. 삼성은 부품 생산을 신속하게 확대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다른 휴대전화 제조사들도 삼성을 가장 선호한다. 삼성 부품의 가장 큰 소비자 중 하나는? 바로 애플이다. 리서치 회사인 IHS 아이서플라이 IHS iSuppli의 반도체 분야 애널리스트 렌 젤리넥 Len Jelinek은 "모든 경쟁사들은 똑같은 작업을 제3자를 통해 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공정을 내부적으로 통제한다는 점에서 삼성이 적어도 한 분기 정도는 빠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만드는 구글과 삼성의 관계도 진화했다. 2010년 HTC가 이른바 첫 구글폰을 내놓은 지 한참 후에야 삼성의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갤럭시 S가 출시됐다. 하지만 일단 안드로이드 체제를 도입한 이후에는 삼성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실적 1위가 됐다. 삼성은 현재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폰의 45%를 만든다. 구글의 모바일 부문 총괄 부사장 앤디 루빈 Andy Rubin은 칩 기술 분야에서도 삼성과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루빈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넥서스 Nexus 제품 몇 가지와 관련해 함께 일했고, 양사의 파트너십을 통해 발전된 임베디드 프로세서 embedded processor *역주: 기계 또는 전자 장치에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 프로세서(Microprocessor)를 내장해 설계함으로써 효과적인 제어를 할 수 있다를 활용하는 플랫폼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삼성의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이 '턴키(turnkey)' 모바일 생태계를 제공함으로써 휴대전화 기기 판매 성장을 가속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는 결국 삼성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삼성이 운영체제에 다른 서비스를 추가 제공하고 갤럭시 폰들에 나름의 독특한 모양과 느낌을 입히려 하지만, 궁극적으로 안드로이드는 삼성 소유가 아니다. 사실 최근 더 저렴한 모델들을 개발하며 부상 중인 유망 중국 업체들을 비롯해 다른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누구든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이젠 안드로이드의 모회사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 Motorola Mobility를 소유하고 있다. 만약 구글이 모토로라의 시장 점유 확대를 추진한다면, 삼성이 안드로이드와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삼성은 '개방적'이기 때문에 특정 운영체제에 대한 선호가 떨어질 경우 방식을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은 이미 윈도폰 8 기기인 아티브 오디세이 Ativ Odyssey를 미국에서 몇 주 후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또 인텔이 지원하는 오픈소스 운영체제 타이젠 Tizen을 기반으로 한 휴대폰을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의 전략 기획 부사장 저스틴 데니슨 Justin Denison은 "우리가 자체 모바일 생태계를 보유하지 않은 것은 현재까지 그 방향으로 혁신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혁신하기로 한 분야는 소비자를 위해 최고의 패키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한편으로 안드로이드 외에도 자체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예컨대, 음악을 구입 또는 다운로드 하거나 클라우드에 저장했다가 스트리밍 할 수 있는 뮤직 허브 Music Hu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노하우를 키우기 위해 실리콘밸리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실리콘밸리가 있는 팔로 알토 Palo Alto에 새로운 창업 지원 회사를 곧 설립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산 호세 San Jose에 110만 제곱피트(약 3만평) 규모의 연구개발 센터를 건설 중이다.
삼성 경영진은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선 확답을 회피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둘 모두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면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삼성의 모든 가전 기기들이 완벽하게 통합 운영되는 계획이다. 독자적인 운영체제가 있다면 삼성 TV를 삼성 휴대폰, 심지어는 세탁기와 연계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서로 다른 기기들끼리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삼성의 가전제품 전체가 소비자들에게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자기기 제조업체들과 인터넷 회사들이 1990년대부터 이런 융합을 이야기해 왔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더 이상 마음 졸이며 기다리지 않는다. 모바일 전문 블로그 아심코 Asymco의 애널리스트이자 애플 평론가인 호레이스 데디우 Horace Dediu는 "아직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 미국팀은 현재로선 새로운 인기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미국 휴대전화 부문 사장 손과 마케팅 책임자 펜들턴은 갤럭시에 대한 시장 평가가 긍정적이고, 멋진 기기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전 분야의 성공은 찰나일 수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삼성이 계속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경험을 혁신하고, 창조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자리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심지어 조롱 섞인 광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삼성 매장에 줄 서는 데 자리 맡아 줘서 고마워"라는 내용의 광고가 나온다면? 삼성으로선 매우 뼈아픈 한 방이 될 것이다.
갤럭시 S3의 내부
삼성의 최대 고객은 바로 삼성이다. 삼성 부품 사업부에서는 갤럭시 S3의 가장 중요한 - 그리고 가장 고가인 - 부품의 상당 부분을 만든다. 삼성이 만드는 부품에는 (1)풍부하고 선명한 색상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얇은 4.8인치 '슈퍼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 (2)이전 사양보다 전력을 20% 적게 소비하는 1.4 GHz 엑시노스 4 Exynos 4 쿼드 프로세서 (3)8메가 픽셀 카메라를 지원하는 이미지 프로세서와 센서 등이 있다.
세기의 특허 재판
애플 vs 삼성의 특허전쟁 '안내서'
애플 대 삼성 재판은 흥미진진한 특허 재판 중에 최고봉일 것이다. 2011년 초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Cupertino에 본사를 둔 아이폰의 제작사 애플이 삼성의 단말기 28개가 자사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제소했다. 여기에는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판에 대한 이른바 디자인 특허가 포함됐다. 삼성도 애플이 무선통신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맞불을 놓았다.
그해 여름 두 회사는 각각 불과 25시간의 변론 기회를 가졌다. 9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3일간의 논의 끝에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및 소프트웨어 특허 몇 가지를 의도적으로 침해했기 때문에 10억 5,00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평결은 삼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이후 맞고소한 재판에서도 패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애플은 그 후 몇몇 삼성 제품에 대해 판매 금지를 요청했으나 결국 기각 당했다. (애플은 항소할 예정이다). 10월 삼성은 캘리포니아 배심원단의 결정 당시 배심원 대표가 일부 정보를 숨겼다며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양사는 아직 배상액을 두고 씨름하고 있다. 루시 고 Lucy Koh 판사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애플과 삼성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일본과 영국에서는 삼성이 이겼다. 특허를 침해했다는 또 다른 단말기들과 관련된 두 번째 미국 소송이 2014년 시작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수년간 이 소송들의 결과는 확실하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둘 중 어느 회사도 문제가 된 기기들의 연구개발이나 판매를 중단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양사의 대결은 어떻게 결론이 날 것인가? 연방 대법원이 이런 사건을 맡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삼성 대 애플 건은 워낙 엄청나서 - 그리고 흥미진진해서 - 미국 최고 법원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