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가 창간 4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아웃도어 시장의 개척자'로 불리는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을 만났다. 성 회장은 4년 전 창간 기념 인터뷰로 포춘코리아와 인연을 맺었다. 다시 만난 성 회장은 세월이 비껴간 듯 변함없어 보였다. 성 회장은 "웬 걸요. 많이 늙었죠. 그래도 요즘은 다이어트에 성공해 몸이 좀 가벼워졌어요"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여유 속에 내공이 묻어나는 듯 했다.
마흔 이후 남자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성 회장에게선 오랜 세월 책임감 있게 살아온 경영인의 모습이 보였다.
지난 한 해는 성 회장에게 어려운 일이 유독 많았다. 주력 브랜드인 노스페이스가 가격거품 논란을 겪으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중고교생들이 교복처럼 입던 유행은 학교폭력 단속과 함께 사라졌다.
경쟁사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노스페이스의 독주에도 제동이 걸렸다. 올해부터는 시장 성장세도 둔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더해졌다.
지난해를 회고하는 성 회장의 이마에는 가끔씩 깊은 주름이 잡혔다. 그렇지만 성 회장은 "경영은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면 안 된다"는 말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아웃도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외연을 넓히면 여전히 좋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대담 : 채수종 편집국장 sjchae@sed.co.kr
정리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사진 : 차병선 기자 acha@hk.co.kr
Q: 앞으로 국내 아웃도어 시장 전망은 어떤가요? 올해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이 많습니다.
A: 각 프로모션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3년 전에도 이미 폭발적 증가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각 기업이 분발하며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저는 그 원동력이 아웃도어 시장을 확대시킨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웃도어 제품의 가격을 낮추고 브랜드의 영역을 확장해 캐주얼·스포츠 시장으로 외연을 넓혔습니다. 그래서 성장세가 유지됐죠.
하지만 세일즈의 내용을 보면 작년, 재작년에 질적인 저하가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년에 비해 매출이 10% 늘었습니다. 경쟁이 첨예화되면서 세일 이벤트가 많았고, 결과적으로 매출이 늘어났지만 수익구조는 악화됐습니다. 일부 브랜드는 하향세가 뚜렷해졌죠. 세계적으로도 올해 들어 (성장세가)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속되던) 폭발적 성장세 유지는 아마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4.8% 성장하는 데 그쳤습니다. 성장률이 떨어진 이유가 무엇입니까?
학생 매출이 80%나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5년간 중고교생들이 노스페이스를 애용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거기에 대한 반감이 생겼죠. 경쟁자가 늘고, 대중이 식상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어떤 학교에선 노스페이스 착용을 금지시키거나, 폭력학생과 연관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노스페이스에 대한 좋지 않은 구도가 만들어져 브랜드 위상에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학생들 기호에 맞아서 학생들이 찾았던 것 뿐인데, 무리한 설정으로 브랜드가 공격을 받아 매출이 크게 줄었죠.
하지만 다른 부분에선 매출이 많이 신장했습니다. 아동복, 신발 등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죠. 그래도 학생 매출 감소분을 다 커버하진 못했어요. 학생 매출만 줄지 않았어도 20%는 성장했겠지만, 결국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습니다. 학생들이 찾던 물건은 대량으로 생산되어 있는데, 어른들은 다른 물건을 찾으니 제품 공급에 미스매치가 생겼습니다. 신발과 아이들 옷, 성인용 옷의 매출 신장으로 매출이 좀 늘었지만 어려운 한 해였습니다.
"학생매출만 줄지 않았어도 20%는 성장했겠지만, 결국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습니다."
중고등학생 수요를 다시 늘리기 위해 '학생 마케팅'을 강화할 생각입니까?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생각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이 다시 찾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사 이래 38년 연속 흑자 행진… 비결은 고객·종업원·투자자 신뢰 경기에 일희일비하면 안돼… 경기침체 때 투자 더 한다
올해 노스페이스 매출 목표를 7,000억 원(8.53% 신장)으로 잡았습니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입니다. 올해도 벌써 2개월이 넘게 흘렀는데 목표달성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올해 들어 10% 정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관성적으로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잡았지만 가능성을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아웃도어 업계에 스타마케팅 경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스타마케팅이 제품 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마케팅 비용 중 스타 마케팅은 6~7%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브랜드 자체로선 스타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주로 전문 모델을 씁니다. 하지만 어떤 스타들은 스타일링을 잘하기 때문에 제품을 알리는 데 유리합니다. 우린 이들을 좋은 모델이라고 여기지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용 중 제일 많이 드는 건 TV 광고죠. 경쟁이 심하다 보니, 타 브랜드에서 TV 광고를 시작하면 우리도 가만 있을 수 없어 따라 가게 됩니다. 우린 원래 신문 광고만 했는데 후발 주발자들이 TV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어, 우리도 하게 됐습니다. 비싸긴 하지만, 회사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에는 TV 광고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노스페이스는 '다시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란 카피 문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데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국 아웃도어 시장을 보면, 국민들 눈높이가 엄청 높아졌습니다. 여기에는 노스페이스가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노스페이스가 한국서 아웃도어 시장을 만들었고, 레저 생활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노스페이스가 시작한 시장에서 한국의 다른 모든 브랜드들이 좋은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죠. 이제 중요한 건, 노스페이스가 만들어 놓은 기반 위에서 브랜드들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비즈니스를 순조롭게 키워 나가는 겁니다. 그러면 아웃도어 유행이 좀 더 지속되고, 설사 판매가 줄더라도 서서히 감소할 겁니다. 시장이 급속히 축소되고 유행이 빠르게 지나가면, 옷을 산 소비자들도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런 상황은 피해야죠.
국내 아웃도어 제품들이 너무 비싸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지난해 가격논쟁이 있었죠. 노스페이스가 비싸다고 하는데 이건 잘못된 겁니다. 우리나라 노스페이스 가격은 미국과 비슷하고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오히려 쌉니다. 가격논쟁은 우리를 비난하기 위해 특정 상품을 그것도 사실과 다르게 부각시킨 결과죠. 소위 '노스페이스 때리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노스페이스 제품은 비싸지 않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요. 이 같은 행태는 국민 경제에 피해를 줄 뿐입니다.
노스페이스가 글로벌 브랜드로 강점이 있지만 국내 소비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바가 따로 있습니다. 기업이건 소비자건 자기에게 맡는 제품을 찾아내는 데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한국 소비자도 점점 원숙해지고 있습니다. 시장에 맡기면 됩니다. 현재 화장품 시장이 그렇잖아요.
소비자가 좀 더 물건에 대해 연구하고 확인해보면 가격 문제와 같은 시비는 없어질 것으로 봅니다. 어떤 브랜드를 매도하는 것보다는 어떤 옷이 좋은지를 가리는 게 더 중요하죠. 동종 업계 일이라 말하기 좀 부담스럽지만, 업계에 나쁜 물건도 종종 보입니다.
"노스페이스가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을 만들었고, 레저 생활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노스페이스가 시작한 시장에서 한국의 다른 모든 브랜드들이 좋은 경쟁을 하고 있는 거죠."
업계 선두 업체로서 소비자 안목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좋은 물건과 나쁜 물건을 구별하는 방법을 말하다 보면, 나쁜 물건을 만드는 회사에서 굉장히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 시장에선 상품 간 비교를 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아웃도어 시장이 익스트림 아웃도어와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로 분화하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시장 참여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는 일찍부터 차별화를 진행했습니다. 전통적인 아웃도어에 기반을 두면서도 좀 더 패셔너블한 제품을 만들어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러자 타사에서 모방제품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라이프 스타일 아웃도어 시장에서도 우리가 선두에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웃도어 시장 참여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는 일찍부터 차별화를 진행했습니다. 전통적인 아웃도어에 기반을 두면서도 좀 더 패셔너블한 제품을 만들어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1974년 영원무역을 세운 이래 38년 동안 연속 흑자경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결이 무엇입니까?
38년 동안 완만한 성장을 한 거죠.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높은 수준의 기술로 신제품을 개발해왔습니다. 여기에 시장 신뢰가 합쳐져 계속적으로 조금씩 발전한 게 영원무역입니다. 이 업계서 내공이 있는 회사라 할 수 있죠. 투자자, 종업원,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착실하게 경영해 온 결과로 어닝쇼크 없이 성장해 왔습니다.
비즈니스를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펀더멘털을 깊이 고려했습니다. 시장, 서플라이 체인, 이노베이션 등 대부분 분야에서 조금씩 남보다 나은 점이 있습니다. 그게 어우러져 남들보다 강한 경쟁력을 내는 거죠. 아웃도어, 액션 스포츠를 중심으로 시장을 점점 더 넓혀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다운웨어, 폴리에스터, 파이버 제품 등에 뛰어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다 신발, 가방, 원단 등 전후방 서플라이 기지가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영원무역은 매출에 비해 일이 굉장히 많은 회사입니다. 공장도 매출에 비해서 굉장히 크죠. 따지고 보면 매출에 비해서 이익이 조금 더 많이 난다는 것은 사실 하나도 놀라운 일이 아닌데, 다른 곳에선 모릅니다.
영원무역 사외이사 대우가 국내 최고수준이라던데, 맞습니까?
얼마 전에 우리 회사 사외이사가 포스코 다음으로 돈을 많이 받는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이것은 오해입니다. 그 분은 회의에만 잠깐씩 참석하는 다른 회사 사외이사와는 다릅니다. 거래처 발굴, 기업 인수 등 업계 최고의 권위자로 사실상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사외 이사와 비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경기가 침체될 때 투자를 더 많이 합니다. 경기활황일 땐 오히려 뒤로 물러나 있어요. 경기가 안 좋을 때가 더 좋은 기회죠. 경기 좋을 때를 대비해서 지금 준비하는 거예요.
현재 경기가 많이 침체되어 있는데, 불경기 경영전략이 특별히 있나요?
회사 이름에 '무역'이란 단어가 붙어 있다 보니, (투자자들이)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달러로 사서 달러로 팝니다. 경기가 나쁘면 대신 오퍼레이션이 쉽습니다. 경쟁이 적고 사람 구하기도 쉽죠. 경기확장기에는 여기저기서 사람을 빼가는 등 어려운 (경영)여건이 조성될 수 있는데 경기가 나쁠 땐 그런 일이 거의 없죠.
경기는 일희일비할 문제가 아닙니다. 단기와 중기, 장기 계획을 믹스해 경영하면서 순발력 있게 대처하면 됩니다. 기업은 밸런스가 중요해요. 미리 정해 놨다고 계획을 고수한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기민하고 유연성 있게 대응합니다. 경기가 나쁘건 좋건 원만한 경영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투자를 감행하나요?
경기가 침체될 때 투자를 더 많이 합니다. 경기활황일 땐 오히려 뒤로 물러나 있어요. 경기가 안 좋을 때가 더 좋은 기회죠. 경기 좋을 때를 대비해서 지금 준비하는 거죠. 사실 소비재이다 보니 큰돈이 들지는 않습니다. 현금흐름만 잘 확보하고 나면 그때그때 의사결정은 자유로운 편입니다.
자체 브랜드 '영원' 품질 노스페이스보다 나쁘지 않아 영원무역 주가흐름 장기적으로 괜찮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 나이키 등 글로벌 업체와 오랜 기간 동안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결이 무엇인지요?
회사에서 직접 키운 해외 고급인력들을 전면에 내세워 활용합니다. 해외 지사를 잘 활용하는 편이죠. 그래서 이익률이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높습니다. 외형이 좀 작은 브랜드형 사업을 하는데, 비즈니스 규모는 작지만 이익률이 높은 브랜드를 사업 파트너로 선호하고 있습니다.
영원무역에선 해외 공장을 여러 개 운영 중입니다. 특히 방글라데시에 많은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우리는 현존하는 회사 중 (방글라데시) 해외 투자 1호 기업입니다. 당시 (한국에는) 유럽 지역에 수출할 수 있는 쿼터 할당량이 너무 적었는데, 방글라데시에서 만들어 유럽 등지에 제한 없이 팔 수 있는 이익도 있었습니다. 물론 어려운 면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키워 나가다 보니 증설이 되면서 세계적인 공장이 되었죠. 처음부터 엄청나게 큰 꿈을 꾼 건 아닙니다. 조그만 회사를 확장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방글라데시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당시 투자가 가능한 국가가 많지 않았죠. 중국과는 수교가 되지 않았어요. 우연히 방글라데시를 찾은 겁니다. 첫 10년 동안은 방글라데시에서 생산하는 비용이 국내생산보다 더 높았습니다. 수송비, 관리비 등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악조건이었지만 노력하며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참았습니다. 어려움도 말할 수 없이 많았죠.
현재도 방글라데시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국내나 방글라데시나 마찬가지죠. 문제가 없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방글라데시는 사고가 나도 복원력이 큰 곳입니다. 시내 교통이 모두 마비되는 경우에도 우리 공장은 거의 95% 출근율을 보이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방글라데시 폭동에서도 우리가 입은 재무적 피해는 거의 없었어요. 폭동 다음에도 바로 생산에 들어갔죠.
2010년 12월 치타공 지역에 소요사건이 일어났는데, 당시 이틀만 쉬고 바로 다음날부터 생산이 재개됐어요. 당시 언론에서 사실과 달리 과장 보도한 측면이 있죠.
양주시에 생산시설을 건설 중입니다. 국내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대구 달성군에 텍스타일을 연구·개발하는 시설이 있어요. 현재 큰 규모로 가동 중이죠. 1만6,000㎡(약 5,000평) 규모로 지었고, 6월 완공 목표로 3만㎡(약 1만 평) 정도를 추가로 짓고 있습니다. 대구시에서 투자유치 권유가 많았죠. 고향에 가깝기도 하고요. 양주에 니트를 중심으로 한 9,900㎡(약 3,000평) 정도 되는 공장을 지어, 전체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려고 합니다.
회사가 커지며, 국내에 생산시설을 지어야 할 여러 가지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개발 위주로 국내 공장을 운영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를 감안해도 큰 무리가 아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 우리 주식을 권하진 않아요. 우리 어머니가 물어봐도 그런 얘기는 하지 않죠. 영원 주가의 단기적 등락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길게 보면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시장 평가도 좋아요."
현재 '영원'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수입브랜드에 비해 힘을 못 쏟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잘하고 있습니다. 이전엔 산악인 고(故) 박영석 대장이 영원의 고어텍스 옷 입는 게 꿈이었다고 할 정도였죠. 영원무역 옷이 노스페이스보다 좋다는 얘기를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영원 브랜드는 자가 공장에서 다 만들거든요. 한국에서 판매되는 노스페이스는 70%만 우리 공장서 만들고 30%는 아웃소싱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가장 우수한 공장에서 거의 100% 만드는 영원 브랜드가 더 품질은 좋을 수도 있겠죠.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건 다른 문제일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에서 '뭘 꼭 해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습니다. 순리대로 가는 거죠. 영원무역만의 크리에이티브한 제품이 필요한데 좀 어려워요. 소비자들의 새로운 니즈를 맞출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주가 상승 폭이 엄청납니다. 독보적인 경쟁력과 장단기 실적이 뛰어나다는 평가입니다.
우리 주식에 투자해서 이익을 많이 본 친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 우리 주식을 권하진 않아요. 우리 어머니가 물어봐도 그런 얘기는 하지 않죠. 영원 주가의 단기적 등락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길게 보면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시장에서의 평가는 좋아요. 최근 해외 자본시장에서 1,250억 원 규모의 해외주식예탁(GDR)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기도 했죠. GDR 발행분 만큼 주가가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이를 계기로 탁월한 회사 경영상황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주가가 올랐습니다.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계십니다.
사업 과정에서 남는 원자재가 많습니다. 공장에 짬이 날 때 남는 원자재로 아이들 옷을 만들어 기부하고 있어요. 10년 동안 해오고 있죠. 우리 사업과 잘 맞는 활동이죠. 여러 가지 스포츠 활동도 지원하고 있어요. 자기 수입 중 일부라도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쓰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방글라데시에서는 인프라 개선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재난구조를 한다든지, 고적 보전, 자연 보호, 조림 사업 등을 해왔어요.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성실, 근면하고 국제화된 지 오래돼 영어도 자유롭습니다. 방글라데시가 후진적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상당한 문화 강국입니다. 사회공헌활동도 장기적 안목에서는 일종의 투자입니다. 결국은 혜택이 돌아온다고 봅니다.
사회공헌도 투자… 결국 기업에 이익 젊은이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중소·중견 기업에 관심 가져야
우리나라 섬유패션산업의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 섬유패션업계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난 우리나라 섬유패션업체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해 성공하신 분들도 많고, FTA 등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기도 하고, 세계화 노력도 많이 기울여 왔습니다. 이런 노력을 하다 보면 또 다른 좋은 기회를 맞게 되리라 봅니다. 글로벌 펀딩 때 마다 많은 투자자가 모입니다. 그런 면으로 봐선 장래가 밝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문제점이라면 일부는 재정적 깊이가 없고, 그때그때 경기에 일희일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가끔 다른 기업 따라 하기에 나서 순식간에 시장을 과포화시키곤 하는데 그런 부분만 좀 더 개선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론 우리 기업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위기를 틈타 국내 업체들이 유럽의 유명 업체를 인수하기도 하는데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기를 부려 너무 비싸게 산다든지, 회사 명운을 건다든지 하는 건 옳지 않아요. 너무 돈을 앞세운 투자는 결국 위기에 봉착합니다. 돈으로 하지 못하는 일들, 돈이 안 들어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야 해요. 투기성 투자나 올인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주위에서는 왜 10여 년 전에 (기회가 있을 때) 노스페이스 본사를 사지 않았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그건 내 계산으로는 너무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사회 진출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모든 사람들이 찬성하지 않지만, 젊은이들이 당장 대기업을 노리는 것보다 지금은 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향을 잡는 게 좋지 않을까 봅니다. 남이 운전하는 좋은 차에 무임승차하는 것이 얼마나 장래성이 있겠습니까? 리스크를 무릅쓰더라도 중소기업, 중견기업 등에 들어가서 경력을 쌓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좋은 집안에서 무능하게 생활하는 것보다 가난한 집안을 일으키는 일꾼이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에서) 5년쯤 고생하면 그 사람은 그 회사에서 굉장히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5년 단위로 자기 인생을 설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도 직장 초기 심부름을 하면서 배운 게 담당업무를 맡으며 배운 것보다 더 많았다고 생각해요. 심부름도 열심히 하면 결국 자신의 자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처음부터 책상머리에 앉아서 시작했으면 그만큼 많이 배우지 못했을 겁니다. 누구한테도 천한 일은 없습니다. 우리 청년들이 자기한테 걸맞은 곳에 들어가겠다 하는데, 사실은 이를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시장의 순리에 따라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