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꿀벌 사회의 질서

HOW IT WORKS

STORY BY COREY BINNS
ILLUSTRATIONS BY TREVOR JOHNSTON


벌통은 유전적으로 유사한 암벌 수천 마리의 날개소리로 항상 시끄럽다. 이들 중 일부는 여왕벌과 알을 돌보고, 다른 일부는 꽃가루와 꿀을 찾아 밖으로 떠난다.


지난 수십 년간 과학자들은 이런 역할이 벌들의 나이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각 벌의 DNA에 부착된 '화학적 표지(chemical tag)'가 역할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로 메틸기(CH₃)인 이 표지가 유전자의 발현을 제어, 벌의 행동 양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다만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생물학자인 그로 암담 박사는 화학적 표지나 그로인한 행동 양상이 불변은 아니라고 말한다.

내부적 필요에 따라 육아 담당이 먹이찾기 담당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에 따르면 인간 역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후생적 유전자 표지를 지닌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아동학대 피해자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용기 유전자에서 메틸기가 발견된 바 있다.

"벌들의 화학적 신호를 인위적으로 변경하는 연구를 통해 정신적 트라우마, 기분장애, 학습장애 등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노동인구
벌통 하나당 일벌의 수는 평균 1~5만 마리 사이다. 평상시에는 전체 일벌 중 먹이찾기 담당의 비율이 항상 30%선으로 유지되지만 환경적 요인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개화기
겨울이 지나 꽃이 피는 개화기가 오면 식량 채집량의 증가를 위해 원래는 육아를 맡아야 할 젊은 벌들이 먹이찾기 담당으로 바뀐다. 이런 역할 전환은 후생적 유전자 표지의 변화를 통해 촉발된다.

분봉(分蜂) 효과
여왕벌이 나이가 들면 육아 벌을 주축으로 구성된 일단의 벌들을 이끌고 벌통을 나와 새로운 거처를 마련한다. 남은 벌과 유충들은 새 지도자에게 넘겨지는데 육아 담당이 대폭 사라진 만큼 아직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젊은 일벌과 먹이찾기 일벌 중 일부가 육아로 역할이 바뀐다. 연구실 실험으로는 전체 개체의 50%가 이주했을 때 약 10%의 먹이찾기 담당이 육아 담당이 됐다. 암담 박사는 역할 전환 비율이 생각보다 낮은 것은 꿀벌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해 먹이찾기 벌들이 육아 벌보다 허약하도록 프로그램돼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먹이찾기 벌들은 외부에서 세균이나 독극물과 접촉할 수도 있어요. 이들이 벌통까지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고 야외에서 죽도록 해서 집단폐사를 면하려는 조치에요."

메틸기 (methyl group) 메탄(CH4)보다 수소 원자가 1개 적은 가장 간단한 알킬기.
기분장애 (mood disorder) 우울증, 조울증을 포함하는 감정 및 정서 장애.


꿀벌 계급

관련기사



여왕벌
알을 낳는 유일한 암벌. 늙거나 허약해지면 육아 벌들이 지방산과 단백질이 풍부한 로열젤리를 분비, 몇몇 유충에게 먹인다. 로열젤리는 난소의 발달을 촉진, 수천 개의 알을 낳으며 여생을 보낼 새 여왕벌을 탄생시킨다.

육아 벌
대다수 암벌은 여왕벌과 유충을 돌보는 육아 벌로 삶을 시작한다. 알이 들어갈 밀랍 방을 청소하고, 유충에게 꿀과 꽃가루를 먹이는 것이 주 임무다.

먹이찾기 벌
육아 벌이 된 지 2~3주가 지나면 뇌 속의 유전자 발현 패턴이 바뀌면서 먹이찾기 벌이 된다. 주 임무는 태양을 나침반 삼아 야외에서 꽃가루, 꿀, 물 등을 채집하는 것. 다만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이런 역할 변경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며, 나이에 관계없이 언제든 역할이 바뀔 수 있다.

수벌
수벌은 난자와 정자가 합쳐져 수정되는 일반 일벌과 달리 미수정란에서 태어나 DNA가 일벌의 절반 밖에 없다. 여왕벌이 낳은 알을 수정시킨다.

후생적 DNA 표지

표지
메틸 전달 효소 등의 효소들이 후생적 표지를 DNA에 전달하는 것을 돕는다. 이처럼 꿀벌에게서 후생적 변화를 유도하는 메커니즘은 명확치 않지만 과학계는 먹이찾기 벌들이 뿜어내는 페로몬을 그 원천 요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유전자
메틸기 등의 후생적 DNA 표지는 해당 유전자의 발현 정도를 결정하며, 유전자 전체의 발현을 막기도 한다.

단백질
후생적 DNA 표지는 유전자 조각들이 mRNA 전사체 내로 조립되는 방식도 결정한다. 결과적으로 해당 유전자에서 생산되는 단백질의 유형까지 결정하는 셈이다. 때문에 육아 벌의 체내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은 먹이찾기 벌의 단백질과는 모양도, 기능도 다르다.



역할 전환

육아 벌들은 DNA 표지(메틸기)의 수가 적다.[1]

표지가 많아지면 먹이찾기로 역할이 바뀐다.[2]

표지가 적어지면 다시 육아 벌이 된다.[3]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